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본격적으로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절차의 복잡성과 모호한 규정 때문에 임종을 맞는 환자들에게 고통과 의료진의 부담이 많다고 지적됐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를 환자 본인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그러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마련된 연명치료법은 현실과 맞지 않아 의료계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16일 국회에서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유은제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이하 의협)와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은 16일 '긴급진단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 한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 추문진 회장/ 사진= 유은제 기자

추무진 회장은 "연명의료법은 시행하거나 중단할 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배려해 환자의 생명권을 다 할 때까지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그런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법은 괴리감이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법과 현장의 괴리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윤성 원장(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 이윤성 원장/ 사진= 유은제 기자

이 원장은 "시행이 한 달이 안 된 상황에서 한차례 개정으로 대상 연명의료 추가, 호스피스전문기관 임종과정 판단 간소화, 의사 처벌 완화 등이 이뤄졌지만 제도 활성화를 위한 개선 사항들은 아직도 많다."며 "서식 간소화, 가족 전원 합의, 의식 없는 무연고자와 독거노인 둥의 제한적 대리결정 제도 도입, DNR 제도화 등 추가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 확립 및 시설 확충, 죽음에 대한 의료인 교육과 일반인 의식의 개선, 임종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허대석 교수(서울대학교병원 내과)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과 의료현실'에 대해 설명하며 법의 모호성에 대해 지적했다.

▲ 허대석 교수/ 사진= 유은제 기자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연명의료를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통스럽게 죽어야하는 상황이 입법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말기에서 임종으로 넘어가면 환자의 의식이 희미해져 의사가 환자와 상의가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불이행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임종기와 말기로 구분하는 우리나라 법의 문제점을 외국과 같이 하나로 통합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허 교수는 “말기 암환자와 달리 심부전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악화와 호전 증상을 반복하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임종기와 말기를 현장에서 진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우선, 시행규칙에 대해 적용된 가족관계증명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해서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며 “이후 말기와 임종기 통합, 유보와 관련된 문제 등의 법령과 진료지원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박형욱 교수/ 사진= 유은제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박형욱 교수(단국의대)는 “성격이 다른 치료를 연명의료라는 하나의 범주로 두는 것이 합당한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착용은 쉽게 구분 할 수 있지만 긴급하게 항압제 투여를 해야 할 경우 상당히 성격이 다른 행위를 단정 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진의 형사처벌 경우 뇌사 환자의 가족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요구하면 의료진은 그 치료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의사가 이를 거절하면 연명의료법 위반과 형법상 살인죄로 재판을 받을 수 있어 이 부분도 수정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습상속과 유사한 규정이 없는 연명의료결정법은 직계비속의 범위가 너무 넓다. 민법상 직계는 방계에 대비되는 용어인데 손자, 손녀는 외손자, 외손녀라 할지라도 직계비속에 해당한다.”며 “만일 환자에게 딸이 5명이 있다면 딸의 가족관계까지 파악해 외손자, 외손녀의 수십 명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 자녀와 손‧자녀가 있다면 합의를 요구하는 직계비속은 자녀에 제한된다는 명확한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급박한 병원의 상황과 환자의 상태 등이 고려되지 않은 복잡한 서식과 절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류현욱 법제이사/ 사진= 유은제 기자

류현욱 법제이사(대한응급의학회)는 “연명의료법은 존엄한 죽음과 의료진의 인력 낭비를 막고자 했지만 법 시행 후 힘든 임종과 인력의 어려움이 생겼다. 임종 의료 유보와 중단을 묶어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어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 유보와 중단은 큰 차이가 있다. 이중에서도 인공호흡기 적용과 심폐소생술 상황에서 연명의료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현장의 상황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명의료 시행 유보의 경우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대부분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태이고, 환자의 의식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환자에게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는 것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류 이사는 현행 법률에서 환자가 직접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의 경우에만 환자 가족의 진술과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행정처분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김선욱 변호사/ 사진= 유은제 기자

김선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프로세서를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행정처분을 내려야지 형사처벌은 과도하다고 생각된다.”며 “의료진의 법적 안전성이 결여된 부분을 수정해 환자의 의사결정에 따른 임종에 잘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내에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미라 과장(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은 "인력과 재정의 부족으로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다.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의료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의향서 작성에 대한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존엄한 임종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박인숙 의원/ 사진= 유은제 기자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이번 행사를 주최한 박인숙 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과잉입법의 예를 보여주는 것 같다. 환자의 임종은 질병과 합병증, 부작용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해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환자와 의료인의 불만이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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