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자녀 증여 꼭 미리 해야 하나?

한국의약통신 419호 임태석 학술위원l승인2019.07.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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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 분할 절차에서는 다액의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어
기여·부양 한 상속인에게 한 증여에 대해 보완적인 입법 필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듯, 기여분 역시 유류분이란 암초를 만나면 치열한 법리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왜 그럴까.

철이 들자마나 아버지 가게에 나와 노동을 하던 장남이 있다. 아버지와 장남이 힘을 합해 가게를 늘려 나갔다. 덕분에 동생들은 대학 공부까지 마칠 수 있었고 번듯한 집에 장가를 들었다. 아버지는 늘 이 가게는 장남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16세가 되면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 가게를 돌보았던 장남이 없었으면 이런 경제적인 여유는 누릴 수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이 죽고 나서 가져가더라도 생전에 주지 말라고 해서 선뜻 장남에게 넘기지도 못했다.

그냥 다른 자식들에게 입버릇처럼 이 가게는 형의 것이라고 말했고, 자식들은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몇 달을 더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아버지는 유일한 상속재산인 가게를 장남에게 증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만약 이 사례의 아버지가 증여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버지가 사망한 후 상속인들 사이에서 장남이 유일한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상속인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생각을 한다면 장남은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의 피고가 돼야 한다.

이런 사안에서 대부분 장남들은 이 가게는 내 것이나 다름없었고 증여로써 이를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가계를 유지하고 키우는 데 장남의 노고와 기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다툰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하면 그 부동산을 온전히 본인이 소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리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장남들의 이런 주장을 ‘기여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대법원은 유류분반환청구 사건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60753 판결 참조).

판시 내용은 이렇다.

민법 제1008조의 2 제1항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상속 개시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한 그 자의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제1009조 및 제1010조에 의해 산정한 상속분에 기여분을 가산한 액으로써 그 자의 상속분으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제2항은 “제1항의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제1항에 규정된 기여자의 청구에 의해 기여의 시기·방법 및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기
타의 사정을 참작해 기여분을 정한다”라고 규정하며, 제3항은 “기여분은 상속이 개시된 때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유증의 가액을 공제한 액을 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제4항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청구는 상속재산분할청구가 있거나 피인지자 등의 상속분 상당가액 지급청구가 있는 경우에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유류분과 관련해 민법 제1112조는 상속인의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의 경우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의 경우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1113조 제1항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해 이를 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 제1118조는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8조 (특별수익자의 상속분), 제1010조(대습상속분)의 규정은 유류분에 이를 준용한다”라고 규정해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 2를 유류분에 준용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규정들에 비추어보면, 기여분은 상속재산 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해 피상속인의 재
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과는 서로 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참조), 설령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고, 기여분으로 인해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고 해 기여분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

기여분 제도의 적용과 한계
기여분 제도는 1990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됐는데, 상속재산 분할에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공동상속인 간의 실질적 평등을 기하는 또 다른 제도로는 특별수익자의 상속분 규정(민법 제1008조)을 들 수 있다.

이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또는 유증을 받은 자(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이 특별수익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보고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하는 것이다.

앞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기여분과 유류분의 관계에 관해 민법 제1118조에 의해 제1008조의 2가 준용되고 있지 않으므로 유류분 산정에 있어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다는 학설과 유류분 산정에 있어 기여분을 공제해야 한다는 견해(소수설)가 있었다.

그런데 기여분은 상속재산 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상속재산 분할의 청구나 조정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기여분 결정청구를 할 수 있고, 다만 예외적으로 상속재산 분할 후에라도 피인지자나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기여분의 결정청구를 할 수 있다.

이렇듯 상속재산 분할 절차에서는 다액의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고, 인정된 기여분 자체는 증여나 유증이 아니므로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만약 앞의 사례에서 아버지가 증여를 결심했지만 상속재산으로 남겨 두고 사망했다면 상속인들 사이에서 그 가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상속인들이 아버지의 생전에 하던 말씀(“이 가게는 장남 거야”)에 동의한다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가게를 장남이 상속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다른 상속인들도 법정상속분만큼 받겠다고 하면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장남은 기여분 청구를 할 수 있고 상당 부분을 기여분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여기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기여상속인(앞의 사례에서 장남)에게 기여에 대한 ‘보상’ 내지 ‘대가’로서 생전증여나 유증이 행해진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사후에 다른 상속인들이 유류분 침해를 주장할 수 있고, 그런 경우 특별수익으로서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돼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데 반해 생전증여나 유증으로 받지 않고 상속 개시 이후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등에서 기여분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반환의 대상이 안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장남이 그 가게를 취득하는 것이 공평하다면 생전증여나 유증으로 받든, 상속재산으로 받든 동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동상속인들 사이 형평성 재고 필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우선 민법 제1118조가 민법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고 있으므로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의 개념도 민법 제1008조 와 동일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10년 4월 29일 선고한 2007헌바144 결정에서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의 증여재산의 구체적인 범위는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의 평가와 동일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대법원 역시 모든 생전증여가 민법 제1008조의 특별수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2011년 12월 8일 선고한 2010다66644 판결에서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 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해 해당 생전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그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기준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즉, 모든 증여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생전증여가 장차 상속인이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야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민법 제1008조의 2 제1항은 “상속 개시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상속인의 생전증여가 민법 제1008조의 2에 해당하는 특별한 기여에 대한 대가로 행해진 것이라면 상속분의 선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특별한 기여가 있어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는 상속인에 대해 특별한 기여에 대한 대가로서 생전증여가 이루어졌다면 이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는 것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해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증여를 받은 상속인에게 민법 제1008조의 2의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을 정도의 특별한 기여나 특별한 부양이 있고, 그러한 기여나 부양과 생전증여 사이에 대가성이 명확히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범위에 해당하는 증여재산은 특별수익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렇게 운용하는 것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기여분 청구가 쉽게 인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생전에 증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마운 자식을 위해 생전에 증여한 것이 오히려 나중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즉,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쉽게 증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기여나 부양을 한 상속인에게 한 증여에 대해서는 그 특수함을 인정할 수 있도록 보완적인 입법이 필요하다. 그전까지 상속법을 관통하는 이념인 공동상속인들사이의 형평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무가 운용되길 희망한다.

임태석 학술위원  pharmacy@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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