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지고 막힌 것을 펴주는 유연화제
기의 흐름을 통해 통증 및 뇌질환에 다양하게 응용

1. 오약순기산의 효능
오약순기산(烏藥順氣散)의 조문 하나를 봅시다.

오약순기산의 순(順)자를 보면, 머리 혈(頁) 왼쪽에 세 개의 통로(川) 가 있죠?
저는 이것을 ‘①신경 ②혈관 ③림프 및 글림프’로 해석합니다.

이 세 개의 흐름이 원활해야 인체의 컨트롤 타워인 두뇌의 감각령과 운동령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뇌의 각 부위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이 서로 조화를 이뤄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오약순기산은 일반적으로 중풍, 중풍성 언어 장애 및 유연(流涎)·안면 신경 마비, 안검경련, 사지경련, 마비, 견갑통(肩胛痛), 각기통(脚氣痛), 사지 관절통, 신경통, 흉협자통(胸脇刺痛), 대상포진 후 통증에 씁니다.

오약순기산은 어깨 통증에도 잘 듣고 손가락이나 팔이 구부러졌는데 안 펴질 때도 잘 듣습니다. 공을 집다가 부딪침 등의 타박으로 인한 것만이 아니라 “이유 없이 손가락이 구부러지는데 안 펴진다.” 이런 경우도 신기할 정도로 잘 듣습니다.

이때는 간혈을 보하는 약과 간의 울을 푸는 약을 같이 드리는 게 좋습니다. 그 외에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도 응용해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육이 실한 사람에 쓴다고 하나 뚱뚱한 분만 상상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마른 분의 관절통에 잘 들은 경우가 많습니다.

오약순기산은 구성본초가 오약(烏藥), 진피(陳皮), 마황(麻黃), 길경(桔梗), 백지(白止), 지각(枳殼), 대추(大棗), 천궁(川芎), 생강(生薑), 백강잠(白殭蠶), 건강(乾薑), 감초(甘草)입니다.

오약순기산의 구조는 작약이 빠진 배농산급탕에 마황 길경이 폐에 작용하며 발한시키고, 천궁 백지가 상초의 풍을 소산시키고 혈행을 원활하게 하여 통증을 억제하고 마황, 건강, 생강은 뇌혈류와 전신 혈류를 증진하고 전신의 혈액순환을 강화하며 진피, 지각과 길경이 이기행담(利氣行膽)하며 진피는 강기(降氣) 하고 백강잠은 청담산결(化痰散結)하여 경해(驚駭, 놀랐을 때 꺽꺽거리는 갑작스런 경련 및 기침)을 간열을 제어하여 다스립니다. 경해(驚駭)는 ‘뜻하지 않은 일로 몹시 놀란 것: 깜놀’ 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백강잠(진경, 진정, 최면, 항전간, 해열)은 림프의 노폐물 배출작용을 개선시켜 담을 흩어내므로 림프선염, 편도선염에 쓰고 풍을 치므로 피부소양증에도 쓰입니다.

건강은 따뜻하게 맥이 통하게 하고 폐를 조화롭게 하며 소화관내벽의 혈액순환을 촉진합니다.

오약에 대한 최근 현대의학이 밝혀낸 약리작용은 5-HT3A 수용체(CNS: 구토, 불안, 발작. PNS : 자율신경, 통각신경 흥분, 구토)차단입니다. 본초의 관점으로는 온신(溫腎, 따뜻하게 신장의 기능을 살리고) 난방광(暖膀胱), 고삽소변(固澁小便, 빈뇨를 제어하고), 개울(開鬱, 막힌 걸 풀고), 산한(散寒, 찬 기운을 흩어내어), 순기지통(順氣止痛, 원활한 기의 흐름으로 통증을 제어한다)입니다.

그래서 오약은 장 연동운동, 소화액분비촉진으로 구역 구토에 쓰며, 정장(整腸), 가스 배출, 하복통, 진통, 지혈, 항혈전 및 빈뇨, 야뇨에 쓰고 신장의 한사를 풀어서 정체된 모든 사기를 흩어주어 기역천급(氣逆喘急) 및 기역흉복창통(氣逆胸腹脹痛)에도 씁니다.

오약과 진피, 지각은 위, 장운동을 촉진시켜 배설에도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5-HT3 antagonist 중에는 모사프리드(5-HT3는 억제, 5-HT4는 촉진)도 있습니다.

