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및 증여세법’ 두고 여·야 온도차 극명
정부 “상속세 개편 본격 검토하겠다” 입장 표명

그간 정치권에서 가업상속공제를 두고 ‘부의 세습’과 ‘기업의 안정적인 승계’라는 상반된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과연 올해 세제 개편은 어느 쪽에 좀 더 무게추가 실리게 될까.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방향에 정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최소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매출액 3000억 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오너가 자식 등 상속인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재산에 대한 요건을 갖춘 경우 최대 500억 원(2018년부터 경영 기간 10년 이상 200억 원, 20년 이상 300억 원, 30년 이상 500억 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당초 이 제도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책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에서는 ‘세금 없는 부의 세습’으로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며 제도 확대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이후 여당 측에서는 상속세 강화를, 자유한국당에서는 완화 입장을 표방해 왔다. 이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계류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만 살펴봐도 양측 간 온도차를 느낄 수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기존 3000억 원에서 2000억 원 미만으로 축소했다. 상속세 공제율도 사업용 자산 전체(100%)에서 70%로 낮추고. 공제액 한도도 현행 200억~500억 원에서 100억~300억 원으로 줄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박 의원은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의 계속적인 유지 발전이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도입한 세제 혜택”이라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강화해 과도한 공제를 제한함으로써 세수 증가와 함께 과세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중소기업청장이 ‘명문장수기업’으로 확인한 중소기업의 피상속인이 2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한 기업의 경우에는 공제 한도를 현행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확대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우리 경제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창업 세대가 고령화됨에 따라 장기간에 걸친 건실한 운영으로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기여를 해 온 명문장수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 고용 유지 및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도 명문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1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추문갑 홍보실장은 최근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승계를 앞둔 중소기업들의 사기 진작과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인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65%)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6.6%)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실장은 “일본, 독일 등 OECD 주요국들은 장수기업들이 승계 과정에서 과도한 세금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상실하지 않도록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13개국)하고 있다”며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적용 대상과 요건을 완화하는 추세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가 상속세 인하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확대해주는 대신 수혜를 받은 기업 또한 국가의 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추 실장은 제시했다. 기술혁신 투자 확대와 고용 증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키게 하는 방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 역시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후계 승계 이후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해진다며 개선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은 지난 1월 7일 국회간담회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문제로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정부·여당 ‘상속세 개편’ 현실화할까
이런 흐름 속에 최근 정부가 기업들의 가업승계 걸림돌로 지적되는 상속세 개편을 본격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업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며 “적극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도 지난 1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가업상속세 개정안이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에 대해 “검토는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가업상속세가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과 지나치게 공제가 많아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며 “필요하다면 종합적 시각에서 용역을 줄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길지, 안 담길지는 나중에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정부와 여당은 재계의 건의와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해서 상속세 완화에 전향적인 입장도 보이고 있어, 재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상속세 세법 개정이 연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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