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회사의 xx 질환 임상시험 실패”

제약, 바이오 업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제목의 기사를 많이 접해 봤을 것이다.

보통 이런 기사가 났을 때는 당일 또는 다음날에 그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거나 심하게는 폭락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시험이 실패했으니 그 회사의 미래가 어두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비단 이것은 특정 회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경우 고정적으로 연 매출의 10~20%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하지만 엄청난 투자 규모에 비해 신약 개발의 성공률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신약 개발은 왜 이렇게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일까?

신약 하나를 개발할 때는 평균 10년에서 15년 정도가 소요된다.

크게는 신약 후보물질의 탐색,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시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으로 그 단계를 나눌 수 있다.

보통 1상, 2상, 3상으로 나누어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기간 중 대부분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임상시험이 끝나면 제약회사는 식약처, FDA와 같은 규제 기관에 신약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고 규제 기관의 최종 허가를 받으면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임상시험 1상, 2상, 3상, 그리고 규제 기관의 허가, 임상시험부터의 단계만 놓고 본다면 총 4단계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 4단계에 대해 미국 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에서는 2016년에 ‘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Biomedtracker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9,985개의 사례를 분석하여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되었던 임상시험 및 허가 과정의 각 단계별 성공률을 분석한 것이다.

어떤 질환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임상시험 1상 63.2%, 임상시험 2상 30.7%, 임상시험 3상 58.1%, 규제 기관의 허가에서 85.3% 의 성공률을 보였다.

이를 다 합치면 임상시험 1상부터 규제 기관의 최종 허가까지의 성공률은 9.6% 밖에 되지 않는다.

임상시험 돌입 이후의 성공률이 9.6% 밖에 되지 않으니 임상시험의 전 단계, 후보물질의 탐색과 전임상시험에서의 성공률을 합친다면 전체 성공률은 9.6% 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다.

임상시험의 각 단계별 성공률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임상시험의 단계별 목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임상시험 1상은 후보 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1차 목표이다. 물질의 효과보다는 사람에게 투여해도 될 만큼 안전한지를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심각한 안전성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보통 2상으로 넘어가게 된다.

임상시험 2상은 소수의 대상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후보 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단계이다. 유효성과 안전성 두 가지 모두를 본격적으로 검증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의 전 과정에서 가장 성공률이 낮다.

유효성의 측면에서는 기존에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있다면 그 치료제와 비교하여 더 나은 효과가 있음을, 치료제가 없다면 가짜 약(Placebo)보다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안전성의 측면에서는 1상에 이어 발견되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임상시험 3상은 다수의 대상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다시 한 번 평가하는 단계이다.

1상과 2상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으니 성공률은 2상보다 좀 더 높겠지만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므로 여전히 실패의 위험성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신약 개발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에 연구 개발이 중단된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리타가 그 예이다.

올리타는 임상시험 3상 자료를 추후 제출한다는 조건하에 임상시험 2상 자료만으로 2016년 5월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 경쟁약이 출시되어 올리타의 임상시험 3상 진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였다.

또한 임상시험 3상을 끝낸다고 하더라도 경쟁약보다 늦게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개발 중단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에 있어서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이 신약 개발의 길은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그 성공률이 10%도 되지 않는다면 실패는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이지 않을까?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도전하지 않는다면 성공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서 다음번에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신약 개발의 노하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신약 개발의 험난한 길을 걷는 모든 제약회사들에게 실패에 대한 비난과 실망보다는 도전에 대한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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