저는 오약순기산을 관절이 구부러져서 안 펴질 때만이 아니라  장부가 구부러져서 안 펴질 때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뇌의 글림프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당연히 사용가능하며 폐포가 구부러져서 안 펴질 때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적혈구가 구부려져서 안 펴지거나 뻣뻣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음을 보태어 주면서 해야 합니다. 백강잠은 심장이 약한 자 혹은 음허 자에게는 주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적혈구가 정상적인 모양을 갖추고 있어야 위의 모든 증상개선이 가능합니다. 오약순기산이 적혈구를 바르게 잘 움직이고 모양을 갖추도록 하기에 뇌 및 신체 전반의 마비되고 구부러지는 증상을 개선합니다.  

2. 오약순기산의 주요 개념
오약순기산의 조문에서 중요한 개념이 있어서 하나 보면,

먼저 표에 붙어있는 외사를 잘 풀어내면 ‘더불어 리의 기의 운행도 순조롭게 돌아간다.’  이 개념은 풍을 다스리는 역할에 있어서 오약순기산의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표를 풀어서 내부의 흐름도 원활하게 하여 다른 방제나 본초를 적용할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졸(卒)이란 갑작스런 응축으로 오약순기산은 급박에 쓰는 약임을 암시합니다. 뒤의 조문에는 오랜 병에는 쓸 수 없다고 나옵니다. 만성병의 급박 증상에도 쓸 수 있지만 기본은 그렇게 기억합니다.

따라서 오약순기산은 밖으로는 풍을 쳐서 표기를 순하게 하고 더불어 내부의 기의 운행도 순하게 하는 약입니다.

저는 오약순기산이 그리 강하지 않은 풍치는 약이고 중기(中氣) 및 상기(上氣: 기가 위로 치미는 것)을 다스리는 약이라고 봅니다.

1) 중기와 중풍
다시 오약순기산의 처방해설 조문을 가져와 보면

풍이 심해서 내부 기운의 역상이 온다는 해석입니다.
풍이 먼저입니다.

똑같이 궐역담옹하고 구금맥복한 증상에서

뒤에 중기는 근심이 많아서도 온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리하면 ①중풍은 외감풍한이 먼저 있었고 그로 인해 내부기의 궐역도 생기며 ②내부기의 궐역은 분노 근심 슬픔 등의 칠정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그게 중기이다.
똑같이 궐역하고 담옹하고 입은 앙다물고 입이 안 벌어질 때 ①중기이면 몸은 차고 담연은 없다. ②중풍이면 몸은 따뜻하고 담연이 많다.

저는 오약순기산이 풍을 치면서 중기를 다스리는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팔미순기산’이라는 약을 보면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약은 오약순기산의 치풍약 몇 가지를 사용하지 않고(지각 길경 마황 백강잠을 빼고) 기운을 살피는 약들을 더 넣은 것으로 (인삼 백출 복령 감초 즉 사군자탕을 더 가함) 중기를 다스리고 내부의 허를 좀 더 단단히 잡아서 풍이 외감되어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약입니다.

반대로 팔미순기산에서 중초를 살피는 약을 몇 가지 빼고 풍치는 약을 더 넣음으로써 오약순기산은 중초도 배려하면서 풍을 쳐서 내부의 궐역도 방지하는 약이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담이 좀 더 성하면 중풍에 가깝게 가는 것으로 보고 담치는 약을 가하고, 몸에 좀 더 차가운 기운이 들어왔거나 기력이 부족하면 기운을 보하는 약을 더 가합니다.

2) 주의
심장 기능이 쇠약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특히 여름에는 마황을 빼고 황기를 가하는 게 좋습니다. 과립 및 OTC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군자탕 + 도담탕 + 오약순기산을 쓰며 오약순기산가 도담탕은 한방제약회사에서 아직 나오고 있습니다.

3) 참고
저는 경험상 오약순기산을 설사에는 쓰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또 환자에 따라 설사에 쓸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까지는 설사나 열이 없는 복통에 씁니다.

아니 설사고 뭐고 오약순기산을 무슨 복통에 쓰냐고 하겠지만 이때까지 설명했듯이 오약순기산은 비폐신에 다 작용하여 그 흐름을 바르게 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하는 약이고 장부가 구부러진데도 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구부러질 듯이 아픈 복통에 한사가 원인이라 판단되면 ‘오약순기산+계지가작약탕’을 씁니다.
 
