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둔 상속에 고통 받는 가족

자식들 오해 없도록 가급적 비슷한 비율로 나눠주는 게 좋아 한국의약통신l승인2019.03.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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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오해 없도록 가급적 비슷한 비율로 나눠주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재산 남겨주는 것이 아니라 시한폭탄 넘겨주는 것

많은 부를 일구었던 남자가 세상을 떠났다. 상속인은 딸 2명과 아들 2명이었다. 사망하기 10년 전에 이혼을 했고 재혼은 하지 않아 상속인에 배우자는 없다. 이혼소송 당시 아주 치열하게 재판을 했다.

제법 많은 재산을 분할하는 것도 중요한 쟁점이었지만 누가 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심하게 다투었다. 자녀들도 편을 갈라 부모 중 일방을 두둔했다. 5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이혼 소송을 거치면서 망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됐고, 아내 편을 든 자식들도 아내만큼 미웠다.

재산 분할을 해주고 남은 재산이 100억 원 가까이 됐는데 그 재산을 유일하게 자기를 이해해주었던 장녀에게 모두 주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결심은 나날이 굳어졌다. 이혼 후 아내는 물론 아내 편을 들었던 자식들과는 연락을 끊었다. 믿었던 아내가 이혼을 청구한 것도 충격이었는데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니 본인의 온갖 약점과 비리가 법정에 현출됐고, 자식들까지 나서서 부도덕한 아버지라고 하니 더 이상 세상을 살 힘이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을 이해해준 장녀 덕분이었다. 결혼해서 가정을 일구고 있는 딸과 합가하지는 않았지만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거나 갑자기 가사도우미가 오지 못하는 경우 장녀는 언제든 달려와 아버지에게 의지할 곳이 돼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장녀와 만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얼마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어느 날 집에 온 장녀에게 사후를 맡긴다고 하면서 상속재산을 모두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했다. 자식이지만 자기를 저버린 아들, 딸은 괘씸하기만 했고, 반면 동생이 죽고 난 후 소식이 끊긴 조카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큰딸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절대 다른 자식들에게는 주지 말고 다만 상속재산 중 절반 정도는 일가친척들도 챙기면서 사회를 위해 좋은 일에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큰딸은 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대답했다. 그 후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재산을 남겨둔 채 사망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점은 이 모든 것이 큰딸의 주장일 뿐이고, 이를 입증할 증거가 되는 문서나 녹음파일, 증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은 3명의 자식은 그 후 장녀를 상대로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점철돼 갔다.

분명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다투는 재판인데 부모의 이혼 과정부터 다시 공방을 했다. 장녀는 돌아가신 망인을 욕보인다면서 법정에서 오열했고, 청구인들은 그런 장녀를 돈밖에 몰랐던 아버지와 똑같이 닮았다고 비난했다. 피를 나눈 형제들 사이의 분쟁이라서 훌륭한 조정위원을 모시고 몇 차례 조정을 진행했다.

조정위원들은 상속재산을 5분해 청구인들에게 5분의 1씩, 장녀인 상대방에게는 5분의 2를 분할하는 방안을 가지고 당사자들을 설득했다. 그런데 망인 생전에 한 번도 찾아보지도 않고 심지어는 장례식에도 오지 않는 청구인들이 그 안을 즉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전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으로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청구인들을 간신히 설득하고 그 안을 기쁘게 상대방인 장녀에게 제안했는데, 정작 장녀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절대 다른 자식들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고 했다면서 이 제안을 거부했다.

조정위원들이 안타까워서 장녀에게 아무런 증거가 없지 않느냐면서 어떻게든 화해를 시켜보려고 했지만 장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분명 법원의 결정은 조정의 내용보다 본인에게 유리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장녀는 결코 다른 형제들과 화해하지 않았다.

생전에 재산과 감정 모두 정리하려면 이 사건은 필자에게 도대체 상속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거리를 주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만약 이 사건의 장녀 말대로 자신이 믿고 의지한 유일한 자녀였다면 본인 사후에 이 딸이 이렇게 지난한 소송 과정에서 고통 받을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뜻이 무엇인지 왜 명백하게 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재산도 상당한 사람이 제대로 된 유언을 법이 인정하는 형식에 따라 작성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유언을 공증하는 비용이 아까워 자필증서 유언을 작성했지만 그것을 찾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직 생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유언서를 작성하는 일을 차일피일 미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사건은 유언의 중요성을 여실히 알려주었다.

