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에 탁월 및 혈액 맑게 해 피부가려움에 사용
화농, 발적, 통증, 여드름, 다래끼, 유선염 등에 응용

저는 십미패독산(十味敗毒散)을 활용하여 대상포진 및 입술포진(단순포진)에 도움을 준 경험이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시간이 지난 환자는 치유가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힘듭니다.
그런 어려운 환자들이 있는 반면에 급성이고 초기일 때 ‘십미패독산’을 사용하여 환자가 나은 경우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십미패독산은 ‘명나라 공정현의 만병회춘(萬病回春)’에 수록된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이라는 처방을 일본의 하나오카 세이슈가 200여 년 전에 변형시켜 만들어내었습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세계 최초로 유방암 마취수술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주장으로 서양에서는 그다지 인정하지 않는 듯합니다. 공식적으로는 1846년 미국 하버드대의 존 워런이 에테르를 사용하여 집도한 환자의 목 혹 제거 수술이 세계 최초의 전신마취 수술이라고 되어있습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통선산(通仙散)’이라는 마취제를 개발하여 어느 여인의 유방종양을 적출하는 수술에 성공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를 볼 때 하나오카 세이슈는 염증에 일가견이 있었던 듯합니다.
십미패독산은 옹저(癰疽) 즉 단단하게 똥글똥글 뭉친데 쓰면 좋습니다.
병명으로는 유선염, 임파선염, 중이염, 외이염, 여드름, 땀띠 등에 활용합니다.

일반적인 치법을 예를 들면

이는 발병 초기에는 발산제(發散劑)를 더 쓰는 걸 고려하고 3~4일이 지나면 내부 장기의 해독을 더 고려하고 간담 및 임파선의 순환을 더 고려해서 뭉친 걸 흩어주고 체력이 약하여 세포 재생이 느린 자는 피부 및 기육의 재생을 도와주는 약을 더 고려한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또, 본초를 예를 들면

임상에서는 시호제를 더 쓰거나 옹저(癰疽)를 강하게 치는 약을 더 쓰는 경우가 많겠고 거기에 반드시 혈을 보충하는 약을 고려합니다.
십미패독산(十味敗毒散)의 구성생약들을 보면 풍을 치고 뭉친 걸 터뜨리며 혈액의 농도를 맞추어서 혈액의 순환을 빠르게 회복시킴으로써 효과를 보도록 되어 있어서 체액이 마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5일 이상 드신다면 혈을 보하는 약을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ex) 십미패독산 + 온청음
   십미패독산 + 사물탕
   십미패독산 + 육미지황탕

십미패독산의 구성생약은
길경 : 천궁 : 시호 : 앵피 : 복령 : 독활 : 방풍 : 형개 : 생강 : 감초 = 3 : 3 : 3 : 3 : 3 : 2 : 2 : 1 : 1 : 1  인데 이들은 폐기관지에 써도 충분히 좋은 약들입니다. 약의 구성만 보아도 폐호흡기와 피부는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활(獨活)과 앵피(罌皮)를 보면

1. 독활(獨活)은 표(表)에 뭉쳐져 있는 걸 땀과 소변으로 흩어내어서 통증과 염증을 없애고 안으로 혈액의 농도를 고르게 하며 신온(辛溫)한 성질이라 차가운 기운을 풀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 감기몸살, 두통, 요통, 치통, 피부염, 부종에 사용합니다.

독활이 통증과 염증을 없애니 몸살 및 관절통, 근육통에 쓰는 것이고 피부에 모여 있는 걸 흩어내니 피부염에 쓰고 혈액의 농도를 고르게 하니 부종에 사용합니다. 혈액의 농도를 고르게 한다는 것은 부종만이 아니라 위의 모든 증상을 해결하는 키워드입니다.

약리
항염증 : 독활의 dichloromethane 분획은 0.05mg/ml에서 CINC(cytokine-induced neutrophil chemoattractant)를 50%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정신안정 : methamphetamine에 의한 흥분을 진정시키며  pentobarbital에 의한 마취효과를 연장시킵니다.

2. 앵피(罌皮)는 벚나무 속껍질로 기관지 질환이나 기침, 피부질환에 활용합니다.
앵피는 화피라고도 하며 피부 호흡을 도와서 피부를 반짝반짝 매끄럽게 만듭니다.

얼굴은 제양지부(諸陽之部)라 하여 모든 열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앵피가 뚫어주는 성질이 강해서 그 열을 발산시켜줍니다. 그러한 성질의 앵피에 형개(荊芥), 방풍(防風)이 함께 쓰여 여드름, 좁쌀 같이 피부에 촘촘히 나있는 피부염, 습진에 사용합니다.

