의협, 실손보험 청구절차 전자화에 ‘개인정보 진료기록 노출된다’ 반대

의사회, 병원협회, 분과의사회 동시 성명서 내고 정부 여당 비난

▲ 보험업법 일부개정 반대 기자회견 및 집회 / 사진=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11월 5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구 갑) 사무실 앞에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의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에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10월 24일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절대 반대 의사를 천명 했으며, 11월 4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각 지역 의사회, 병원협회, 분과별 의사회 등도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손해보험사 CEO 등은 지난 11월 6일 사장단 모임을 통해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천명했고,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의 8개 시민단체들도 7일 성명서를 통해 보험업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등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중 문제가 되는 법률안은 2018년 9월 21일 고용진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15714번 의안과 2019년 1월 28일 전재수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18363번 의안이다.

두 의안은 모두 “2017년 기준 전 국민의 66%가 가입할 만큼 보편적인 실손의료보험의 청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보험금 지급을 위해 보험소비자가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병원으로부터 직접 발급받아 해당 보험회사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 경우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보험소비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보험금 청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청구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쉽게 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2018년 9월 개정안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서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과 2019년 1월 개정안의 “보험회사로 하여금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 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 등의 본문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계는 ‘청구 간소화법’이 아니라 ‘실손보험 지급 거절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 측의 최초 입장은 검토 입장으로, 이 두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되고 있었다.

보험업법 개정을 대표 발의했던 고용진 의원은 10월 24일 기존 정부의 검토 입장이 개정으로 변경되었다는 발언을 했고, 이 발언이 도화선이 되어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각 지방 의사협회, 분과 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보험업법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나서게 됐다.

청구 간소화 VS 빅데이터 수집

의료계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의 개정안은 기존 실손보험 청구에 있어 자료를 전자문서로 해 보험소비자들의 권익을 높인다는 주장이지만, 의료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사보험업계의 수익만 높여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 실손보험의 청구는 정부와 여당의 입법 취지처럼 해당 보험사에 병원으로부터 발급받은 문서를 직접 제출해야 이루어짐으로써 청구의 절차와 비용과 시간 등이 소모되는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됐던 문제이다.

개정안의 찬성 입장에 따르면, 전자문서를 이용함으로서 비용과 시간 절약 등의 이점이 있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국민의 전체의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부 언론은 개인정보 보호는 법률로 보호하면 되지만, 의료계가 개인정보 보호를 구실로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적이 따로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인 정보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의 개인별 진료비 노출로 병원 수입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의료계는 이런 의료정보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환자의 진료 정보, 진료비 청구 내역 등을 축적해 보험의 가입이나 갱신, 지급 거부 등에 근거로 활용할 소지가 있고, 개인정보 노출과 진료 비밀 보장을 장담할 수가 없어 결과적으로 보험소비자나 국민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에 덧붙여 대한의사협회는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을 폐지하려 했던 보험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소액 청구를 쉽게 하기 위한 개정”이라는 명분으로 보헙업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은, 기존에 보이던 입장과 다른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송업무 위탁의 적절성

대한의사협회는 민간 보험사와 개인이 맺은 사적 계약에 제3자인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청구 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 평가원은 병‧의원 약국 등의 건강보험가입자의 진료 후 청구비를 건강 보험법에 따라 심사하고 평가하는 공공법인으로서 민간 보험사와 개인 간의 계약 중간에서 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만큼 국민의 세금으로 사기업과 보험에 가입한 일부 국민들에게만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고,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심사업무 확장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자료 제출은 병원들의 의무 부과로 이어질 것이고, 종국에는 이 의무 부과로 인해 의사들의 청구대행 업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청구대행 업무의 증가로 인한 의료행위 시간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진료의 양과 질적 감소를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2018년 9월, 2019년 1월 두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두 개정안이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개정안이 아니라 일부 보험사에게 특혜만 주는 법안이라며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고용진 의원의 사과와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11월 2일 이사회를 열어 총력 투쟁을 선언하고 각 의사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개정안을 규탄‧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에 의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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