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200여개 대기업 전수 검증 결과, 36건 위반
‘편법 증여’ 활용 탈세 사례↑, ‘17년 기준 204억 원

법적으로는 합법, 도의적으로는 글쎄
하림의 편법 증여 논란은 아직도 핫한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하림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김홍국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하림그룹의 두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를 거느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비상장 기업 올품의 지분 100%를 김준영 씨에게 증여하고, 아들 준영 씨가 증여받은 올품 주식 30%를 유상감자해 증여세 100억 원을 납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 회장이 올품 주식을 2세에게 증여하고 하림그룹의 일감을 올품에 몰아줘 주식 가치를 키우고, 증여세는 회사 돈으로 부담한 것이 돼 10조 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으면서 준영 씨는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는 칼을 뽑아들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기업 및 대자산가의 탈세 및 편법 증여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과세 강화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국세청과 국민연금 등도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과 각종 갑질·횡포 등에 적극 대응해 왔다.

일례로 국세청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편법 증여’에 대한 전수 검증 결과 410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지난 9월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익법인 전담팀을 가동해 200여 개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을 실시한 결과, 36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공익법인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식을 세법상 허용되는 보유 비율 이상 보유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임직원으로 채용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은 동일 법인의 주식을 5% 초과 보유한 경우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경우 총재산가액의 30%를 넘어서면 안 된다. 다만 이사 중 특수관계인의 비율이 20%를 넘지 않고 전용계좌를 사용하는 등 법적인 8가지 요건을 충족한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동일 기업 주식을 10~20% 보유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출연재산 등을 변칙 사용하고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을 계속 실시할 계획”이라며 “검증을 통해 편법 상속·증여를 사전에 차단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부동산 사전증여 러시
국세청의 편법 증여 ‘레이더망’이 점점 더 촘촘해지고 강도 높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편법 증여를 활용한 탈세 사례도 증가한다는 것. 실제로 고액의 전세금을 부모가 자녀 대신 내주고도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 적발돼 추징된 세액이 한 해 2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국세청과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서구)에게 제출한 ‘고액 전세 편법 증여 자금출처 조사 현황(전세금 10억 원 이상 대상)’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고액 전세금을 이용한 편법 증여 적발 건수가 101건에 달했으며, 204억 원(건당 2억 원)의 탈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3년 국세청이 전세금 변칙 증여 조사를 실시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고액 전세 편법 증여 적발 건수는 2013년 56건에서 2014년 50건, 2015년 62건, 2016년 87건으로 점차 증가하다가 지난해에 101건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추징액도 2013년 123억 원이었던 것이 2017년엔 204억 원으로 5년 새 약 65%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유형 중 탈루 사례가 많은 부동산 취득자금 편법 증여 등에 대해서는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자금 조성 경위를 끝까지 추적하고,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세금 추징은 물론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의 탈루 행위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유 부동산에 대한 합리적인 증여 플랜 퍼즐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즉시 증여’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회계사는 “부동산처럼 가치가 변동되는 자산은 저렴할 때 증여할수록 유리하다. 일단 저렴하게 증여한 뒤 시세 상승 시 수증자(자녀)가 그 시세차익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향후 가격 상승이 될 거라는 확신이 서는 ‘알짜 주택’의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 저점이라고 판단되는 순간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대표적으로 꼽히는 절세 방법이다. 부담부증여는 증여자의 증여재산에 담보된 채무를 수증자가 인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담보대출 채무나 부동산 임대차보증금반환 채무를 수증자가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증여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게 돼 증여세 과세표준액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고, 세율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다만 증여를 한 부모는 경우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양도한 채무는 반드시 증여를 받은 자녀가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채무를 증여받은 자녀가 아닌 부모가 대신 상환하면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다. 따라서 자녀가 채무를 직접 상환할 수 있도록 임대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가 등을 먼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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