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을 없애 호흡기질환에 효과
열담으로 인한 흉중의 통증까지 개선

약국에 많이 비치된 기침약 중에 청상보하환(淸上補下丸)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청상보하완(淸上補下丸)은 그 명칭에서 이미 청상(淸上)하고 보하(補下)하는 약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위(上)를 청열하고 아래(下)를 보해주는 약이라는 것이죠. 폐의 열을 식히고, 보음을 해줘서 약효를 발생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약을 오래된 기침에 사용하는데, 그 효과가 뚜렷하고 좋습니다. 제가 약국을 하는 안산지역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데, 가끔 환자들이 스스로 폐가 오래전부터 좋지 않다며, 폐에 좋은 약이 있는지를 물어보곤 합니다. 저는 이때 청상보하환을 추천하는데 대부분 만족할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청상보하환을 소개하고 이 처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를 고민해 볼까 합니다.

1. 청상보하환

▲ 청심보하환 성분/ 사진 제공=김연흥 약사

청상보하환은 숙지황, 산약, 산수유, 목단피, 복령, 택사, 지실, 황련, 황금, 오미자, 맥문동, 천문동, 절패모, 길경, 행인, 반하, 괄루인, 감초로 이루어진 약입니다. 약 가짓수가 많아서 헷갈리시죠? 이럴 때는 처방을 그룹별로 나눠서 보면 이해가 잘 됩니다.

우선 청상보하환은 숙지황, 산약, 산수유, 목단피, 복령, 택사에서 시작합니다. 많이 보셨던 처방이지요? 맞습니다. 육미지황환이죠. 보하(補下)를 육미로 책임지겠다는 뜻인가 봅니다.

육미지황환은 따로 시간을 내서 소개해야 할 만큼 중요한 약입니다. 팔미지황환에서 계지와 부자를 빼서 열이 많은 아이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약으로 숙지황, 산약, 산수유로 3補를 하고 목단피, 복령, 택사로 3사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말의 의미를 알아볼까요? 숙지황은 조혈작용에 도움을 줍니다. 지황을 가공하는 중에 saccharine의 분해에 의해 생성되는 5-hydroxymethyl-2-furaldehyde이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면 헤모글로빈의 산소 친화력이 증가합니다. 산약은 위장운동을 개선하고 산수유는 성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죠. 각각 보혈(補血), 보비(補脾), 보신허(補腎虛) 기능을 합니다. 결국 이들의 삼보(三補)는 신진대사에 부족한 물질을 보충한다는 의미입니다.

목단피는 염증과 어혈을 없애는 작용을 하고, 복령과 택사는 이수작용을 해줍니다. 혈중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장 부위의 염증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죠. 목단피, 복령, 택사가 건강하지 못한 체액과 노폐물을 제거해주면 그 자리에 숙지황, 산약, 산수유가 건강한 자윤 작용을 해줌으로써 체액이 잘 생성되고 교체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육미지황환은 신허로 인해 발생하는 야뇨증과 요통, 당뇨병 신장염과 성적신경쇠약과 같은 다양한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약입니다.

황련과 황금은 열과 염증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는 약입니다. 이 두 약제가 들어있다는 것은 사심탕의 개념을 넣어주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입니다. 이 두 약으로 인해 청상(淸上)이 되는 것이죠. 맥문동과 천문동은 청폐강화와 자음윤조의 기능을 가지고 폐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청상이라고 봐야 할까요?

오미자와 행인은 호흡을 돕고 기침과 천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패모와 과루인은 화담제로 사용이 됩니다. 길경은 호흡기의 염증을 개선하고 가래를 제거합니다. 지실과 반하는 담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요.

결국 처방을 다시 확인하자면 황련, 황금으로 기관지의 열과 염증을 개선하고, 맥문동과 천문동으로 폐를 자윤 해줘서 가래가 잘 제거되고 폐의 기능을 건강하게 해주며, 패모와 과루인으로 가래를 제거하고 오미자와 행인으로 기침을 개선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육미지황환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선 결흉의 개념을 알아야 됩니다. 예전에 시함탕을 소개할 때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으나, 중요한 개념이니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2. 결흉

▲ 자료=한국의약통신 DB

이것을 한방을 잘 모르는 약사님들이 이해할 수 있게 좀 풀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한사가 몸을 침범하고 이에 격렬히 저항을 하느라, 표가 긴장을 하고 땀이 나지 않아, 열이 몸에 갇혀있는 상태를 태양병이라 합니다. 열이 나고 땀이 나지 않고, 오한이 드는 상태지요.

