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임내과’ 모르는 사람 없어요”

가족에게 배운 ‘환자愛’, 친화적 전략 주민에 通 김이슬 기자l승인2018.02.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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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배운 ‘환자愛’, 친화적 전략 주민에 通
‘지역밀착 개원’중요, 봉사활동이 오히려 힐링 돼

#.  “기사님 네비게이션에 주소 찍어서 갈 수 있나요?”
    “어디 가시는데요?”
    “임내과 가는데 혹시 아시나요?”
    “임내과? 잘 알죠. 얼른 타세요.”
    “어떻게 아세요?”
    “아이고 왜 몰라요? 임내과 이 동네에서 유명해요.”

▲ 임병훈 원장/ 사진= 김이슬 기자

지난 2002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서 첫 진료를 시작한 임내과 의원. 올해로 개원 16년을 맞는 임내과는 가평군의 1호 내과로 이미 동네주민들에게는 유명한 존재다.

병원 개원, 빠르게 증가하는 병원 홍수 속에 개원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다. 의사라면 ‘오히려 시골이 개원하기 좋다’는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터. 그러나 병원의 수익과도 관계가 있는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많은 개원의들은 자연스럽게 수도권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임병훈 원장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가평 지역에서 과감히 개원을 결정하며 현재는 지역 병원의 1차의료기관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환자 사랑’은 ‘家族歷’
오랫동안 의료선교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임병훈 원장은 시골에 내과가 많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 환자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게 되면서 그는 지방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개원을 선택했다.

사실 그의 ‘환자 사랑’은 가족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임병훈 원장의 외할아버지는 연세대학교 전신 세브란스 외전을 나와 일제시대 당시 북한 함경도에서 병원을 차렸다. 또 그의 외삼촌인 故이용각 선생은 1969년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하여 장기이식 분야를 개척한 분이다.

임 원장은 “외할아버지는 당시 함경도에 개원을 하면서 지역밀착 의료를 한 셈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병원에서 환자를 위해 일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환자에게 다가가는 의료를 해야 한다고 배운 것 같다.”고 밝혔다. 

심리적· 정신적 부분까지 돌보는 의사
하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승승장구할리는 만무하다. 임병훈 원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친화적 전략’으로 다가갔다.

임 원장은 “처음에 환자들이 의사를 잘 믿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대학병원이나 3차병원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0년 전 건강검진을 시작하면서 진단과 치료가 잘 된 환자들이 꽤 많아지면서 환자들이 믿음을 가지고 우리 병원으로 발을 들였다.”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신뢰가 쌓이고 쌓이면서 이제는 환자들이 어디 안 간다.”고 미소로 답했다.

임병훈 원장의 경영 모토는 의료진이 우선되기보다 진료에 있어서는 친화적으로 환자들의 니즈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자의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부분의 가려움까지 긁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가평읍에는 정신과가 없다. 내과가 할 치료 중에 하나는 그 사람의 정신적인 케어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가평군은 자살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진료는 당연히 신경 써야 하고 심리적 불안도 위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진료시간이 좀 길다.”며 “지금 내 눈 앞에 앉아 있는 환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진료를 본다. 환자들이 오히려 빨리 나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다.

하지만 나를 위해 온전히 시간을 투자해 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로받는 느낌이다. 이렇게 신뢰 관계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그는 그저 환자를 길게 보고 오래 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짧게 보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즉 긴 시간동안 환자가 이해도 못하는데 붙잡고 있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소리다.

임병훈 원장이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며 임내과의 전화번호 뒷자리는 ‘0675(영육칠오)’번이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에게는 일부러 전화번호 뒷자리를 ‘0675(영육칠오)’로 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영혼과 육신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목표이기 때문에 전화번호 뒷자리에 의미를 부여했다.”며 “환자들에게 마음까지 치료해줬다는 의사로 기억되면 고마울 뿐이다. 1차의료기관으로서 모든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 사진= 김이슬 기자

16년을 함께 한 두 직원 병원의 자랑거리
임내과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상냥한 간호사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주민들을 반긴다. 친절한 진료는 말할 것도 없다.

임내과는 개원 당시만 해도 직원이 2명이었지만 현재는 8명의 간호사를 두고 있다. 개원을 함께 한 두 직원이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임내과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이제는 가족과 같은 존재지만 이직률이 많은 간호사들이 한 곳에서 16년을 함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그가 내놓은 답은 ‘관계’. 관계 설정이 잘 돼서 잘 챙겨줄 수 있는 관계, 이해해주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개업한 선생님들의 첫 번째 실수가 간호사들이 힘들어하고 짜증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도 힘든 내색을 다 표현하는 것이다. 결국 간호사가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감싸고 도와주고 이해해주면서 보상도 충분히 해줘야 한다. 복지나 임금에 대한 기본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무조건 감싸기만 한다고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지방에서 개원하려면 ‘지역밀착’은 필수
임병훈 원장처럼 소신을 갖고 지방에서의 개원을 꿈꾸는 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16년을 한 자리에서 1차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임 원장에게 새내기 원장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지방에서 개원을 하려면 ‘지역밀착’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의 경우는 로타리클럽에 가입해 클럽 활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지역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섣부르게 행동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당부한다.   

그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의료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환자들이 진료에 만족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지역에 스며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의사가 단지 의료적인 행위에 대해서만 환자를 돌본다면 그 병원은 ‘실패’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 걸까. 그는 내과의 특성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그에 맞출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의료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정보에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다. 병력을 캐치하는 것은 대화에서 나온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이 딱딱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10대에게는 아이돌로 다가갈 수도 있고 어르신들에게는 문화적 활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 환자와 대면하려면 많은 정보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 개업한 선생님들이 다방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러한 그의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봉사 경험을 통해 얻은 것으로 그에게는 꿈이 있다.

그는 “봉사활동이 전개되어야할 장소가 있다면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시간이나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서 같이 도 봉사의 틀을 가질 수 있는 곳을 가서 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봉사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치유를 받고 온다는 따뜻한 그의 ‘시골입성’은 지역 주민들에게 커다란 선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 사진= 김이슬 기자
김이슬 기자  medi@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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