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의약품 국제일반명(INN)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취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6월 13일 해명자료를 통해 “의약품 국제일반명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INN 도입 연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6월 5일 식약처는 오는 11월부터 6개월 간 진행 예정인 ‘제네릭 의약품의 관리방안(국제일반명 등) 마련을 위한 연구’ 제목의 입찰 공고문을 게시했다.

해당 연구는 의약품 제품명에서 주성분 식별을 위한 INN 도입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며, 제네릭 품질 향상과 신뢰성 제고를 위한 관리 방안 마련 목적에서 추진됐다.

특히 지난해 발사르탄 사건으로 인해 제네릭 난립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막는 대비책으로 주성분을 중심으로 통용되는 국제일반명을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식약처는 단 일주일 만에 “국내 ‘제네릭 의약품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는 해외 현왕 조사라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연구용역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향후 세부 연구내용 등을 명확히 해 재공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일각에서는 이번 식약처의 처사는 의사단체를 의식한 그야말로 ‘의사들의 눈치를 봤다’는 추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INN 도입과 관련해 “복제의약품 국제일반명(INN)제도 도입 검토는 사실상 성분명 처방으로서 국민 건강 해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즉각 반응했다.

의협은 “식약처는 INN 적용을 검토하는 것은 1개 성분에 대한 동일 판매명을 쓰면서 환자·의사·약사의 혼란과 조제 오류를 줄이고 알 권리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INN은 화학 구조가 복잡한 약물을 간단하게 부르기 위해 만든 작명법으로 성분이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을 각 회사가 내세운 브랜드명이 아니라 성분으로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는 결국 ‘성분명 처방’을 추진하기 위한 옹졸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생물학적동등성만 인정되면 약효까지 동등할 것으로 판단하나 오리지널약의 100% 약효를 기준으로 80%~125%까지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돼 효능이 100% 같을 수 없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이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닌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에 INN 도입보다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려 의약품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근본적으로 오리지널 제품과 생동성 시험을 시행한 제네릭 의약품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환자의 선택과 환자의 유전적 요소, 체질, 상태 및 의약품에 대한 효능, 안전성을 다각도로 고려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약사사회는 식약처의 ‘INN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취소’ 소식을 듣고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료계에서는 반대해 왔지만 대한약사회 등 약사사회에서는 도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도 지난 3월 취임식에서 “국제 일반명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면서 “공동생동이라는 잘못된 제도로 제네릭이 난립해 빚어지는 문제들 역시 하루빨리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이는 약사만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편익과 부합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국제일반명(INN) 도입을 둘러싼 각 단체들의 입장차가 다른 만큼 식약처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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