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이 오늘(4일) 치러진 가운데, 의료계를 중심으로 직역을 뛰어넘는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대책 방안'을 촉구하는 등 재발방지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대한정영의과의사회 "의료인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먼저 대한정형의과의사회는 '의료인에 대한 부정적 묘사'부터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나 언론에서 집단의 이익만을 좇는 이기적인 직종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병원에서 폭력사태는 수백건에 달하며 의사라면 누구나 진료실과 응급실에서 폭언과 폭력행위에 노출되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환자를 보는 것이 두려워질 정도로 현 의료현장에서의 폭력사태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에는 이러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상황들이 조장되고 있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는 돈만 아는 속물, 의료사고를 은폐하는 범죄자로 묘사되고 있다. 원인 제공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심신미약이나 주취등이라 해도 관용없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벌금형이 아닌 구속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준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 사건에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의료인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응급실에만 국한할 것이 진료현장 전반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인을 속물적이거나 부패한 집단으로 희화화하는 드라마, 영화를 명백히 반대하며 이를 저지할 것”이며 “의사들을 이익만을 좇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편협된 언론기사를 자제해 주기를 요구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의사회 "진료거부권 보장 필요"

경기도의사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의 의료를 비정상'이라며 다소 자극적인 말로 표현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대한민국 사회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각종 영상 매체에서 미화, 조장하여 진료 현장 폭행 범죄를 부추겨왔다."며 "환자 단체의 안기종씨는 '대한민국 환자의 90% 이상은 의사를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며 폭력이 두려우면 어떻게 의사를 하느냐?' 망언까지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사에게 거의 신과 같은 수준의 막중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진료하는 폭행은 방치되어 왔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환자가 흉기를 숨기고 진료실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신체 수색 과정이 없었고, 임 교수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그야말로 의료인은 목숨 내놓고 진료해야 하는 대한민국 진료실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규탄했다.

경기도의사회가 내놓은 대책은 이렇다. 의료기관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금속탐지기 등 신체 수색 의무화, 충분한 경비 인력 배치 및 경찰 비상 출동 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한 종합적 진료실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 특히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을 법제화하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진료 중 순직한 (故)임교수께 경찰관, 소방관 순직에 준하는 유가족 예우를 시행할 것"을 주장하며 "복지부는 의료인 폭력을 미화하고 조장해 온 안기종씨를 건정심을 포함하여 의료 현안에 관계된 모든 복지부 산하 위원회에서 즉각 해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인 폭행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 처리에 있어서 진료실 위협이나 폭행 범죄에 대한 형량 하한선을 두어 벌금형을 삭제하고 실형 원칙으로 하며, 반의사 불벌조항을 삭제하여 조속히 입법하라"면서 "의사와 신뢰관계가 상실된 환자에 대한 의사의 직업수행자유에 의한 진료거부권을 의료법에 보장하라"고 토로했다.

간협 "처벌강화, 의료시설 전반으로 확대돼야"

대한간호협회 역시 고 임세원 교수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직접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에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깊은 슬픔에 잠겨있을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분야 권위자로 자살 예방에도 힘써 온 임세원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은 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전체 의료인의 큰 아픔이자 충격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를 비롯한 우리 의료진들은 폭행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며 “최근 응급실 내 폭력사건이 잇따르면서 보안인력 의무화와 처벌강화 대책이 마련됐지만, 임세원 교수의 죽음으로 이런 조치가 응급실 뿐 아니라 의료시설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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