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김상봉 과장, (사)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이 식약처의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치료제 발표시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김이슬 기자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 시기를 두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달리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확인돼 제품 회수 중임을 발표함에 따라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에 대해서도 잠정적인 판매중지 및 제조·수입 중지 조치를 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7일은 주말이다. 때문에 식약처의 발표 시기를 두고 관계자들은 물론 국민들은 일제히 비난했다. 국민의 건강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주말이 아닌 평일에 발표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27일 국회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발사르탄 사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식약처의 발표 시기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교실 이형기 교수는 식약처의 신속한 초동 대처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식약처의 성급한 발표는 과거 ‘살충제 계란’ 사건 등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이번 대응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식약처의 위기 방식이 세련되면 더 좋았겠지만 개인적으로 주말에라도 발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면서 “단, 이틀 만에 품목이 감소한 데에는 일관성이 결여되면서 신뢰성을 잃게 됐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번 식약처의 대응에 ‘대책 없는 섣부른 판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정하 의무이사는 “사태를 수습하는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으로서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에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주말 발표, 이틀 뒤 해당 품목 축소는 환자와 의료기관에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에서는 의협 지침에 따라 환자들에게 연락해 재처방을 실시하고, 본인부담금 면제 등을 실시했다.”며 “해당 제품을 복용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들에게도 문자를 보내 불안감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의료기관이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또 “하지만 사건 발생 초기부터 노력한 의료기관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책임져야할 기관은 따로 있는데 부담은 전부 의료기관의 몫인 불합리한 상황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느냐”며 토로했다.

소비자권익포럼(사) 조윤미 운영위원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

조 위원장은 “발표시기가 토요일 정오다. 혈압약은 토요일, 일요일도 먹어야 하는데 주말에 어쩌란 말인가. 의사와 상의를 하려면 주말에 응급실에 가라는 소린데 불가능하다.”며 “아마 식약처는 주말을 이용해 시간을 벌어 추가적인 조사작업을 하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환자 600만 명은 주말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격분했다.

이어 “식약처는 월요일 새로운 리콜리스트를 발표했다.”며 “주말 동안 불안해하고 약을 들고 고민한 고혈압 환자들을 또 한 번 바보로 만든 셈이다. 하루 이틀 빠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식약처는 부정적인 시선에 공감하지만 어디까지나 ‘환자’를 생각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김상봉 과장은 “주말에 발표함으로써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지만 다른 측면을 얘기하고 싶다.”며 “과거 수없이 발생한 문제의 의약품 역시 정보의 전파가 논점이 되면서 이번 발표 시기를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주말 중에도 새롭게 진단을 받아서 처방 받는 환자도 있을 것이고, 휴일 진료를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빠른 발표로 인해 해당 제품을 알고 피할 수 있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그 부분까지 감안한 것이다. 단 그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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