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의료행위가 건강보험 급여의 대상이 되는 그 순간부터, ‘환자의 치료’가 아니라 오로지 ‘건강보험 재정의 절감과 유지’라는 목적만이 우선시되는 우리 의료제도의 고질적인 적폐가 먼저 청산되어야 한다”

▲ 전라북도의사회 백진현 회장(가운데)이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연설하고 있다/ 사진= 김이슬 기자

20일 덕수궁 대한문에서 청와대까지 2.5km 가두행진을 펼친 의사들이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이와 같이 밝히며 ‘문재인케어’ 추진 시 발생되는 부작용을 나열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치러진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시종일관 ‘문재인케어 저지’ 외침으로 진풍경을 이룬 약 1만 명의 의사들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철회를 다시 한 번 천명하며 진료의 내실화, 필수의료의 정상화가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보장성? 희귀병 등 실질적 혜택에 초점 맞춰야
대표로 나선 전라북도의사회 백진현 회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건강보험과 심평원이 만들어 낸 자의적인 ‘급여 기준’이 전 세계의 의사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나 세계 의학계가 인정하는 과학적 근거보다 상위에 위치하면서 마치 절대적인 신앙처럼 군림하는 이 부끄러운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진현 회장에 따르면 이른바 ‘심평의학’이라고 하는 이러한 획일화된 ‘규격진료’의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부당한 의료행위’가 되고 ‘비양심적 의사’로 매도 받는 환경에서는 그 어떠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정책이나 제도는 모두 실패할 뿐이라는 것.

이에 그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단순히 63%를 70%까지 올리겠다는 통계적인 목표가 아니라, 국민이 예기치 못한 중증질환이나 희귀병, 중증외상과 맞닥뜨렸을 때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케어 정책 발표 이후 꾸준히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아니라 급여 진료의 내실화, 필수의료의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백 회장은 “대통령께서는 일찍이 ‘사람이 먼저다’는 국정 운영 철학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생사의 선을 넘나들고 있는 중환자실의 열악한 환경, 아이를 분만하려고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야 하는 산모들의 고통, 주당 80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과 그들에게 생사를 맡기는 환자들, 이 모든 것에서 환자도, 의료진도, 사람은 모두 뒷전이 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백진현 회장은 청와대 주체의 ‘의료개혁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대통령이 직접 중환자실, 중증외상분야, 응급실, 산부인과 및 동네 1차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일선의 의사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에서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이름까지 걸린 이 정책이 훗날 '국민의 건강을 한층 향상시킨 성공의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오늘 이 집회가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마지막 집회가 되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두 가지 경고…가볍게 여기지 마시라
국민과 함께 문재인케어 저지 노선 탈 수 있다

▲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청와대에서 정부를 향해 두 가지 경고를 날리며 으름장을 놨다/ 사진= 김이슬 기자

한편 가두행진의 종착연인 청와대에 도착한 최대집 회장은 ‘문재인케어’를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정부를 향해 두 가지 공개 경고를 날렸다.

최대집 회장은 “오늘 총궐기대회를 통해 우리의 뜻을 200% 보여줬다.”며 “제3차 궐기대회가 다시 열리고, 의사들이 다시 한 번 청와대 앞으로 오게 되는 날에는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이어 “의사들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고집부릴 필요가 없다.”며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것이 용기다. 왜 국민을 위한 길, 국민들에게 칭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외면하고 고집을 피우십니까. 고집 그만 피우시고 의료계의 상식적인 의견을 들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대집 회장은 의료계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문재인케어 저지노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늘(20일) 이후로 국민과 함께 문재인케어 저지노선으로 나갈 수 없는 점을 분명하게 전하겠다.”며 “문재인케어 저지노선에 국민과 손을 잡을 때 당신들(현 정부) 힘으로 국민들의 상식적인 요청을 거부할 수 있을지 똑똑히 보시기 바란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지 마시라”고 경고했다.

이어 “나는 일단 각오하고 의지를 세우면 사생결단의 각오로 결론을 짓는 사람”이라며 “언급한 두 가지 경고를 무겁게 생각하시고, 국민들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의료계와 국민의 상식적인 요구를 받아들여서 이 문제가 대화와 협의로 잘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일대에 수백 명의 경찰이 투입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집회 참석자들과 충돌은 없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