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글리플로진, CV 위험 감소·신장 보호 효과 입증
처방 까다롭지만 메트포르민 대체 1차 약제 가능성 있어

2016년 당뇨병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30대 이상의 성인 13.7%인 470만명이 당뇨병 환자이다. 여기에 당뇨병 위험군인 前당뇨 단계 환자들과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실제 당뇨병 환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당뇨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자료를 기준으로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3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뇨병은 현대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무기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SGLT-2억제제이다.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는 물론 당뇨병 치료제의 가장 큰 부작용인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기 때문. 일부 약제에서는 심혈관계질환 예방 효과와 신장 보호 효과까지 임상으로 입증되면서 SGLT-2에 대한 임상 현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 ↓ 신장 보호 효과 ↑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방해해 소변을 통해 포도당의 배출을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강하시키는 독특한 기전을 가지고 있다.

보통 당뇨 환자의 경우 혈당이 200mg/dL정도 되면 소변으로 당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SGLT-2 억제제는 180mg/dL 정도로 혈당을 떨어트려 주는 것은 물론 소변으로 당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체중 감소 효과까지 갖는다. 또 혈당이 높아졌을 때만 소변을 통해 당을 내보내기 때문에 무리하게 혈당을 낮추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혈당의 위험이 적다. 게다가 소변량이 늘어나면서 혈압도 떨어트린다.

기존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저혈당 위험과 체중 증가에서 해방되는 것과 더불어 기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과의 병용 역시 용이한 것이다.

▲ 엠파글리플로진(상품명 자디앙)은 SGLT-2 억제제 중 유일하게 CV 아웃컴 감소 효과와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했다./ 사진= 베링거인겔하임

여기에 엠파글리플로진의 경우에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중에 유일하게 심혈관계사건 발생 위험 감소를 임상을 통해 입증했다. EMPA-REG OUTCOME 연구에 따르면 엠파글리플로진은 심혈관계 관련 사망을 38% 감소시켰으며,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2%,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은 3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요 심혈관계 관련사건 중 심혈관계 관련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으로 정의되는 3-point MACE의 전체 발생 위험을 14%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2016년 FDA로부터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계관련 사망 위험 감소 관련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2017년 유럽위원회로부터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 위험의 감소로 허가를 확대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도 그 효과를 인정받았다.

또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2018년도 가이드라인 최종권고문에서 심혈관 사건 개선과 관련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줄인 약물을 추가할 수 있다고 권고하면서 엠파글리플로진을 명시했고 AACE가이드라인과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엠파글리플로진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경구용 제제 중 가장 베네핏이 큰 약제로 평가하고 있다. 2016 ESC 가이드라인에서는 별도로 심부전증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SGLT-2 억제제가 경구용 당뇨병 시장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신기능이 떨어지는 환자에게 복용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처방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엠파글리플로진의 경우 다른 SGLT-2 억제제가 사구체여과율이 60미만이 환자에게서 사용이 불가능한 반면, 45~59 사이의 신장애 환자에게 용량을 조절해 사용이 가능하면 85세 미만의 고령 환자에게까지 사용할 수 있다.

▲ 김성래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강점을 설명하면서 1차 약제로서 SGLT-2 억제제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사진= 한국의약통신 DB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신장애 환자에게 SGLT-2 억제제 사용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신장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을 경우 약제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SLGT-2 억제제를 복용하면 단기간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 경우를 보이기도 하지만, 1년이 넘어가면 오히려 쓰지 않은 환자보다 신장 기능의 악화가 덜 하거나 오히려 개선된다. 바로 이런 점이 심혈관계사건 발생 위험 감소만큼 엠파글리플로진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점 확실하지만 처방 시 고려사항 多”
그렇다면 SGLT-2 억제가가 이렇듯 많은 강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처방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처방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재 당뇨병 약제의 70% 이상의 개원의가 사용하고 있는데, SLGT-2 억제제를 처방할 경우 사구체여과율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체중·혈압 감소효과를 설명하고 병용 약제와 급여기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김 교수는 “사실 SGLT-2 억제제가 강점이 확실한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처방이 빠르게 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다.”며 “국내의 경우 보험이 3개 약제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어떤 약이 환자에게 최선의 조합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것과 설명할 부분이 많은 SGLT-2 억제제에 대한 처방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성기감염과 같은 부작용도 발목을 잡고 있다. 상식적으로 요로계 감염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5% 정도의 비율로 성기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성기감염 가능성 때문에 개원의들 입장에서 SGLT-2 억제제를 선뜻 처방하기 쉽지 않다.”며 “저의 경우 처방을 하기 전에 환자들에게 그 가능성을 미리 이야기해준다. 이 때 환자의 위생 상태 때문이 아니라 약의 기전 때문이라고 이해시키면 환자들도 받아들이고 의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SLGT-2 억제제, 메트포르민 대체 가능할까
이런 현장에서 문제점을 차치하고서도 SGLT-2 억제제의 강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SGLT-2억제제가 메트포르민을 대체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메트포르민이 1차 약제로 권고되는 이유가 저렴한 약가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다른 약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1차 약제를 정하는 기준이 ‘약가’일 이유가 없다.”며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조합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메트포르민만을 1차 약제로 권고하는 방식도 언젠가는 바뀌어야 하고, SGLT-2 억제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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