3. 응용사례
1) 뒷목이 뻣뻣할 때

2) 등 가운데가 아플 때

3) 허약한 노인이 등이 아프고 기침

4) 삼합탕
본래 등이 한 점이 아플 때는 삼합탕(三合湯)이라고 하여 ‘오약순기산+이진탕+향소산가 강활창출’을 씁니다.

약국에서는 그 대신으로 ‘오약순기산+향사평위산+패독산’을 써도 효과가 좋습니다.
여기에 쾌담환이나 연라환 혹은 보간환을 더 가해도 좋습니다.

5) 허리가 아플 때

① 풍으로 인한 통증은 통증이 정해진 곳이 없이 좌편이 아팠다 우편이 아팠다 하고 때로 발이 뻣뻣하기도 합니다.

② 어혈로 인한 통증은 찌르는 듯이 아프고 한 부위가 계속 아픕니다.
약국 임상에서는 사실 그 구분 없이 좌편 우편 아팠다가 한쪽만 계속 아팠다가 하기도 하고 환자의 말도 시시각각 변하기도 하므로 풍과 어혈 둘 다 보고 약을 쓰는 게 좋지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6) 좌골 신경통

7) 날씨가 흐리거나 차면 심해지는 두드러기와 가려움
두드러기의 색이 진하지 않고 옅으며 흰색일 때, 오약순기산을 고려합니다.

8) 다리 통증

습을 치기 위해 곽향정기산을 더 쓰는데, 오약순기산이나 곽향정기산이나 기본은 안에 차가운 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9) 중풍
풍을 치는 다른 약들과 함께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하기 위해서 오약순기산을 같이 쓰는 게 좋습니다.

10) 삼차신경통

삼차신경통에서도 더 아픈 곳이 어딘지, 어디가 차가운지 뜨거운지에 따라 다양한 처방이 가능하며 한약은 흐름을 살린다, 막힌 것을 푼다, 정체된 걸 뺀다는 개념을 늘 가지고 대처하면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11) 대상포진 후 신경통

또는 태음인, 소음인 등으로 벡터를 삼아서 약을 쓰기도 합니다.
음인에게는 ‘오약순기산+곽향정기산’을 기본으로 삼습니다.

부디 임상을 많이 하여 사용하다보면 나에게 온 환자에 따라 어디에다 벡터를 맞출지 자기만의 임상에 의한 임상을 위한 틀을 가지게 되며 어느 한 곳에 툴(tool)을 두고 있을 필요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탕제를 한다면 음인의 경우 녹용대보탕을 과립에 더해서 따로 탕제로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상처방의 태음인용 녹용대보탕은 구성이 다릅니다.

12) 타박통증

이미 당귀수산에 오약과 향부자가 기체를 풀기 위해서 들어있지만, 오약순기산이 추가되면 정체된 흐름을 더욱 잘 풀어줄 수 있습니다. 불톡즉통(不通卽痛)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13) 노인성 치매

노인성 치매에 저는 예전에 소건중탕을 기본으로 해서 대처했으며, 침이 갈무리가 안된다고 하여 이진탕을 써서 효과를 보았습니다.

위장을 따뜻하게 하는 이중탕도 좋지만 이진탕이 경험상 더 효과가 좋았습니다.

▲ [그림 1] 글림프 시스템의 기능

뇌의 글림프의 흐름을 원활하게하기 위해 오약순기산을 가하고 이진탕으로 위장 및 폐기관지의 흐름을 더 보완하고, 모체필수지방산 혹은 DHA로 뇌의 염증물질을 제어하고 림프 순환을 촉진하면서 현재 당뇨 보조제로 나오는 바나바 잎, 여주추출물, 아연, 셀레늄 제제를 쓰면 뇌에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하면서 염증물질을 제어하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14) 안검경련
보통 안검경련에는 간기울결을 풀고 혈을 보하는 약을 쓰면 낫습니다.
다른 관점으로 ‘오약순기산 + 강활유풍탕’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참고로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은 CSF-ISF 교환 및 뇌척수액 중의 타우 단백질이나 베타아밀로이드를 비롯한 찌꺼기를 제거하는 시스템으로서 치매, 알츠하이머 예방에 중요합니다.

3년 전 제가 모사이트에 오약순기산의 순기(順氣)에 대해 설명하며 연재했던 내용인데 현재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 더 신선한 내용을 설명할 일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