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은 암 환자를 위한 휴게소가 될 수 있다”

신창우 약사 한국의약통신l승인2019.07.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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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는 위로와 무엇을 해야 될지 알려주는 길라잡이
환자와 소통 및 환자의 불편 없애주기 위한 노력 필요

약국에서 반드시 상담을 해주어야 하는 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암(癌)입니다. 왜 환자들에게 상담을 해주어야 하고,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적어보겠습니다.

1. 5년 전 일입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창우야 나 림프종이라는데 이게 뭐냐?”
“그래 지금 어느 병원인데?”
“나 △△병원이야”
“알았어, 알아보고 전화해줄게”
“그래”

마침 그 병원에 아는 약사가 있어서 연락을 했고 친구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았습니다. 림프종2~3기이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너무 불안해해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았다고 합니다.

친구는 비염이 너무 오래 간다면서 이비인후과를 겨울 내내 다녔고, 3월이 되어서야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진단을 받은 이날 코 부위가 심하게 부었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서 그것을 진정 시켰다고 합니다.

제가 다시 전화를 합니다.
“친구야 조금 알아봤다”
“그래”
“까놓고 얘기할게 죽을 수도 있고, 살수도 있네”
“근데, 아까 얼굴 쪽이 정말 많이 부었는데 주사를 맞으니까 바로 가라앉았어. 진단이 잘못된 것 아냐?”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고, 진단이 틀리지는 않아. 일단 집에 가고, 내가 저녁 때 전화 다시 할게.”
“알았어”

2. 저녁에 전화를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걱정하지마. 반드시 살려줄게, 대신에 내가 시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제수씨와 통화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많이 우셨어요? 울고 싶으면 실컷 우세요. 친구는 반드시 살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제가 몇 가지 얘기할 텐데 꼭 해주셔야 합니다.”

3. 제가 친구에게 시킨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 입맛이 없거나, 치료 때문에 많이 울렁거릴 수 있을 거야.
그 때는 약간 짜게 먹어도 좋은데 대신에 짠 건 물김치, 간장, 된장 같은 짠 것으로 먹어.
물김치에는 배를 많이 갈아 넣어서 하면 좋고, 입맛이 없어서 도저히 밥을 못 먹겠으면 김, 간장하고 같이 해서라도 꼭 먹어.

그리고 병원 치료가 끝나고 집에 와 있을 때는 힘들지만 체력을 올릴 수 있는 고기를 최대한 먹도록 해. 대표적인 고기가 낙지, 문어 같이 정력제를 소화가 잘되게 먹고, 오리고기도 좋아. 물론 좋아하는 고기 전부다 되고, 이때도 소화를 잘 시켜야 하니까 무로 만든 음식들을 꼭 같이 먹고.

그리고 마늘 익혀서 먹고, 부추김치도 웬만하면 매일 먹도록 하고. 북어국은 해독 작용이 있으니까 이것도 자주 먹고. 마지막으로 오늘 할 일을 기록해. 아니면 오늘 한 일을 적든가. 그리고 오늘 감정도 기록하고. 그래야 움직일 수 있을 거야.

4. 친구는 5년이 지나고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1년에 한 번씩 검사만 하라고 했습니다.
간만에 친구와 만나서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병원에 암 환자를 위한 휴게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너한테 전화했을 때 있잖아. 의사한테 얘기를 듣고 나오는데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고, 이게 진짜 맞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너한테 전화하고 의자에 앉아있었어. 그리고 1시간정도 있다가 네가 전화했잖아. 그리고 집으로 가라고 말해서 집에 간 거야”

“그래서 정말 너한테 정말 고마웠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 치료 받을 때 네가 시키는 대로 하니까 그나마 좀 쉽게 했던 것 같아”

5. 친구 덕분에 조금씩 암 환자와 상담을 했던 것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암 환자가 첫 번째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게 중요해.”
 
그럼 전 이렇게 답을 합니다.
“그건 저도 모르는데.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언제 죽는지 아는 사람도 있나요?”

“메멘토 모리” 죽음이 앞에 있으니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것인가?
“메멘토 모리” 죽음이 앞에 있으니 오늘을 열심히 살라는 것인가?

죽음에 대한 고민은 죽은 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가 하는 것입니다. 죽음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오늘이라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을 살아야죠.”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김고은(도깨비신부)의 대사입니다.
이것은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인류가 내린 결론일 것입니다. 이 말에 동의를 하던 하지 않던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6. 그리고 환자에게 제가 두 번째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많이 무서우시죠? 밤에 잠은 주무시나요?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것도 많이 힘드시죠?”
이 말과 함께 환자와 상담을 시작합니다.

환자의 대답은 “괜찮은데, 좀 그렇죠.” 정확한 자신의 감정보다는 보통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아니면 자신의 정확한 감정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내일 어떻게 되는지는 저도 솔직히 모르고요, 우선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죠”

그러면서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찾아봅니다. 약을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약을 너무 좋아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밤에 잠을 자는 게 너무 힘들면 약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고 하고, 잠을 자기 전에 간단한 간식(꿀물, 조청, 약간의 음식 등)을 드시라고 합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한 방법은 배부르고 등 따시게 하면 되니까요. 식사하는 방법은 친구에게 했던 말들을 많이 쓰고, 병원에서 먹지 말라고 한 음식이 있으면 그것은 일단 피하라고 합니다.

7. 지난 글에 적은 선물일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암이라는 공포는 본인을 제외하고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본인도 공포를 제외하고 자신의 정확한 감정을 알 수 없습니다. 감정을 모르면 행동을 할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너무도 많습니다. 조금의 변화에도 공포를 느끼고, 모든 일에 짜증을 내게 됩니다.

무엇보다 암이 왜 생겼는지 왜 나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암이 생겼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암이 있다고 오늘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이 세상 뜻대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암이 있다고 크게 달라진 것 없습니다. 단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치료하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힘들고, 다른 사람보다 식사를 조금 더 못할 뿐입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을 반드시 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주로 남을 위해서 살아 왔으니 하루에 한번 만이라도 자신을 위해서 살아보라고 적는 일기가 바로 선물일기입니다.

오늘 하루도 힘들게 살아야 되지만 그런 나를 위해서 작은 선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일의 공포에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에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8. 저의 상담은 별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단지 암이라는 공포가 절망으로 바뀌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뿐입니다.

만약 환자가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 말을 했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위로를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위로를 받지 못하니 공포에 갇혀 살고,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동안 마치 자신이 실험실 쥐가 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위에 제 친구가 한말 “암 환자를 위한 휴게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약국은 암 환자를 위한 휴게소가 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암 환자를 위한 유일한 휴게소가 될 것입니다. 위로와 무엇을 해야 될지 알려 줄 수 있으며, 불편한 것에 대해 처치할 수 있는 약이 있습니다.

약사의 위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환자와 소통하고, 환자의 불편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환자가 오늘을 살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그 환자만의 찬란한 삶을 만들 수 있고, 藥師에게 있어 중요한 藥事의 시작이 될 것이다.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네 인생의 예술가가 되어라 「니체」

한국의약통신  pharmacy@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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