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1,500여 명 집결, 너도나도 ‘문케어’ 반대
의료수가 증가가 우선, 의료계와 사전협의 無 문제 제기

지난해 12월 1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의 의사 회원 3만여 명이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연지 3개월 만에 다시 한 번 거리로 나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전면 철회를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이하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필수, 이하 비대위)는 3월 1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제1차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약 1,500여 명(주최 측 발표)이 모인 이날 집회는 지난해 12월 전국의사 궐기대회 이후 진행된 의정협의가 최근 파행으로 치닫게 된 데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전 회원의 힘을 모아 투쟁 대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의-정 실무협의체 9차 논의 이후 비대위 총사퇴
지난해 12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의 효과는 분명 있었다. 집회 개최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14일 비대위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을 비롯한 담당자들과 만나 바로 ‘의-정 실무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건강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에 대한 각종 준비사항을 논의키로 했기 때문.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2월 10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 본격 소통이 시작되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의료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실무 계획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조금씩 진전을 보이는 듯 했다. 4차 논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적정수가’를 놓고 논의를 시작했으며, 복지부가 의사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예정됐던 ‘문재인 케어’ 세부방안 발표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무협의체는 지난 3월 5일 제9차 논의 이후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실무협의체에 참여하던 의협 비대위 의원들이 이날 이후 총사퇴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복지부가 수가 현실화, 심사체계개편, 공단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요구에 대한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개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3월 13일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하복부 초음파에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복지부의 행정 예고는 의사들의 반발과 상관없이 ‘문재인 케어’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급여 항목 증가보다 의료수가 늘리는 게 먼저
의사협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의료계와 사전협의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의료수가는 원가의 60~70% 수준인데 상복부 초음파를 포함해 정부의 계획대로 건강보험 항목을 3,800여개 늘리려면 먼저 의료수가부터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필수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의정 실무협의체와 같이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화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면 의정 관계의 파국은 물론 보건의료체계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 하면서 “13만 의사들은 올바른 의료제도를 위해 어떤 외압과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위원장은“충분한 보험 재정의 확충 없이 무조건 급여만 확대한다면 수년 내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은 당연한 걸과일 것이다. 대한민국 의사는 오직 국민의 건강만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을 위한 진료뿐”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배워온 대로 오직 국민 여러분께 최선의 진료를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교하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를 평들게 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며 의사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최대한 대화로 풀겠다고 밝혔지만 의사협회는 이를 거부한 채 다음 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과격 의사단체, 문케어 자체 반대
그러나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을 바라보는 여론이 모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제1차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한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노동조합은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공단노조와 일산병원노조는 “오늘 일부 의사단체에서 길거리로 뛰쳐나와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고 하는 원인이 정말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은 바보가 아니며 이들이 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이고 비정상적인 의료를 바로 잡으려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정책을 반대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윤을 끝없이 확대하려는 시장경제 원칙만 지배하는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공급 체계에 대하여 국민들의 불신은 뿌리가 너무 깊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의료계는 낮은 진료수가를 주장하며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박하면서 무수히 많은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이윤을 극대화해 왔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일부 과격 의사단체가 문재인 케어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밥그릇에 한치의 손해라도 갈까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다양한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툭하면 정부와 협의를 깨고 나오는 행태는 국민들의 분노를 키울 뿐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양 노조는 의정협의체보다 노동·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노조는 “문재인 케어를 위한 의정협의체에 일부 의사단체가 탈퇴를 선언했다면 돌아올 기약 없는 단체를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노동시민사회를 포함한 가입자단체와 전문가, 학계 등이 참여하는 확대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며 “문재인 케어의 내용을 호도하고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는 일부 의사단체의 주장과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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