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포털사이트를 장악했던 단어가 있다. 바로 ‘미투(Me too)’다.

그저 ‘연예계’와 ‘문화·예술계’에서만 발생하는 일인 줄 알았던 ‘미투’ 사건이 의료계까지 강타하면서 의료계도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건은 강원대학교병원의 수술실 간호사 37명이 의료연대본부에 19쪽 분량의 글을 전달하면서 밝혀졌다. ‘수술시 고충’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혹시 모를 보복에 대한 우려가 가득하면서도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용기를 낸 선배 간호사들의 간절한 외침이 담겨있었다.

병원은 의사-간호사, 선배-후배 등 권력관계가 뚜렷하다. 또한 트러블이 생겨 병원을 나왔을 경우, 다른 병원에 재취업을 하기 힘든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성폭력 및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조용히 묻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용기를 낸 자(者)들의 등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성희롱, 간호사로서 모멸감
간호사들이 제출한 ‘수술실 고충’에는 촌각을 다퉈 생명을 살리는 병원 수술에서 행해진 의사들의 성희롱, 폭언 및 폭력 등의 추악한 만행이 담겨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회식에 불러 억지로 옆에 앉히고 허벅지와 팔뚝을 주물렀다. 장기자랑을 시켰다. ▲섹시한 여자가 좋다며 간호사들에게 짧은 바지를 입고 오라고 말했다. ▲수술 도중 순환간호사가 고글을 벗겨 주려하자 얼굴을 들이밀며 뽀뽀하려는 행동을 취했다. 수술용 가운을 입혀 줄 때 껴안으려 했으며, 근무복을 입고 있을 때 등 부위 속옷부분을 만졌다. ▲제왕 절개 수술시 수술을 하는 중간에 본인 얼굴에 있는 땀이 나면 수술에 들어가 있는 소독간호사의 어깨, 팔, 목 등에 닦았다. 모멸감을 느꼈다 등의 상황이 적혀있다.

심지어 야간 응급 수술 후 모 교수는 샤워 후 옷을 입지 않고 탈의실로 나와 있어 문단속을 하러 간호사들이 노크를 하고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하지 않아 간호사들이 모 교수의 나체를 보게 된 일도 있었다.

의료연대본부는 즉각 비판에 나섰다.
의료연대본부는 “온갖 종류의 성희롱 속에서도 이들은 여성으로서, 간호사로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며 “미투로 세상이 바뀌었다면 이제 병원도 바뀌어야 한다. 강원대병원은 폭로된 성범죄의 진상조사에 즉각 착수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의료연대본부는 원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접수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접수할 예정이다.

수술실 안 “욕설과 짜증이 난무”
또한 해당 간호사 37명은 미투 운동에 이어 도를 넘어선 의사들의 ‘갑질’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간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술 중 반말은 기본이며 수술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욕설과 짜증을 당연하다는 듯 간호사에게 쏟아냈다. 게다가 수술 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가 간호사 책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강원대학교병원은 “수술실 간호사가 제출한 청구서에 대해 수술장 근무환경 개선 전담팀을 중심으로 적극 개선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2차적인 피해나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간호사 탈의실 ‘몰카’ 온라인 또 유포
사실, 이러한 ‘미투’ 관련 사건은 강원대병원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민주노총 서울대병원분회 역시 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탈의실 불법촬영, 소위 ‘몰카’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서울대병원 간호사 탈의실 ‘몰카’ 사건은 2015년 즉, 3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다. 노조 측은 당시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쯤 촬영된 몰카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영상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10여명에 달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사건 발생 당시 병원 측에 사건 처리를 위임했고 서울대병원은 서울동작경찰서에 고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2개월 만에 수사가 종결됐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병원과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불법영상에 대한 단속조차 미비해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들과 노조는 당시 경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병원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 2015년 몰카 동영상이 지난 7월 해당 병원의 간호사 탈의실을 찍은 또 다른 영상들과 피해자들이 다시 온라인에 유포되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은 재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최근 동영상이 다시 유포되고 있어 피해자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새롭게 드러난 영상에서 추가 피해자들이 확인된 상황인 만큼 병원 측에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병원은 먼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측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경찰 조사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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