이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땀을 나게 하거나 설사를 시켜서 열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잘못된 치료로 땀을 너무 나게 하거나, 설사를 잘못 시켜서 열이 제거되지 않고 몸 안에 쌓이게 된다면? 이 열은 몸 안에 정체된 수분과 뭉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열과 수분이 뭉쳐서 손을 대지도 못하게 아픈 상태를 결흉이라고 한다네요. 아직도 어렵죠? 다시 설명해 보겠습니다.

한법을 사용해서 몸에 진액이 지나치게 손상되면,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열이 제거되기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항상 체온을 36.5˚C로 맞추고 살아가는 항온동물입니다. 컨디션이 좋건, 좋지 않건 이 과정은 생명의 유지에 중요합니다.

열이 부족하면 대사를 촉진시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체온을 올리고, 열이 너무 많이 발생했을 때는 과하게 발생된 열을 몸 안에 흐르는 수분에 실어서 피부나 호흡을 통해 제거 합니다. 하지만 체액이 부족해지면,  이게 잘 안되게 됩니다. 체액의 소실로 열이 잘 제거되지 않는 상태가 되면, 이 열이 결국 몸 안에 쌓이게 됩니다.

누적된 열이 정체된 수음과 뭉치게 되면 결흉이라고 합니다. 결흉은 수음과 열사가 합쳐져서 생긴다고 하는데, 수음이 뭔가 또 알아야겠죠?

3. 수음(水飮)
수음은 몸 안에 수습이 엉겨 있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신장은 인체의 진액을 관리하는데 중요한 장기로  몸 안의 음기 즉 물을 관리하는 장기입니다.

이 신장의 기운이 떨어지면 신허수범(腎虛水泛)이 발생해 몸 안의 물 또는 진액이 잘 돌지 않게 됩니다. 수음(水飮)이라는 말은 물, 진액, 습담 등이 한곳에 머무는 것을 말합니다. 건강한 수분이 몸에 정체된 것이 아니라 병적 수분이 몸에 정체돼 있는 것이죠.

이 담음이 몸에 정체된 상태에서 열이 침범하게 되거나, 열성질환 등을 앓게 되면, 이때 담음은 열을 포함한 형태인 열담이 되고, 열이 수반된 담은 통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를 결흉이라고 하는 것이죠.

흉중의 결흉을 치료하는 약이 소함흉탕인데, 반하, 황련, 과루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청상보하환에도 반하, 황련, 과루인이 있군요. 청상보하환은 소함흉탕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가슴이 아픈 증상의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청상보하환의 육미는 신허를 개선시켜 수음이 생기지 않고 그로 인해 결흉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의미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오래된 감기로 인해 체력이 소모되고 몸의 건강한 회복능력이 떨어져, 숨이 차고 기운이 달리는 기침을 할 때 청상보하환은 염증을 개선하고, 진액을 보충하며, 열담으로 인한 흉중의 통증까지 개선할 수 있는 약이 됩니다.

청상보하환처럼 여러 처방이 섞여 있는 약은 효과가 속효성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복용하면 만성화된 기침과 호흡기 질환, 호흡기의 기능 저하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폐에 좋은 약이 있냐고 물어보는 환자들에게 추천하기도 하고, 심한 기침감기 이후에 간간히 기침을 하거나 가래가 있다고 하는 환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사용합니다. 평소에 신허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기침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처방에 적혀있는 기침, 천식이라는 표현에만 얽매여서 천식 환자에게만 주려고 하지 말고, 만성화된 잘 낫지 않는 기침에 두루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상보하환은 아직까지는 다행히 생산하는 회사가 많은 제품이며, 기침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약물이 고르게 들어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약사님들이 청상보하환을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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