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출신 프로그래머, 호텔 거쳐 병원·약국 시장 진출
약사회와 협업해 초고속 성장, 예약~결제 가능한 플랫폼 개발 중

▲ 사진= 정동명 기자

누구든 자신이 만든 상품이 그 분야 시장의 50%를 점유한다면 그는 분명히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약국 결제시스템의 50%를 점유하는 업계 대표주자 크레소티의 박경애 사장은 단연 이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이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호텔 전산업무만 12년, 병원·약국가 진출

박 사장은 1980년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키스트(현 카이스트)에 들어가 전산센터 통계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삼보컴퓨터 교육센터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스위스 그랜드호텔로 자리를 옮겨 전산실장을 맡았으며, 라마다 르네상스, 릿츠칼튼호텔 등 12년간 호텔계에서 전산업무를 전담했다.

1997년 IMF가 터지고 각 곳에서 비용절감 운동이 퍼져나가자, 그는 호텔 업계도 구매비용 절감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치솟았다. 모든 호텔들이 물품 공급사들에 대한 비딩 시스템을 적용하고, 적절한 공정경쟁을 통해 거래업체를 선정하여, 최선의 구매 가격 구조를 만드는 선진구매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이러한 발상으로 20여 년 간의 직장생활 끝에 처음으로 ‘코아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 특급호텔이래야 24개뿐.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켓 사이즈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 그는, 숫자도 많고 규모도 크고 구매제품도 다양한 병원으로 눈을 돌렸다. 병원의 구매를 비딩 시스템으로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박 사장은 당시 1세대 벤처 비즈니스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메디슨의 이민화 사장(벤처협회장)을 만났다. 종합병원의 구매 형태를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아웃소싱 하면 구매비용 절감은 물론 운영의 효율화를 기할 수 있다고 브리핑하고 메디슨과 합작법인 ‘메디링스’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메디링스는 출발부터 병원계에 참신한 충격이었고, 성공이었다. 다수의 병원이 단숨에 가맹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 헬스케어 IT분야에서 최초의 플랫폼이 출범하는 중대한 계기를 만든 것이다.

당시 서울대병원도 박 사장에게 메디링스 시스템에 대한 강의를 듣고 독자적으로 ‘ez-호스피탈'이란 법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1년 만에 메디링스에 합병을 요청을 해왔다. 그때 설립된 회사가 ‘이지메디컴’이다. 이지메디컴은 2002년도에 메디슨이 부도가 나면서 대웅제약이 인수를 하게 됐고, 그래서 박 사장은 다시 대웅제약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명함을 바꾸게 되었다.

약사회와 협업해 사업 확장, 연매출 150억

박 사장은 이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대웅제약과 일을 하다 보니 약국 시장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제약회사는 월말에 수금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고 힘들었죠. 카드를 압인해서 전화로 승인을 따고 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카드결제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사업화 시켜 보기로 하고 2004년도부터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준비했습니다.”

여기서 설립된 회사가 오늘의 크레소티(Credit Society, 신용사회)이고, 현재 우리나라 2만 2,200개 약국의 절반 이상이 결제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는 ‘팜페이’ 인 것이다.

박 사장은 항상 어떻게 하면 중개자로서 병원이나 약국에 가장 큰 혜택을 주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능한지를 고민해왔다. 그리고 약국시장에 들어와 10년간 펼쳐나갈 비즈니스에 대해 하나하나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면서 오늘의 모습을 이룩하게 됐다.

박 사장은 ‘윈윈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약국이 제약회사나 도매상에서 약을 구매하고, 환자들에게 조제료를 받는 과정에서 무엇을 가장 힘들어하는지, 또 제약회사나 도매상 등 공급사 입장에서는 수금을 편리하게 해주면서 업무가 효율화될 수 있도록 ‘윈윈 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박 사장은 ‘팜페이’를 단순히 결제만 하는 단말기가 아닌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 IOT의 기본이 되는 것’인데, 장비 하나로 인터넷, 모바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으로의 확대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크레소티의 또 하나의 장점은 결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고객지원부에서 원격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이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약국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모든 콜은 본사에서 받고 서울·경기·인천은 본사에서 처리하며, 지방은 전국 60여개의 대리점이 맡는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그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약사회와 협업하는 모델을 선택한 것이다.

조제와 복약지도에 몰입되어 있는 약국을 일일이 방문해서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시장 침투가 어렵다. 그래서 2007년도부터 약사회 반회나 분회를 통해 기회가 주어지면 약국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궤도에 오른 것이 2009년, 2010년 즈음이다. 이때 약국 시장의 30%가량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박 사장은 “2004년 크레소티 출범 후 2009년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전체 약국의 50%가 팜페이를 이용하게 됐다.”며 "현재 연매출은 150억 정도"라고 말했다.

▲ 사진= 정동명 기자

병원 예악부터 약국 결제까지 ‘원스톱 시스템’ 개발 중

박 사장은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자 중심의 플랫폼 비즈니스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환자가 모바일로 병원 예약을 하고, 검사나 진료 전후 수납이 가능하며, 약국에 모바일로 처방전을 전송하고, 이를 결제하는 것까지 일원화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병원과 약국의 인력과 비용을 줄이고 업무도 단순화 하는, 그래서 진료와 조제는 의사와 약사가, 모든 업무 처리는 환자가 모바일 하나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가 약국에서 복약지도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고 다시 병원에 들어와서 차를 빼 나가는 주차 순환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현재의 병원의 키오스크 기능에다 약가 지불 등 크레소티의 솔루션을 접목한 이 플랫폼은 1차적으로 오는 5월부터 순천향병원에서 선보이게 된다.

여기에 앞으로 환자 중심의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면 조제이력 관리가 가능해지고, 현재 3,500만명이 넘는 실손보험환자의 청구도 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에, PHR(Personal Health Record) 사업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까지 계획하고 있다. 또 곧 ‘CN 소프트’ 라는 회사를 통해 대형 문전약국 전문 프로그램 사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이 모든 비즈니스 플랫폼의 아이디어는 박 사장에게서 나온다. 이를 연구소에서 디테일한 솔루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박 사장은 “저는 어려서부터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창작하고 또 무언가를 선도하려는 경향이 강했죠. 뭔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 부분의 개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단순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지만 깊게 보고 발상의 전환을 하면서 그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 지금 크레소티의 바탕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시간도 걸리는데 몇 개의 꼭지점들을 움직여 시장 형성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포인트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필요한거죠.”라고 덧붙였다.

호텔에서의 오랜 전산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과 약국, 제약회사와 도매상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는 박경애 사장.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분야를 넘나들며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가 펼칠 내일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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