훗날 본인의 뜻대로 예쁜 딸에게만 모두 주고 싶어도 유류분 제도가 있는 한 아버지 눈 밖에 난 자식들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인 유류분은 받을 수 있다. 만약 유언서가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자식들은 유류분 다툼을 했을 것이다.

자식들 사이에서 합의가 성립될 수도 있지만 요즘 증가 추세인 유류분 사건의 추이에 비추어보면 유류분 다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녀는 “재산을 모두 네 처분에 맡긴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에 장녀로부터 그 말을 전해들은 다른 자식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장기간의 이혼 소송 과정과 그 후 부자지간이 분리된 시간을 거치면서도 그 재산을 장녀가 모두 상속받는 것에 대해 완강히 반대했다. 처음에는 그런 자식들이 돈만 밝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조금 더 과장해 말하자면 아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서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 재산을 탐내는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정 과정에서 본 그 자식들은 이혼 과정에서 아버지를 비난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 스스로 아버지를 거부했음에도 자신들에게 냉정한 아버지에 대한 소외감, 아버지와 돈독한 장녀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으로 이성적인 사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고, 아버지의 사랑을 객관적으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법정상속분만큼 상속재산을 받겠다는 속내였다.

필자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것이 아니라 거저 주어지는 상속재산이니 쉽게 일정 부분을 피를 나눈 형제에게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속인들은 (물론 재산을 많이 받는 것은 경제적 이익이니 좋은 것이고, 이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상속재산을 돌아가신 피상속인(아버지)의 상속인들에 대한 사랑의 징표로, 사랑의 두께로 여기고 있었다.

이런 상속인들의 태도는 비단 이 사건뿐이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발생한 상속 분쟁에서 매번 법정에서 “어머니는 나만 구박했고, 나에게만 인색했다”고 혼잣말을 하던 청구인이 본인의 상상과는 달리 다른 형제들이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 크게 없다는 것을 알고 형제들과 화해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피해의식이 있었던 청구인은 나도 자식이라고 큰소리를 쳐보고 싶었고 소송 과정에서 다른 형제들이 어머니로부터 미리 받은 재산이 별로 없고 유언도 없어 거의 비슷하게 분할된다는 것을 이해하고는 어머니가 본인도 딸로 여겼고, 나도 어느 정도는 사랑받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부모 생전에 그런 오해가 풀렸으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에선 이렇게 피상속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사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가 본인 사후에 본인의 분신인 자식들이 골육상쟁 할 것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자식들이 내 진심을 잘 알 것이니 별 일이 없겠지’라는 생각은 안일한 것이다.

본인의 진심은 가능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생전에 재산과 감정을 모두 정리할 수 있다면 사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상속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하면 절세 방안을 떠올리겠지만 필자는 상속을 준비하려는 어르신들에게 먼저 본인이 상속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묻고 싶다. 또 상속인들이 본인을 원망하면서 상속재산 다툼을 하길 원하는지도 말이다.

따라서 자식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재산은 비슷한 비율로 나눠주는 것이 좋다. 아무리 특별한 자식에게 다 주고 싶더라도 아예 다른 자식이나 상속인들에게도 최소한 유류분만큼은 나눠주고 그 나머지를 주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산을 남겨주는 것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넘겨주는 것이나 진배없다.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재판은 형식적으로 모든 상속인이 당사자가 돼야 하기 때문에 상속재산에 관심이 없는 상속인까지 청구인이든, 상대방이 돼야 한다.

이 사건은 필자에게 법리적으로도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장녀가 아버지에게 큰 힘이 됐지만 동거하면서 간병하지도 않았고, 재산 형성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니라서 이 정도로는 법률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장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비록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지만, 증거로 인정이 된다면) 아버지가 유언을 하지 않아 유언의 효력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증여 계약의 성립과 효과를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설령 이와 같은 내용을 기재한 유언자필증서가 있다고 한다면 일단 장녀에게 전 재산이 귀속됐다가 장녀가 다른 친족에게 증여하거나 사회에 기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친족과 사회단체가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절반을 장녀가 상속받고 다른 친족과 사회단체가 나머지를 유증으로 받는 것인지, 만약 장녀가 친족에 재산 일부를 나눠주지 않을 경우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인지, 과세당국은 일단 장녀에게 전체 상속세를 부과하고 친족과 사회단체에 재산 이동이 있다면 다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적으로 망인이 본인의 뜻을 명확하게 밝혀 놓았다면 사후 법률관계가 조금은 간명해졌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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