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조제실 투명화 제도개선 권고 철회 요구”
정부 “약사회와 논의 후 상반기 중 결론 낼 것”
‘대리수술· 수술실 성추행’→CCTV 설치 촉발 재점화
의협 “CCTV 설치 의무화, 사회적 합의 필수한 문제”

# 대한의사협회- “수술실 CCTV 설치 공공기관부터 설치하라”
# 대한약사회- “조제실 투명화는 현실을 모르는 한탕주의”

보건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같은 주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의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 이하 약사회)의 ‘약국 조제실 투명화’가 바로 논란의 핵이다.

의협은 최근 발생한 대리수술 논란과 수술실 성추행을 문제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가 재점화 됐으며, 약사회는 폐쇄적인 형태의 조제실 운영으로 인해 무자격자의 불법 조제나 조제실의 위생 불량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약국 조제실 투명화’ 문제는 시민과 환자들의 ‘불안’과 ‘걱정’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묘한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

두 단체의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두 단체는 해당 문제를 두고 “절대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과 약사회의 공통분모 되짚어 본다.

권익위, 政에 ‘조제실 투명’ 재도개선 권고
약사회 “외국과 조제 환경 달라, 비교 불가”

약사회의 해당 논란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비자가 정부기관에 ‘약국 내 조제실을 투명하게 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이후 2013년 1월 행정안전부가 ‘조제실 상단 부분을 투명화 하도록 권고 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을 계기로 논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약국 조제실 설치·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현행 법률에는 약국을 열려면 저온 보관시설, 수돗물이나 지하수 공급시설, 조제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설기준은 정하지 않아 약국 대부분이 밀실 구조의 폐쇄적인 형태로 조제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의약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본인이 복용할 의약품의 조제 과정을 볼 수 없어 약사가 아닌 아르바이트생 등 무자격자의 불법 조제나 조제실의 위생 불량 등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약사회는 크게 반발했고 “약국 현실에 대한 무지와 행정편의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약국 ‘조제실 투명화’ 제도개선 권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약사회는 “우리나라의 조제 행태는 처방의약품 수가 많고, 환자별 처방전에 따라 분절·분쇄하고 1회 복용 분량별로 분포하는 등 고도의 집중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외국과 같이 포장단위 별로 투약하는 것과 달리 상품명 처방으로 인해 수많은 의약품을 조제실에 구비해야 하는 우리 약국은 조제 집중과 오류 방지를 위해 외부에 영향 받지 않고 조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구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무자격자 불법조제는 명백한 약사법 위반행위로 현행 약사법령을 통해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며,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위법행위 단속과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불법을 방지해야 할 것으로 약국 인테리어 문제로 귀결될 사안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김대업 회장도 이와 관련해 “조제실 투명화는 현실을 모르는 한탕주의다. 조제실 안에 여러 향정이나 마약 등 조제실을 일정 부분 외부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이 필요하고, 우리나라와 외국은 조제하는 환경이 다르다. 외국은 PTP형태로 담아서 한 종류를 주는 형태의 조제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수많은 알약을 같이 넣어서 조제하고 있다. 또 ATC기계가 돌고 있고 산제 조제가 이뤄지고 있는 환경이 다른데 왜 이렇게 한탕치기 식으로 접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들이 조제실 면적도 규제가 없어져서 협소한데다가 그나마 약사들이 프라이버시를 할 수 있는 곳이 조제실이 유일하기 때문에 ‘조제실 투명화’제도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무조건 개방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의 목적은 혹시 조제실 안에서 약사가 아닌 비전문가가 조제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는 조제실 일부 투명화를 포함한 꼭 조제실 투명화가 아닌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복지부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조제실 투명화 강제 아닌 권고”
정부는 조제실 투명화를 강제가 아닌 권고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권익위 권고의 근본 취지, 즉 소비자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약국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상반기 중 내놓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조사결과에 따라 정책 결정이 달라지겠지만, 우리는 가이드라인 형식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라며 “추후 약사회와 논의 후 상반기 중 결론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VS 한의협 갈등, 수술실 CCTV 설치로 확산
의협 “한의협 요구, 거론할 자격도 없다” 비난

의협의 수술실 CCTV 논란은 지난해 봉침 사망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한의계가 강원대병원에서 발생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성명으로 의료계의 ‘대리수술’, ‘수술실 성추행’ 등을 꼬집으며 재점화 됐다. 

심지어 대한한의사협회는 모든 의료기관 내 응급의약품 의무 비치와 더불어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제화를 촉구한 상황이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이제는 수술실 CCTV로 옮겨 붙은 셈이다.

그러나 의협은 한의협의 요구에 “거론할 자격도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법률상 한의사로 규정돼 있어서 의사의 한 직역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한의사는 의사의 한 직역이 아니다. 한의사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의사의 업무를 대신할 직역도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의 업무 영역에 대해서 한의사들이 절대 거론할 자격이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수술실 CCTV는 지금도 있는 곳은 있다. CCTV 설치 의무화 언급은 의료계에서 하거나 의사 면허와 관련된 보건복지부에서 해야지, 현대의학과 관련 없는 한의학 하는 분들이 주장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수술이라는 의료적인 큰 과정을 노출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을 받는 환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면 설치를 의무화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며, 반대로 개인적인 부분이 노출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면 그 부분도 존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도, 5월부터 5곳 병원 CCTV 설치 운영
게다가 최근 한 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신생아가 분만직후 바닥에 떨어져 숨졌지만 병원이 이를 숨겼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논란이 거셌던 CCTV문제가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해당 의사 2명은 3년 전 해당 병원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에 대한 진단서를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사고를 숨기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여론은 들끓었고 이는 CCTV 법제화 촉구를 바라는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과 맞물려, 경기도가 도립병원 수술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면서 찬반논란은 당분간 심화될 전망이다.

이미 경기도는 지난 해 10월부터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시범사업을 진행한데 이어, 이달부터는 5곳의 병원에 감시카메라 추가 운영에 나서고 있다. CCTV가 설치되면 대리수술 등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술실 CCTV에 대해 의료계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 두건의 의료사고 때문에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것은 벼룩 한마리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 “무분별한 설치는 결국 환자 및 의료진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으며, CCTV에 부담을 느낀 의료진들이 소극적 진료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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