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이슬 기자

지난 12월에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을 둘러싸고 환자 및 시민단체와 의료계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여 이목이 집중됐다.

시민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한 의료진과 병원장 등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반면, 의료계는 의료시스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입장차를 보였다.

1월 30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주최한‘이대 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개선 마련과 병원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인력부족’의 문제를 제기하며 단기적 접근보다는 총체적 접근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대목동병원 문제해결능력 상실?
이대목동병원에서 4명의 신생아가 연이어 사망한 사건은 사회적 논란은 물론 병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낳았다. 특히 사건발생 이후 병원이 원인을 밝히지 못해 질병관리본부, 국과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등에 수사 및 조사 의뢰가 진행되어 병원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병원 내 사망의 경우 대부분 직접사인 및 간접사인을 의료진이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병원 내 환자관리 및 추적관찰 등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이대목동병원의 ‘문제해결능력 상실’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현준 정책국장/ 사진= 김이슬 기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이대목동병원은 경증환자 진료 및 검사운영보다 중환자에 대한 처치 및 원인불명질환을 진단하고 처치하는 기능이 중요했음에도 이를 해결하거나 해석할 능력이 없다고 비난했다.

정형준 국장은 “병원의 역할은 환자를 치료해서 사회로 돌려보내는 일도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어떤 원인에 의해 이런 진단을 받게 됐는지 설명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대목동사태에서 놀라운 점은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서 일절 답을 찾지 못했다.”며 “추적관리 의료행위를 수사대에게 원인을 물었다는 점에서 얼마나 무책임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한소아감염학회 은병욱 보험법제이사(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이대목동병원이 이번 사건에 발생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나친 매도는 삼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 대한소아감염학회 은병욱 보험법제이사/ 사진= 김이슬 기자

은병욱 이사는 “이대목동병원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대목동병원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고 감염관리실이 있다. 전문가들이 분명히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이 있고 그것을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경찰수사가 압수수색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개인의 책임이 없다는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개인의 책임이 1이라면 제도적 책임이 99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료진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여론 재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경찰이 전공의 등에게 무리한 수사를 하고, 관련 혐의를 언론에 유포하거나 해당 교수의 얼굴을 공개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진의가 의심스럽다.”며 의료진에 대한 일방적인 마녀사냥을 우려했다.  

인력 부족 병상은 ‘폐쇄’가 답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이 고질적인 ‘인력문제’에 공감하며 병원인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과장은 “사고당인 16명의 신생아를 2명의 당직 간호사와 1명의 전공의가 돌보고 있었다. NICU가 성인집중치료실에 비해 노동강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16명의 환아를 2명의 간호사가 돌본다는 것은 심각한 인력문제를 보여주는 격”이라며 “수가인상이나 가산제도 확립은 한계가 있다. 모델이 될 수 있는 신생아중환자실을 공공기관에서 시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사진= 김이슬 기자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역시 간호인력 기준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며 적어도 신생아뿐 아니라 모든 중환자실만큼은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만큼의 인력 기준 하한선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윤 위원은 인력 기준 하한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의료기관은 중환자실을 폐쇄하거나 병상을 축소하여 운영하도록 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퇴출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인력 부족 병상을 폐쇄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했다.
안기종 대표에 따르면 이번 집단사망사건 발생의 직접적인 이유는 당직 간호사 2명이 부주의로 영양주사제분주나 주사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지균 감염이 발생했고, 당직 의료인이나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상주를 아예 하지 않았거나 늦게 근무 또는 상주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만일 법령에서 규정한 대로 이대목동병원에 당직 의료인이나 신생아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 또는 당직 전담레지던트가 모두 근무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사진= 김이슬 기자

안 대표는 “이번 집단사망사건을 계기로 신생아중환자실 관련 인력 기준 하한선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인력 관련 의료수가 또한 선진국 수준에 맞춘 후 이 법령을 준수하지 않을 시에는 해당 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거나 신생아중환자실 폐쇄 또는 병상을 축소하도록 하는 관련 법률 개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보건복지부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 사진=김이슬 기자

보건복지부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번 사건 이후 인력에 대한 지적이 많아 전담전문의 상시근무가산, 휴일 의사 배치 시 가산, 보상과 규제 강화 등을 단기 대책에 담았다.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 시 시민사회단체 참여를 강화하는 방안도 담을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며 “의료기관의 안타까운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이대목동병원이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의 관점을 최대한 살피겠다.”고 밝혔다.

의협, 이대목동 두둔? 문제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사고를 둘러싼 대한의사협회의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상윤 위원은 “대한의사협회가 전문가의 최고 단체로서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의사 개인을 보호하려는 점은 이해하지만 병원 경영과 시스템 문제가 적나라하게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수가의 문제다’, ‘정부의 문제’라며  이대목동병원을 두둔하는 자세는 굉장히 예외적이다. 이런 태도는 국민 지지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의 사건, 사고에 대해 법인과 경영진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묻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깃털만 날리는 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시민환자단체는 의사 개인에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안기종 대표는 “2년 전 전북대병원 소아 사망건도 동일 의견으로 담당의사와 병원장의 형사처벌을 하지 않았다. 이대목동병원 주치의는 몇 일 뒤 퇴원할 수 있다고 해놓고 사망 후 기자회견 때 중증환자라고 말해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며 의료진 처벌을 주문했다.

그러나 은병욱 이사는 병원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엔 정책에 문제가 있다며 반박하며, 처벌이 아닌 제대로 된 정책과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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