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가 동일하고 자연환경이 같다면 동일한 개체를 형성
잘못된 생활습관은 유전자와 상호작용해 질병으로 나타나

▲ 유전자와 DNA

유전자(gene)는 유전의 기본단위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유전자에는 생물의 세포를 구성하고 유지하고, 이것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는데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생식을 통해 자손에게 유전된다. 

세포 내에서 유전자는 DNA서열 가운데 정보를 갖는 부분을 뜻한다. DNA의 대부분은 정보가 없는 무작위 서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비부호화 DNA(non-coding DNA)서열이라 한다. 인간의 게놈(genome) 가운데 99%가 비부호화 DNA서열에 해당된다. 유전자는 부호화된 DNA(coding DNA)서열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에 의해 진행되는 전사(transcription) 등의 과정을 통해 유전형질이 발현되는 것을 유전자 발현(expression)이라 한다.

유전자의 발현은 개체의 발생과 성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개체와 자연환경의 상호작용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이렇게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개체에 발현된 특징을 발현형질이라 한다. 발현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물학적 특성은 유전자와 환경 상호 작용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유전 특성은 눈동자 색깔처럼 즉시 볼 수 있는 것과 혈액형처럼 생명을 구성하는 수천 가지의 기본적인 생화학적 특성 등이 있다.

유전자 전사(gene transcription)는 DNA에 적혀 있는 유전정보를 mRNA로 옮기는 과정이다.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은 DNA를 구성하는 유전 정보, 즉 유전자에 의해 생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게놈(genome, 유전체遺傳體)은 한 개체의 유전자의 총 염기서열이며, 한 생물종의 거의 완전한 유전 정보의 총합이다. 게놈은 보통 DNA에 저장되어 있으며 일부 바이러스에는 RNA에 있다(출처: 위키피디아).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힘은 참 놀랍다. 가족들을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너무나 닮아서 바로 알 수 있고, ‘유전자의 힘’이라고 검색을 하면 그림 2와 같이 부모와 꼭 닮은 자식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형질은 목소리, 외모, 키, 운동능력 등 외형적인 것 외에도 지능, 집중력, 성실함, 게으름 등 정신적인 부분과 혈액형 등 생화학적 특성이 있다.

이 유전적인 특성은 DNA에 있음이 밝혀졌고, 유전학을 통해 유전의 과정은 결국 DNA 복제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개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DNA는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DNA가 동일하고 자연환경이 같다면 동일한 개체를 형성하게 된다.

1. 유전과 가족력

▲ ‘유전자의 힘’ 검색 결과

현대의학에서는 질환이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 이상지질혈증, 골다공증, 암 등 많은 만성질환이 유전과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고혈압을 예로 보면 부모한쪽이 고혈압이면 자녀의 약 50%가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있고 부모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의 70%에서 고혈압이 발생한다는 보고를 볼 때 유전은 고혈압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고혈압 등 많은 만성 질환이 유전과 관련이 있는 것은 맞지만 100% 유전으로 일어나지 않기에 유전성 질환이라는 말보다 가족력 질환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설명을 한다.

1) 유전성 질환
유전성 질환은 다음 세대에 특정 유전 정보가 전달되는 한 가지 기전으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다운증후군이나 붉은색과 녹색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색약, 혈액내 혈소판이 부족하여 출혈이 잦은 혈우병 등이 있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이다. 혈우병의 증상은 외상, 치아 발치, 외과적 수술 이후에 나타나는 지속적인 출혈이다. 근본적인 치료는 없으나 출혈을 예방하고, 출혈이 나타나면 환자를 조용하게 안정시키고 많은 출혈이 있으면 수혈을 한다. 급성 출혈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처치는 부족 인자의 보충이다.

2) 가족력 질환
가족력 질환은 다양한 유전 정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식생활, 직업 등의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가족력 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비만을 포함하는 생활습관병과 탈모, 골다공증, 천식, 관절염, 일부 암 등의 질환이 있다.

