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이슬 기자

오는 2050년 연간 1천만 명에 달하는 감염병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위해 정부 차원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를 신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대한항균요법학회(이하 학회)는 13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생제 내성극복을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과 중소병원과 장기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지원을 확대한다고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하루 1,000명당 34.8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으며, OECD 36개국 중 세 번째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6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수립을 추진하고, 2020년까지 감기에 처방되는 항생제를 50%, 전체 항생제 사용율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개선 및 확대 필요
항생제관리분과 배현주 위원장(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항생제 스튜어드십(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의 개선 및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 배현주 항생제관리분과 위원장(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 김이슬 기자

배 위원장은 “우리나라 병원의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은 감염내과 전문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나 이들의 수가 충분하지 못하고 감염병 환자 진료, 타과 발열질환 자문, 병원감염관리 업무 등 업무를 겸직하고 있으므로 병원의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항생제 적정사용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할 뿐 아니라 개별 환자의 항생제 치료의 성과를 개선시키므로 환자의 안전에도 지대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국가적으로 확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구체적인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영국 보건국은 적정 항생제 사용 교육 프로그램과 처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하여 국가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데 성공한 실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장기요양병원 감염관리 지원 절실
한편 정부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원급 의료기관, 중소병원, 요양병원 등에서는 해당 정책의 힘이 뻗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내성균 보균의 현황조차 파악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

내성균관리분과 엄중식 위원장(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도 내성균 환자 감염관리를 위한 시설 개선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엄 위원장에 따르면 요양병원과 중소병원 등은 제한된 격리병상과 부족한 인력, 소모품 부족, 환자와 의료인의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다제내성균 발생 시 전파 위험이 매우 높고, 전파 차단이 어렵다.

▲ 엄중식 내성균관리분과 위원장(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 김이슬 기자

이에 엄 위원장은 “다제내성균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감시에 필요한 배양 검사와 유전자 검사에 대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 격리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하고, 보균자 전원이나 이송 시 선제적 격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시설과 인력, 즉 요양, 급성기 병원의 감염관리 시설 개선이 필요하며, 병상당 의사 및 간호인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충원해야 하는 등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법부처간 통합적 인프라 구축 필요
항생제 내성균 문제 해결을 위해서 사람-동물-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석훈 원헬스분과 위원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5개 정부 부처(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참여하는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사업’이 과기정통부 국가과학심의위원회로부터 예산심의를 통과했으며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 정석훈 원헬스분과 위원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사진= 김이슬 기자

정 위원장은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사업은 예산, 운영체계, 조직, 인력을 포함하는 범부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데 현재 복지부만이 질병관리본부 약제내성과 1개과를 배치하고 있다.”며 “다른 부처에서는 연구직 1~2명만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대대적인 보강·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데,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도록 의료인과 일반인 대상 교육을 통해 항생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농·축·수산, 환경 분야를 포괄하여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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