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건강 챙겨라’소리 듣지만 지역주민 건강도 소중
중국 동포 위해 회화 익혀 소통, 밤 12시 30분까지 근무

▲ 송경희 W-store청와약국 대표 약사/ 사진=유은제 기자

설 연휴 고향을 찾아간 귀성객들로 한산해진 거리, 밤 9시 30분이 훌쩍 넘었지만 환하게 불이 켜진 채 자리를 지키는 한 곳이 있다. 2012년부터 7년째 365일 오전 12시 30분까지  열려있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W-store청와약국’은, 공공심야약국으로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시대지만 W-store 청와약국의 송경희 약사는 요즘 시대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약사의 의무감으로 365일 약국 지켜
송 약사는 “늦은 시간까지 약국 문을 열어두는 것은 1974년 개국부터였다. 개국 시 의약분업 전이었기 때문에 늦은 저녁 갑자기 찾아온 환자들을 위해 시작됐던 것”이라며 “다만 7년 전부터 365일 약국 문을 열어 놓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안전상비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W-store청와약국은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다음날 숙취 해소를 위한 간장약부터 급성 알레르기가 일어난 아이까지 다양하다.

사실 낮 근무시간에 비하면 손님이 많지는 않아 주변에서는 매출이 얼마나 늘겠냐며 일찍 문을 닫으라고 하지만 송 약사는 약국 문을 일찍 닫는 법이 없다. “약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의무라 생각하고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야근까지 할 정도로 바빠 병원에 못간 직장인이나, 한밤 중 아이가 아파 달려온 엄마 같이 편의점 약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늦은 저녁 평범한 환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취객이 방문 한다던가 카드 단말기에 자신의 카드가 결제되지 않는다고 난동을 부려 경찰에 신고해 해결해야 하는 등 야간 업무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송 약사는 “약국은 모두에게 열린 곳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만날 수 있죠. 매번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만날 수 없는 직역이 약사입니다.”라며 “약국에 온다는 것은 약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그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약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 사진=유은제 기자

먼저 다가가는 약사로 중국동포 사로잡아
365일 오전 9시부터 오전 12시 30분, 내지 1시까지 약국 문을 여는 생활이 나만의 시간이 없는 단조로운 생활 같지만 송 약사는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은 중국동포들의 거주 밀집지역으로 길거리의 간판들은 중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W-store청와약국 창에 커다랗게 붙여져 있는 药(약)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W-store청와약국은 그간 지나온 세월만큼 송 약사와 중국동포들 간의 정도 두터워지게 됐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이 많은 중국 동포들을 위해 그들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들여다 놓고 있다. 중국동포들에게 한약제제가 익숙하기 때문에 각종 환 제품과 홍삼액 등 그들의 입맛에 맞췄다. 홍삼액 경우 명절을 맞아 선물용으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들여놔 개인 취향에 맞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보조제도 매출에 한몫을 차지한다. 평소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제품을 복약상담 자리 부근에 배치해 방문객들의 시선을 끈다. 다이어트 보조제부터 비타민, 맥주 효모 등 제품들을 진열했으며 한국어가 서툰 동포들을 위해 제품의 간략한 설명과 가격을 적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사진=유은제 기자

중국어로 써 놓지 않아도 판매는 가능하다. 중국어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간단한 회화와 의약품 이름은 중국어로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나라도 따뜻한 인사 한마디, 간단한 단어로 대화하면 그들의 마음도 열리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설 명절 당일에도 그녀는 과일들을 약국에 두고 고향으로 가기 어려운 중국동포들에게 나눠주며 정을 나눴다. 이렇게 약사로 44년을 달려온 송 약사의 바람은 처음 개국했을 때와 비교해 변함이 없다.

그는 “내 힘이 다 할 때까지 이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오랜 세월 함께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항상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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