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신임 임원진이 의약품 유통 현장을 방문해 유통 판로와 유통업체의 고충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을 포함해 부회장과 상임이사들로 구성된 방문단은 1조 22명, 2조 22명으로 나누어 인천에 위치한 지오영 인천물류센터와 파주에 위치한 백제약품 물류센터를 4월 10일 방문했다.   

이날 방문단은 의약품유통협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불용의약품 반품 문제, 전성분표시제 시행의 문제점 등을 확인하고 특히 ‘반품 법제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불용의약품 반품 문제…여전히 난제

지오영의 경우 반품 처리비용만 매년 평균 24% 상승하고 있으며, 올해 현재 보관면적 600평, 처리 인원이 21명 투입돼 10억 54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월평균 반품량은 약 35억~40억원 수준으로, 이 중 상시소분반품은 월 1억 4000만원으로 반품을 받아주는 제약사 80여 곳이 약 1억원 가량을 처리하지만 반품이 불가한 제약사의 반품 약 4000여만원은 그대로 보관해야 하는 실정이다.

매입처 반품은 월평균 약 12억 2000여만원, 상시소분을 포함할 경우 12억 6000여만원으로 매월 약 1억 8000만원의 불량재고가 증가하고 있어, 연간 약 21억 6000만원이 증가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600평 면적에 보유재고가 완포장 135억원, 상시소분이 26억원으로 약 160억원의 불용재고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오영 그룹 전체로 보면 240억원에 이른다.

조선혜 의약품유통협회장이자 지오영 회장은 “약사회가 가고자 하는 길이 유통협회를 위하는 길이기도 한 만큼 같이 동조하고 힘을 보태겠다”며 “발전 방향 중 한 축이 되는 것이 반품 문제 해결이다. 약사회 임원들이 유통협회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대업 회장은 “유통업체의 부담이 1년에 20억원씩 늘어나는 것은 지오영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유통협회와 함께 반품 잘하는 곳, 적당한 곳 등으로 나누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각각 다른 제약사별 반품 조건도 유통업체를 괴롭히는 난제다.

예를 들어 제약사마다 ▲유효기간 3개월 미만 제품만 반품가능 ▲유효기간 6개월 미만 제품만 반품가능 ▲유효기간 초과 1년 경과시 30% 차감 ▲유효기간경과 제품만 반품가능 ▲유효기간 경과제품 50% 차감 ▲반품시 20% 차감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약국에서 미리 반품을 받아놓고 조건에 해당될 때까지 재고로 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은 경기 파주 소재 백제약품 북부물류센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백제약품 북부물류센터의 경우 창고 한 곳에 약국에서 들어온 불용의약품 수백 상자가 쌓여있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70억원 규모다.

백제약품 관계자는 “반품이 몰리는 연말에는 재고 규모가 100억원까지 늘어난다. 제약사별로 반품처리 주기가 1개월부터 1년까지 다양해 제약사마다 맞춰 반품하는 것도 큰 업무”라며 “반품 전담 직원만 5명이 있는데도 늘 업무를 다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는 약사회와 공조해 ‘반품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회사에서는 반품이 들어오면 다 소각해야하기 때문에 처리를 안 해준다. 또 ‘3개월 후에 보내라’, ‘리스트 먼저 보내라’ 등의 이유로 받지 않으려 한다. 이 부분만 해결되면 반품처리는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전성분표시제 문제 해결…‘식약처’ 설득 필요

전성분표시제 문제도 유통업체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 중 하나다.

전성분표시제는 2018년 12월 3일 시행돼 2019년 7월 2일까지 처분이 유예돼 있는 상태로 전성분표시가 미시행된 의약품들은 처분 유예기간 이내 소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전성분표시제품과 아닌 제품이 혼재된 상태로 유통되고 있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 유통업체의 주장이다.

이만조 지오영 본부장은 “특히 전성분표시 의약품과 미표시 의약품 간 구분이 어렵다. 겉면에 전성분표시 여부 기재가 없는 것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상태다”고 밝혔다.

이어 “유통업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전성분표시가 되지 않은 재고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유예기간 종료시점이 다가올 경우 반품을 받고 새로 공급하는데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소진될 때까지는 처분을 유예하고 관리지도 하는 쪽으로 식약처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국-유통-제약, 상생하는 협력관계 필요

백제약품 북부물류센터는 현재 유일하게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대지 1만6,528㎡(5000평) 규모에 창고만 8000여㎡(2500평)에 달하는 규모를 일반 난방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백제약품 김동구 회장은 “3000여평 규모를 일반 난방하려면 월 5000만원 이상의 난방비가 든다. 그러나 지열을 이용해 난방비를 1/5로 줄였다”며 “이 시스템을 활용해 물류센터는 1년 내내 동일한 온도로 유지된다. 의약품에 따라 냉동, 냉장, 15℃ 이하, 25℃ 이하 등 적정 보관 온도가 다른데 보관 창고마다 상시 감시 센서가 있어서 적정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직원들은 인련번호 제도에 따른 의약품 번호입력과 관리, 약국 별 자동 분류 시스템도 견학했다.

백제약품 북부물류센터를 통해 의약품을 받는 약국은 2800여 곳으로 하루 소화하는 배송 건만 8000~9000건에 이른다.

방문단은 제약사에서 입고되는 의약품들이 자동으로 2D바코드나 RFID를 통해 일련번호가 입력된 후, 번호 확인 작업이 끝나면 보관됐다가 약국 주문처 별로 나눠진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전자동으로 분류, 포장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백제약품 측은 현재 제약사 12곳 정도가 채택한 RFID 시스템의 안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 2D 바코드를 같이 부착하는 곳은 괜찮지만 RFID만 사용하는 제약사 물량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방문단은 지오영과 백제약품의 내부를 돌아보며 주문내역 확인, 피킹작업, 검수대, 출하장으로 이어지는 물류의 흐름을 약 1시간 30분 가량 돌아보며 눈으로 직접 살폈다.

김대업 회장은 “이번 유통업체 방문이 의약품 물류흐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의미도 있고 실제 유통 회사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며 “유통업체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약사들이 함께 공감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고 같이 해결해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살려고 하면 다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제약, 유통, 약국이 다 같이 노력해 불합리한 의약품의 관리체계에 대한 개선들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김동근 부회장은 “오늘날 도매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진화되고 발전했다. 이 분들이 있어 약사들이 편하게 약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시찰한 소감을 밝혔다.

백제약품 김동구 회장은 “저희가 할 일은 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여러분이 필요할 때 적재적시에 공급하는 것이다. 또 불량의약품을 받아 제약사에 보내는 등 제약사와 약국 중간 통로를 원활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오늘 견학을 계기로 약사회가 유통업계 사정을 더 잘 이해하고 협력관계를 강화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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