또한, 같은 속껍질이지만 버드나무껍질에서 유래한 아스피린은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는데 반해 앵피는 위장기능을 좋아지게 만든다고 합니다.
다들 한 번 쯤은 봄에 벚꽃이 휘날리는 벚나무를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버찌가 바로 벚나무열매인데, 비록 앵피가 차가운 성질인데 반해 버찌는 따뜻한 성질이지만, 버찌차를 마시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하여 결혼 전 여성분들이 마셨다고 합니다.

서양 벚나무열매인  체리는 요즘 풍부한 안토시아닌, 멜라닌을 함유하여 항산화 기능과 소염작용, 정신 안정 작용 및 당뇨 등의 대사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각광받고 있습니다.

십미패독산은 이러한 벚나무 껍질인 앵피 그리고 독활에 형개, 방풍이 더해져서 혈액순환을 좋게하고 혈액을 맑게 하여 피부질환 및 피부가려움에 쓰며, 시호(柴胡), 길경(桔梗), 감초(甘草)가 소염 작용을 더욱 돕습니다.

일본의 본래 처방은 앵피가 아니라 박속이 들어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박속대신 앵피가 들어가서 피부의 풍사를 흩어주는 작용을 더 추구한 처방입니다. 일본에서는 앵피가 들어간 처방, 박속이 들어간 처방 두 가지가 다 나옵니다.

십미패독산을 병원 처방약의 개념으로 해석해본다면
세파클러 혹은 독시사이클린 + 이부프로펜 또는 록소프로펜 등의 NSAIDs + 아젤라스틴(Azelastine) + 모사프리드 등의 위장기능을 도와주는 약의 조합 + 알파
혹은 아시클로버 + NSAIDs + 위장기능 개선제 의 조합 + 알파로 그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십미패독산을 현대 약리학적인 측면으로 살펴보겠습니다.
kampo에 따르면 십미패독산에는 다음과 같은 약리작용이 있습니다.
 
1) 항염증작용, 면역조절 ⇨   IL-6 생산억제, TLR2 발현억제
작용이 있습니다.
IL-6 생산억제는 (박속, 감초, 길경, 복령,  생강)의 작용이고 TLR2 발현억제는 (박속, 감초, 형개)의 작용입니다.
2) 항산화작용 ⇨ ROS활성억제(박속, 감초, 형개)의 작용입니다.
3) 남성호르몬 대사효소 ⇨ DHT 생성효소 저해작용
(박속, 형개)의 작용입니다.

십미패독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으로 대사시키는 5α-reductase를 75% 억제하는데, 이것은 여드름의 표준 치료법인 항생제나 레티노이드제제(로아큐탄, 이소티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작용입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십미패독산의 대표작용인 항염증, 면역조절, 항산화, ​5α-reductase 억제 모두에 박속이 관여합니다.

그렇다면 박속은 무엇일까요?

박속(樸樕)은 상수리나무의 껍질로 설사를 멎게 하고, 결핵성 임파선염 및 악성화농성 종기에 효능이 있습니다.
때는 임진왜란 조선의 임금이었던 선조는 어기여차 의주로 피난을 갔었고, 의주에서는 도토리묵 밖에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궁에 돌아와서도 선조는 그 놈의 맛, 묵지리 맛있는 도토리묵의 맛을 잊지 못해 계속 수라상에 도토리묵은 올라왔고, 수라상에 오르는 나무라 하여 상수라고 사람들이 부르더니, 세월이 지나면서 그게 상수리나무로 불리게 되었다는 도토리묵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도 전합니다.
​그 상수리나무의 껍질이 바로 樸樕 박속이고 흔한 도토리 이지만 뭉친 걸 터뜨리고 림프의 흐름을 바르게 하는 그 효능에 한 결 고마운 마음을 품게 됩니다.

십미패독산은
발적(發赤환부가 붉고), 가렵거나 통증(痛症)을 호소하거나 종창(腫脹부어오르는)이 있는 두드러기, 알레르기성피부염, 여드름에 응용하며 분비물이 적은 포진(疱疹)에도 사용합니다. 그 외 염증성 질환으로 임파선염, 유선염, 다래끼, 비염, 중이염 등에 응용합니다.

ex)
임파선염 : 십미패독산 + 은교산
다래끼 : 십미패독산 + 배농산급탕
방광염 : 십미패독산 + 용담사간탕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