유전성 질환과 달리 병이 발생할 확률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고,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병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력 질환은 유전적 원인(질병에 취약한 유전인자)과 더불어 가족끼리 공유하는 후천적인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동일한 식사, 주거 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2. 삶과 생명반응

▲ 생명과 삶 그리고 생명반응

100% 유전성 질환인 혈우병은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없다. 1960년대 초까지 혈우병 환자의 대부분은 30세가 되기 전에 뇌출혈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였기에 평균 수명이 25세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증상완화를 위한 대증요법(혈액응고인자 투여 등)으로 현재는 평균 수명이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혈우병 치료가 대증요법인 이유는 유전자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이상으로 혈액응고인자가 만들어지지 않고 현재 최선의 방법은 혈액응고인자를 주기적으로 투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족력 질환도 유전자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전성 질환과의 차이점은 선천적 유전자 이상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유전자 발현(단백질 합성)의 문제와 생명의 생화학적 환경에 이상이 나타난 것이다.

즉, 생명은 자극에 반응하고 반응은 유전자 발현과 더불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의 변화로 생화학적 환경이 변하는 것이다.

한스 셀리에(Hans selye, 내분비학자, 물리적 용어인 스트레스를 의학에 처음 적용함)는 스트레스에 의해 General adaptation syndrome(약사와 철학 ①General Adaptation SyndromeⅠ 참고)이 일어나고 스트레스는 잘못된 생활환경 및 습관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본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이 이론에 유전자를 결합하여 질병을 보는 것이다. 즉, 잘못된 생활환경 및 습관은 유전자와 상호작용하여 세포와 단백질을 변화시키고 생명의 생화학적 환경까지 변화시킨다. 이러한 생명반응이 생명체에 문제를 일으키고 잘못된 생명반응의 지속은 많은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3.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누구든지 건강하게 사는 방법(그림 3)을 안다. 불행히도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건강해지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가족력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으면서 매일매일 특정질환에 사용되는 약을 복용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의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 별로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생활환경)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생활환경 모두 태어나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 질병은 유전자와 생활환경에 의해서 나타나는데 질병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변할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변하게 하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전자를 바꿀 수 없으니 세포와 단백질을 바꿀 수 없다. 생활환경을 변화시키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전자가 원하는 것, 세포와 단백질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찾아주는 것이다.

당뇨를 예를 들어보자. 당뇨병은 췌장이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어 내지 못하거나 세포가 만들어진 인슐린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 그리고 이것을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포도당 불내성(glucose intolerance) 등으로 해석한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인슐린의 작용을 증가시키거나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물을 사용한다.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혈중에 포도당과 아미노산 등이 증가하게 된다. 이 때 인슐린이 분비되고, 인슐린의 작용인 동화작용(anabolism)이 증가하게 된다. 단백질 합성 및 포도당과 지방을 저장하고, 이화반응(catabolism)인 케톤체 생성(ketogenesis) 및 포도당신생반응(gluconeogenesis)이 억제한다.

이런 인슐린의 반응에 의해서 혈중 포도당이 내려가게 된다. 즉, 인슐린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분비되며 단백질 등의 합성을 통해서 섭취한 영양소를 동화시키고 혈중 포도당이 낮아지는 것이다.

인슐린이 혈중 포도당을 낮추는 작용이 있지만 그것보다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동화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인슐린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동화작용(anabolism)에 필요한 다른 영양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인슐린의 동화작용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이화작용을 일으키는 호르몬(일명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의 분비를 감소시켜야 한다.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의 분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휴식이 필요하고 삶의 대한 만족이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 삶의 만족은 재미, 성취감, 만족감 등이 필요하다.

삶을 선택해서 사는 것이 아니기에 삶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삶의 변화를 통해서 질병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주는 약물이 세포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약물인지 세포에 필요한 약물인지 구별해야 한다. 약사는 세포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를 도와줌으로서 생명에 위로를 주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