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약 판매 후 ‘교육’ 수요 커져, 관련 사업 중점
전문성 바탕, 지역건강관리자 돼야…화합 이끌 지도자 필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초입(初入)에 선 지금, 약사들은 어떤 비전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본지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개국가의 변화와 미래’를 주제로 서울시약사회 김종환 회장을 만났다. 직선제 회장으로는 최초로, 1980년대 김명섭 회장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시약사회장을 두 번 연임한 그는 ‘세이프약국 시범사업’과 ‘건강 서울 페스티벌 개최’같은 굵직한 사업은 물론 ‘서울팜아카데미 목요강좌’, ‘노인약료 전문가 교육’ 등 교육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그리는 개국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김종환 회장/ 사진=정지은 기자

Q. 의약분업 이후 처방 중심으로 개국가가 재편됐습니다.
물론 그 사실에 대해 이의는 없지만 저는 분명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2011년 대한약사회가 보건복지부에 전향적 합의를 하면서 의약품이 약국 밖으로 나가게 됐고, 이 때 약사들이 느낀 자괴감과 굴욕감이 변화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직능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것이죠.

당시 서초구약사회장 이었던 저는 회원들에게 이에 대처하는 방안 중 하나로 ‘교육’을 제안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례적으로 10회씩 강의가 있긴 했지만 활성화 되지 못했어요. 저는 40주 코스의 오프라인 강의인 ‘화요강좌’를 도입했죠. 10주 단위로 임상, 건기식, 일반의약품, 한약강의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때 회원들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약사회가 어떤 교육커리큘럼을 짜서 제공하느냐에 교육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서울시약사회에서 노인약료 전문가 교육과 당뇨 전문가교육, 한방 강의 등을 지속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제는 서초구약사회와 서울시약사회는 물론, 대한약사회와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교육이 꽤 활발해진 것 같아요. 6년제 약사 배출로 프리셉터 교육을 시작한 것도 한 몫을 했죠. ‘교육’을 바탕으로 약사들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얻는다면 직능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질 직업 중 하나로 약사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란 상상이 현실화되는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죠. 특히 전문가 집단일수록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에게 그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약사가 전문성을 함양함과 동시에 ‘감성’과 ‘대면’이라는 무기를 잘 활용한다면 절대로 약사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죠.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5년 동안 세이프약국 사업을 통해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해왔습니다. 가출소녀를 상담하고 관련 기관과 연계하면서 파지 수거 노인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도 약사들의 몫이었죠. 약국이 일종의 사회복지기관처럼 주민들의 다양한 복지를 지원해주는 센터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건강’이라는 영역은 엄청난 블루오션입니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고기만’ 있는 시장이에요. 약사는 사회로부터 전문가로 인정받은 집단이고 도덕성과 공공성까지 갖고 있는데다 접근성이 뛰어난 약국을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IT가 중요한 시대일수록 ‘사람’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가까이서 관리하는 보건의료인이기 때문에, 감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약사에게는 반드시 그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회원들이 이제 패러다임이 ‘처방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빨리 피부로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약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 ‘건강을 파는 시대’입니다.

▲ 사진=정지은 기자

Q. 그렇다면 당장 올해에 약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교육을 통한 전문성 강화는 기본적으로 약사들이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여기에 올해는 두 가지의 중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6· 13 지방선거와 대한약사회장 및 분회장 선거가 그것인데요. 이제는 소수가 특권을 누리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고 회원이 주인인 시대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해요.

리더의 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누가 저에게 서울시약사회장을 왜 하느냐고 물으면 ‘약사와 국민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고요.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수료한 것이 이런 철학을 갖게 했어요.

이런 것을 가지고 회무에 참여하는 것과 이런 생각 없이 주어진 일정을 가지고 과거의 매뉴얼대로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후자라면 보건의료 직능 간의 경쟁에서조차 도태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약통신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한국의약통신의 창간 16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사실 전문지도 약사사회의 일부에요. 국민과 약사가 함께 하는 공동체인 것처럼 제약사와 도매상, 약업전문지 등 관련업계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에게는 ‘항상 노력해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올해 서울시약사회가 64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는데요. 64년 동안 선배들이 쌓아놓은 약사회의 위상이 너무 훌륭합니다. 저는 12년차 짧은 회무 경력을 가진 회장이지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선배들이 일구어놓은 약사들의 현주소가 충분히 80~90점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자기 노력을 통해 약사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약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자로, 약국은 백세시대 건강관리 센터로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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