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등 방문해 의료체계 확인
대북제제에도 ‘보건의료’ 납북협력 최전선에서 역할 할 것

▲ 박명숙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사

“우리는 지원이 아니라, 협력이라고 해요. 시혜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면 안 돼요”
지난해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해빙모드로 진입하면서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대북제제에 따른 한계도 존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인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보건·의료분야 지원마저 매우 까다로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1997년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출범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지난해 11월 5년 만에 북한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등을 방문하며 남북 보건의료분야 교류협약의 시작을 알렸다.

방문 보건의료인 8인 중 유일한 약사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박명숙 이사를 만나 북한 방문에 대한 소회와 향후 남북간 보건의료 협약을 위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박 이사는 현재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Q.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1997년 6월, 북한 어린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약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보건의료인과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북한 어린이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를 결성했다.

이후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1년 6월 사단법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창립해 현재에 이르렀다. 보건의료인과 일반시민이 더불어 북한 어린이 의약품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펼치고 남북 보건의료인의 교류협력을 증진하여 바람직한 남북보건의료제도를 모색할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Q. 북한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이며, 주로 어떤 활동을 했는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2015년 12월 북송한 의약품, 초음파 내시경 등 그동안 보냈던 의료물자들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11월 북송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2차 물자(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북송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아울러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등을 포함한 향후 사업을 협의했으며, 변화된 북측의 보건의료 환경을 파악하는 등 향후 대북사업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보건의료전달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보건의료체계의 제일 밑에 있는 리(里)보건소 등을 방문했다.

▲ 박명숙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사가 북한의 치과위생용품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샘플로 받고 있는 모습

Q. 북한 의료기관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조제실의 경우 의약품은 잘 분류되어 있으나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열악한 상태에서도 규모 있게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조제약은 아직도 약포지에 싸주고 있었다.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은 직원이 70명에 하루 평균 방문 환자가 100명 정도라고 하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최근 북한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때문에 전 병원에 통신망을 설치하고 있었으며, 향후 환자 치료대책을 세우기 위해 원격의료시스템을 적극 도입한다는 방침이 새로웠다.

정성제약공장도 방문했다. 수액제 생산시설, 알약 생산시설, 교갑 생산시설, 주사제 생산시설, 생물학적제제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었으며, 모두 GMP 인증을 받은 상태였다. 또 전산화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제품 전시실에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Q. 그동안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방문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이 방문을 허락했는데, 북한의 반응이 어땠는가. 
이번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방문이 보건의료단체로서는 유일한 방문이었다.
정부와의 관계로 지원이 중단된 데에 대해 북한 측도 많이 아쉬워했다. 본부는 만경대어린이병원에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북한은 의약품 부족이 있기 때문에 제약파트에 대한 제안이 끊임없이 있었다. 제약회사를 짓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선뜻 나서지 못했으나 지원본부는 정부 당국 간 협력 속도에 맞춰 민간단체로서 남북 보건의료 협력 사업을 해나갈 것이다.

Q. 그러나 대북제제에 따른 한계가 여전히 있다.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보건의료 파트는 인도적 지원에 속해서 노력만 하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허용할 뜻을 비쳤기 때문에, 남북 협력이 최전선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 중 보건의료 파트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제제 때문에 못 한다”고 하지 말고 “우리가 그 길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평양적십자병원 현대화사업에 참여할 생각이다.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경제적 기회를 우리에게 줄 수 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경제적인 확장을 넘어서 시각의 확장이 일어날 수 있다. 사고의 유연성과 확대,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남북이 협력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자립할 수 있는 복구의 선까지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이는 동정심이 아닌 결국은 ‘우리’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이 아니라 ‘남북 협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의약품 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보건시스템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돕기도 하고 도움도 받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삶과 경험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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