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법 통해 식적 소도시켜 담과 어혈 제거
담음과 식체, 어혈증상 개선해 소화불량에 효과

1. 연라환

약국에서 사용하는 한방 소화제는 소체환, 안중조기환, 연라환, 평위산 등 다양합니다.

지난 번에 평위산을 소개해 드렸고, 이번 회에 소개할 약은 연라환입니다. 연라환은 식체(위체), 소화불량을 그 치료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소화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옆구리가 아프고(어혈) 명치 밑이 쓰리고(식적) 머리가 어지러운 것(담음)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왠지 우리가 소화효소제로 사용하는 약들과는 다른 효과가 있을 거 같은데요?

사혈과 담음, 식적을 개선한다고 하니 이 말의 의미를 한 번 살펴봐야겠죠?

1)식적의 치료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적체되면 한방적인 방법으로는 토법과 하법, 그리고 소법으로 제거합니다.

토법과 하법은 효과가 빠르고 좋지만 체력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폭음이나 폭식으로 인한 급성 적취의 제거에 적합하고, 소법은 음식을 분해시켜 사라지게 하듯 형체를 없애 버리는 방법입니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으로 인해 답답한 부위가 중완(中脘)이면, 토법과 하법으로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도(消導)방법으로 식체를 제거합니다.

또 비위의 기능이 약해서 소화를 못해 생긴 식적은 하법과 토법이 비위의 기능을 더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도법을 통해 제거합니다.

식적을 없애는 약물은 다양한데, ▲산사는 단백질과 지방질의 소화에 도움이 되고, ▲신곡은 주적에 뛰어나며, 맥아와 곡아는 쌀과 음식의 적체에 도움이 되고, ▲내복자는 밀가루 음식의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또 사향과 육계는 채소나 과일의 적체에 좋습니다.

2)담음

수습을 운화하는 비(脾)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수액의 순환과 배설에 장애가 발생하면 수액은 인체를 정상적으로 자윤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쌓여 병리물질이 됩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쌓인 수액을 ‘담음’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탁하고 끈적거리고 걸쭉한 것을 담(痰), 맑고 투명한 것을 음(飮)이라고 합니다.

담음은 열이 있으면 색이 짙어지고 걸쭉해지고, 열이 없으면 묽고 백색을 띱니다. 열이 많은 상태의 담음은 열담이라 하여, 청열화담제를 사용하는데(성질이 찬 약물로 담을 삭힘) 절패모, 과루인, 담남성, 천화분 등을 사용하고, 그 반대인 한담을 제거하기 위해선 온화한담(따뜻하게 해서 담을 제거)해야 하는데, 건강, 세신, 반하, 진피, ▲개자, ▲내복자 등을 사용합니다.

3)어혈
어혈은 일종의 병리적인 산물로 각종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액순환장애를 말합니다. 외부요인으로는 외상이나 한사로 혈액이 응고돼 생기는 어혈이고,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순환장애 및 혈액의 노폐물 등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어혈은 통증을 유발하고, 야간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으며, 피부 밑에 푸르스름한 반점이나 종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경중에 따라 단삼, 산사, 우슬, 목단피, 작약, 익모초, 택란 등의 가벼운 혈액순환제 부터 ▲도인, 홍화, ▲삼릉, ▲아출, 유향, 몰약 과 같은 강력한 파어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2. 연라환의 성분
그럼 다시 연라환으로 돌아가 볼까요? 연라환은 향부자, 청피, 오수유, 황련, 치자, 개자, 봉출, 삼릉, 도인, 내복자, 신국, 산사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향부자와 청피
기 순환을 도와 장부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

2) 오수유와 익지인
따뜻한 성질의 약으로 혈액과 위장을 데워서 순환이 잘 되게 도와준다.

3) 치자와 황련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열과 흥분을 효과적으로 완화

4) 개자
기를 잘 순환되게 돕고 담을 제거합니다.

5) 봉출, 삼릉, 도인
어혈을 제거해 혈행을 개선시켜 줍니다.

6) 내복자, 신국, 산사자
무 씨를 말리거나 초해서 쓰는 것으로 위장기능을 촉진하고 위 배출능력을 올려줍니다.

7) 신국

신국(신곡)은 밀가루 또는 밀기울, 적소두, 행인니(杏仁泥), 도꼬마리즙, 버들여뀌즙 등의 재료를 반죽하여 누룩같이 만들어 짚이나 마대 또는 삼잎으로 싸서 온실에서 발효시킨 것입니다.

왠지 효모균, 정유, 배당체, 전분, 지방유, 비타민B군이 많이 함유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효소덩어리란 뜻이죠).

따라서 연라환은 담음과 식체, 어혈증상을 개선하는 약이 되며,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에 효과적인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체하고 복통이 오는 환자가 있다면 신경성 소화불량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혈과 담음으로 인한 식적으로 판단하고 연라환을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회에 소개한 평위산이 위장의 습을 제거해 위의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라면, 이번 주에 소개한 연라환은 식적을 소도시켜 담과 어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환자에게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약을 추천한다면, 임상적으로 실패할 일이 적어집니다.
다양한 증상에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약을 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위장관계에 작용하는 약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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