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특성 파악해 환자에게 맞는 약국 인테리어 구성
환자 체질과 생활습관 상담으로 최적의 건기식 추천해줘

▲ 한기숙 혜민약국 대표약사/ 사진=유은제 기자

서울 도봉구의 대로변을 지나 조용한 골목길을 100m 정도 들어가면 혜민약국을 볼 수 있다.

주변에 병원이 없는 주택가, 아이들이 많을 것 같지도 않은 분위기의 동네에서 혜민약국은 주민의 건강지킴이로 묵묵히 32년간 한자리를지켜왔다.

혜민약국의 한기숙 약사는 “옮길까 생각도 해봤지만 주변에 상권이 크게 자리 잡고 있지 않아 주민들이 언제든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한 자리에서 30년 이상 약국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람중심 인테리어로 사랑방 역할
혜민약국에 들어서면 따뜻한 느낌이 든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목재와 하얀색으로 통일된 약국이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일반 약국의 경우 환자 대기 장소에 의자가 놓여있지만혜민약국은 왼편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으며 오른쪽에는 약 40cm 정도 높이의 나무마루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오랜 한옥의 대들보와 서까래 분위기의 목재가 하얀천장을 꾸미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 약사는 “한약과 양약 모두 다루기 때문에 전통과 서양식을 한데 어울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동네 주민들이 장기처방을 받는 어르신들과 다중약물을 복용하시는분들이 많아 불편함을 해소하고 철저한 복약상담과 약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나무마루는 투명아크릴벽으로 둘러져 있어 계절마다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나이 드신 분들은 처방 받은 약을기다리는 동안 편히 앉거나 누워 쉴 수도 있다.

벽을 타고매대를 배치한 혜민약국은 마루의 주변에도 매대가 있어편히 앉아 제품을 보고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환자 개인의 이야기가 외부로 노출이 되지 않고 가까이 대면해 복약상담을 할 수 있도록 나무마루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테이블을 두고 환자와 약사는 체질과 식이요법, 약물 복용 등 오랜 시간을 할애해 복약상담을 한다. 한 약사는 “약을 주는 것으로 약사의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복투약이나 투약 방법 등이 헷갈릴 수 있어방문 시 항상 복약순응도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매대는 소비자가 판단하고 사는 제품들은 입구와 카운터주변으로 진열하고, 건기식 제품은 약제 원재료에 따라 분류해 매대에 진열했다.

한 약사는 “건기식이라고 누구에게나 다 맞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약제의 원재료에 따라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없는 것이 따로 있어서 환자의 상황에 맞게 구별해 추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도부터 체질학을 공부해온 한 약사는 건기식이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약사로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복약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운터에서 보이는 조제실 일부도 눈에 띈다. 양약과 함께 한약장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한약파동 이후 위축된한약제제를 한 약사는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 한약을 지으려면 한의원을 많이 가고 요즘사람들의 입맛이 쓴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꼭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는 포 단위의 한방제제를 조제하고 쓴맛을 덜 느낄 수 있도록 과립제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팁”이라고 말했다.

한약제제를 다루지만 한약 냄새는 나지 않는다. 그는 약국 천장에 배치한 참나무 장작을 가리켰다.

참나무가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어 방향제나 탈취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생활밀착형 약료 서비스 제공
혜민약국은 ‘혜민서’에서 따왔다. 조선시대 의약으로 서민을 치료하듯 한기숙 약사도 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때문이다. 4년 전 오래됐던 건물을 새로 짓게 되면서 다른곳에서 약국을 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는 계속 한 자리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는 “세이프약국처럼 이곳에도 생활 밀착형 약국이 필요하다.”며 “동네에 오래 있었던 만큼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이나 생활습관을 알고 있어 올바른 약의 복용과 생활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약사의 철저한 복약지도 때문일까 취재 중에도 이전에 처방받은 약을 조제한 환자에게 현재 상태와 어디 병원을 가야할 지 문의하는 전화가 오거나, 자식이 사온 건기식이 자기가 먹어도 되는 약인지 물어보기 위해 방문하는 환자도 있었다.

한 약사는 “한약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처방에 매달리는 상황이 한약제제 사용 감소로 이어졌다.”며 “연수교육과 연구 및 처방모델을 마련해 후배 약사들을 교육하고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 약사는 앞으로도 약사로서 남고 싶다고했다.

그는 “주민에게 약제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을 전달할 수있는 약사로 남고 싶다.”며 “생활 가까이에서 그들에게 약물강의와 잘못된 약물복용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 등 동네에서 찾아가는 복약지도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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