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매니지먼트’ 통해 ‘원스톱 헬스 스토어’ 추구
접수, 매장 관리 외부에 맡기고 고객에게 에너지 쏟아야

"동네슈퍼가 편의점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 평당 매출이 5배가 차이나기 시작한 시점부터입니다. 지금 편의점은 대형마트와 견주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잖아요? 약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스탑 헬스 스토어'로 변모해야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온누리 H&C 미래전략과학팀 박효수 팀장은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오랜 기간 컨설팅을 하다 최근 개국가에 발을 들였다. 1년 만에 박 팀장은 약국도 편의점처럼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본지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개국가의 변화와 미래'라는 주제로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이 바로 약사들"이라며 "이제 그 에너지가 고객 만족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박효수 팀장/ 사진=정지은 기자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와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에서 M&A를 담당하다 온누리에 온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미래전략기획팀은 온누리 체인 전체는 물론 대한민국 약국 시장의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그 역할을 만들어가는 부서입니다.

Q. 지금 개국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약국 시장에도 분명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약국은 근린형 건강 유통채널로 분류할 수 있는데,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서 '현대화'가 너무 덜 되어 있어요.

분업 이후 지난 20년간 의약품 유통 시장은 커졌지만, 약사들의 처우와 환경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요?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나 솔루션이 고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의약품 외에 나머지 것들을 판매하는 시장에서 밀려난 것이죠. 건강기능식품은 홈쇼핑에, 숙취해소제는 편의점에, 다이어트 제품은 온라인 쇼핑에 빼앗긴 것입니다.

'냄비 속의 개구리'라는 비유가 딱 맞아요. 천천히 물이 뜨거워졌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되찾아 와야 하는지가 중요할 텐데요.
온누리 내부적으로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에서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13년 전에 화두가 됐던 키워드인데요.

여기서 카테고리는 고객의 인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파스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면 약국에 가잖아요? 그렇다면 파스는 약국의 카테고리입니다. 즉 약국의 카테고리 안에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준비해놓아야 하는 것이죠.

지금 약국이 갖고 있는 카테고리를 지키면서, 타 유통 업태에서 더 많은 상품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탈모시장에서 의약품은 지키고, 탈모 샴푸는 가지고 와야죠. 생리통 시장에서 의약품은 지키면서 지금 올리브영 등에 나가있는 ‘붙이는 핫팩’을 가지고 들어와야 합니다. 바로 이런 카테고리 매니지먼트가 2018년 온누리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 박효수 팀장/ 사진=정지은 기자

Q. 언뜻 듣기에는 취급 품목을 다양화해야 할 것 같은데요. 국내 대부분 약국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저희의 대답은 '분명히 공간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10평짜리 약국에서도 비타민B군제제를 10개씩 갖고 있어요. 어떤 약국은 마스크만 2개 매대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죠.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한두 품목이면 충분합니다.

최근 온누리에서 한 약국을 대상으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실험을 했는데요. 30년 동안 동네고객을 대상으로 했던 약국인데,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를 도입했더니 매출이 한 달 반 사이에 약 2배 가까이 늘었어요.
지금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몸을 싣고자 상담을 신청하는 약국 수만 400여개 정도입니다.

Q. 일부에서는 법인 형태로 약국을 대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편의점을 보세요. 지금 대형 마트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마트보다 더 싼 품목도 있죠.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를 잘 해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본사에서 모든 유통을 맡아 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었죠.

약국도 똑같습니다. 약국 관리를 약국 체인이 맡아서 하면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만 잘 완비된다면, 약사들은 복약지도사로서 업무에 집중하면서 원스톱 헬스 스토어로서 기능할 수 있어요.

Q. 미래의 약국이 원스톱 헬스 스토어라면 약사들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이 바로 약사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여 제약사를 압박하거나 집단행동으로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이제는 그 에너지를 '고객 만족'에 쓰도록 해야 합니다. Negative Thinking에서 Positive Thinking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고객과의 접점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죠.

지금은 약사의 역할이 복약지도사, 처방전 오퍼레이트, 매장관리자까지 세 가지입니다. 이중에서 '복약지도사'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해야 해요. 그래야 약사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분업 전에 가졌던 약사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어요.

나머지 역할은 약국체인에 맡기시면 됩니다. 사실 프랜차이즈약국을 하면 약사의 자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반대입니다. 나머지 일을 약국체인에 맡기고 약사님은 복약지도사로서 온전히 약사의 역할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Q. 온누리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주실 수 있는 건가요?
온누리에서는 '영업사원'이라는 말 대신 'Supervisor(슈퍼바이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핵심성과지표가 '매출'이 아니라는 뜻이죠. 온누리 슈퍼바이저들은 '매장관리'를 평가받습니다. 제품을 몇 개 팔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A급 매장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매장관리라고 하는 것은 첫째, 고객이 약국에 들어왔을 때 주변의 도움 없이 제품을 찾아갈 수 있는지, 둘째, 매대 앞에 갔을 때 약사의 상담 없이 나의 증상에 맞는 제품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그 제품을 약사에게 가져갔을 때 양질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모두 포함합니다.
온누리 슈퍼바이저들은 매장관리와 더불어 제품 관리와 약사들의 세미나 참여도 등을 바탕으로 평가받습니다.

Q. 그렇다면 온누리의 올해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온누리에서는 약국이 편의점, 마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근린형 현대화 원스탑 헬스 스토어로서 자리매김하는 목표 연도를 2020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올해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에 가장 집중할 계획이고요. 의약외품을 대상으로 한 고객관리(CRM), 보험사나 여행사들과 협업해서 만든 PB 브랜드 확장, 고객들의 대기시간에 TV를 통해 건강컨텐츠를 공급하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등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Q. 한국의약통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한국의약통신 파머시저널의 창간 1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온누리와 같은 약국체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면, 이를 약사사회에 퍼뜨리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죠. 계속해서 발을 맞춰 약업계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독자들에게도 강력한 에너지를 '고객 만족'을 향해 뿜어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약사가 고객 점점에 집중하고 나머지 것들을 전문가에 맡기는 분업화, 현대화 물결에 동참한다면 타 유통 업태와의 경쟁에서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 편의점은 해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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