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한 번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임상시험에 참여해서 “며칠 입원만 하면 꽤 많은 비용을 준다더라, 별로 힘들지 않다더라.” 등 인터넷 상으로도 그리고 주변에서도 들리는 이야기가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해볼까? 하고 귀가 솔깃해 지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괜찮을지 걱정이 되기도 할 것이다.

과연 임상시험은 안전한 것일까, 아니면 위험한 것일까?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임상시험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이란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유효성(대상 질환에 대해 효과가 있는가)과 안전성(사람에게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한가)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크게 1상, 2상, 3상의 3단계로 나누어진다.

임상시험 1상에서는 소수의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후보 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며, 2상에서는 소수의 대상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3상에서는 다수의 대상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다시 한 번 평가하게 된다.

임상시험 1상의 경우 동물 실험을 거쳐 사람에게 처음으로 후보 물질이 투여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임상시험 대상자 입장에서는 다소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은 이미 식약처의 허가를 얻고 시판 중인 약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시판 의약품의 복제 의약품(제네릭 의약품, Generic Drug)을 개발하고자 할 때, 제네릭 의약품이 시판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시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을 건강한 사람들에게 투여한 후 채혈을 해서 혈중 약물 농도를 비교하는 것으로 임상시험에 비해서 전체적인 진행기간은 짧은 편이다.

시판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통해 이미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므로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려진 정보가 많고, 신약 후보 물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편이다.

즉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은 임상시험 1상 또는 생동성 시험인데, 이 두 시험은 안전성의 측면에서 보면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 1상의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아주 작은 용량부터 시작하여 용량을 조금씩 올려가며 시험을 진행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라는 용어에는 문제점이 많다.

아르바이트라는 말 자체가 금전적 보상을 앞세우는 듯한 어감이라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임상시험이라는 용어도 사실은 생동성 시험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임상시험과 생동성 시험은 그 의미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꿀 알바인줄 알고 임상시험 참여했다가 수십 명 사망’ 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기사의 내용상 꿀 알바는 생동성 시험을 지칭하는 것이었고, 수십 명의 사망은 임상시험 1상, 2상, 3상, 생동성 시험의 모든 사례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저 수십 명 중 생동성 시험으로 인한 사망자는 아마 없을 가능성이 높다.

생동성 시험이 임상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생동성 시험에 참여한다고 해서 본인에게 부작용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제약회사는 의약품 시판 후에도 계속해서 부작용 정보를 수집하게 되는데, 임상시험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이 시판 후에 보고되는 사례도 꽤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역시 이 약을 먹고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맹신해서도 안 된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어디까지나 아직 검증 단계에 있는 후보 물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상시험/생동성 시험에 참여하게 될 건강한 사람들과 환자들 모두는 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Risk)과 이익(Benefit)을 비교 분석하여 참여 여부에 대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특히 부작용의 경우 기존에 알려진 것은 무엇인지, 빈도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연구자와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실제로 발생하였을 때 어떤 치료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도 미리 알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임상시험이든 생동성 시험이든 식약처의 승인을 위해서는 Data 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험 대상자 모집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환자 또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임상시험, 생동성 시험에 대한 정보를 주고 참여를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으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결국 대상자 본인이다.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고 신중하게 고려했을 때 본인의 이익이 제약회사의 목표와 시험을 통한 Data 확보와 부합한다고 판단된다면 임상시험, 생동성 시험의 참여는 서로에게 Win-Win 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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