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병세·극심한 병증 진행 따라 활용 달라져
초기 병세 꺾고 염증반응·고열 다스리기에 중점

이번호부터 최해륭 약사가 ‘나의 복약지도 노트’의 새로운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최 약사는 고졸 검정고시를 최연소로 합격 후 강원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고방연구회 등에서 약국 한약을 공부했습니다.

조제전문약국과 일반중심약국 등 다양한 형태의 약국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소미약국을 운영하며 생약과립제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필진으로 참여했던 부산시 사하구 오거리약국 황은경 약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휴식기를 갖습니다.<편집자주>

1. 약국 임상에서의 생약제제의 사용
생약제제는 각각의 방제와 약용식물 하나하나가 방대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여러 겹의 거울을 겹쳐놓은 것처럼 탐구하면 탐구할수록 각 방제의 함의는 넓습니다.

그 함의를 알수록 세부적인 변증이 가능하고 환자 각각에 따라 조금씩 다른 처방을 내게 되므로 당연히 탐구심을 가지고 더욱 다변적으로 상황별로 생각을 해두어야 하지만, 당장 약국 임상에서 약사 앞에 온 환자 각각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1) 약국 환자 대처법
약국 임상에서의 환자 대처는 크게 3가지입니다.

① 30초 내로 변증을 하고 포장단위로 만들어진 약을 빠르게 주어야할 경우
② 역시 빠른 변증을 해야 하지만 조금 더 환자에게 맞게 약을 조합하여 줄 경우
③ 조금 더 시간을 내어 장기적으로 대처해야할 경우

①, ②라고 해서 결코 함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더 간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①, ②, ③ 모두 소홀히 하지 않고 약국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갈고 닦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설명할 내용은 주로 ②번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약을 선택할 때 태양, 소양, 양명 및 태음, 소음, 궐음(厥陰)의 전통적인 방법,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식이에서 오는 열성 질환에 대한 대처 방법, 체질과 체형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강약을 두어서 씁니다.

해석하는 사람마다 뜻이 다른 생약제제 특유의 ‘단어의 정의’에 대해서도 조금은 해설하겠지만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떤 조합이 좋을 것인가’에 대해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2. 감기에 대응하는 4단계 몸의 반응과 본초
감기에 대처하는 대표적인 본초는 마황(麻黃), 계지(桂枝), 시호(柴胡), 금은화(金銀花), 연교(連翹), 석고(石膏), 대황(大黃), 복령(茯苓), 백출(白朮)입니다. 우선 이것만 기억합시다.

▲ 자료 제공=최해륭 약사

감기의 병의 진행은 크게 네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1단계
1, 2단계의 땀이 안 나거나 식욕이 줄어드는 것은 그 증상의 정증(正症)입니다. 정증도 기억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좀 더 정증의 환자가 왔을 때 확신을 가지고 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치자(治療者)는 본인 앞의 환자가 정증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몸의 반응은 다양하고, 환자 본인이 정증을 잘 표현 못할 수도 있고, 현대인은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복합 증상을 애초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증에 얽매이지 않고 풀어내야 할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환자의 본래의 습성이나 현재의 처한 상황,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둔 학생인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인지, 고등학생인지 노인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체격이 어떤지, 본래 성격이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단계 약 중 ‘마황+계지’를 합한 조합은 땀을 강하게 내어 병원체를 땀으로 몰아내는 약으로서 노인이거나 몸이 허약한 사람 혹은 일반적인 마황제로는 오히려 땀구멍을 열지 못하고 그 열이 속으로 침입할 사람이면 신중하게 사용합니다.

▲ 자료 제공=최해륭 약사

1단계의 일반적인 방제는 갈근탕, 연교패독산<蓮翹敗毒散>,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이지만 노인이거나 몸이 허약한 사람은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 전호(胸下氣消腫祛痰), 독활(少陰經裏風濕), 지각(理氣消腫祛痰), 시호 천궁(頭目昏暗), 인삼, 감초 복령(肺熱除濕), 강활(太陽經表寒風濕), 길경(肺熱理氣除濕消腫祛痰)>을 사용하고 일반적인 마황제로는 오히려 땀구멍을 열지 못할 정도로 표피, 진피와 근섬유, 근내막이 조밀한 사람은 대청룡탕을 사용합니다. 처음부터 병세도 강하지 않고 환자도 허약하면 마황부자세신탕을 고려합니다.

2) 2단계

2단계의 일반적인 방제는 소시호탕, 시함탕 + 형개연교탕, 은교산 입니다. 전통적인 반표반리 소양병의 구분이 아닌 본초의 조합으로 본 구분으로 시호제를 90%이상으로 꼭 고려합니다.

3) 3단계

▲ 자료 제공=최해륭 약사

3단계의 일반적인 방제는 백호탕, 백호가인삼탕, 대시호탕, 대승기탕, 조위승기탕, 도핵승기탕, 살짝 거드는 정도로 오령산, 저령탕입니다.

4) 4단계

4단계의 일반적인 방제는 팔미지황탕, 육미지황탕, 보중익기탕, 자감초탕이고 소음병에 마황부자세신탕이 있습니다.

 

3. 독감에 대한 과립제의 활용

▲ 자료 제공=최해륭 약사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 및 B의 Hemagglutinin이 숙주세포의 sialic acid에 결합을 하면서 숙주에 달라붙어서 숙주세포내로 들어가서 증식한 뒤 Neurominidase가 그 결합을 끊으면서 새로운 숙주세포 안으로 계속해서 침입해 들어감으로 인해 나타나는 병세로서 특징적인 증상은 급진적인 고열, 두통, 신체통, 근육통, 오한, 심한 기침, 인후통, 콧물, 식욕부진입니다.

▲1, 2, 3단계가 한 번에 오는 경우가 많고, 혹은 ▲단계를 구분 짓기 힘들게 빠르게 진행되거나 ▲1, 2, 3단계에 대한 약의 조합이 같이 들어가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부작용을 상쇄하므로 1, 2, 3단계 약 3가지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자료 제공=최해륭 약사

1, 2, 3단계 약을 같이 사용하게 되면 마황제의 강발한(强發汗)을 석고가 다독여주고 마황제가 뚫지 못하여 오히려 속으로 들어온 열이 있을지라도 시호, 금은화, 연고, 석고, 대황, 복령, 저령 등이 식혀서 빼내어 줍니다.

▲ 자료 제공=최해륭 약사

저는 일반적으로 갈근탕/연교패독산/인삼패독산/마행감석탕+소시호탕/시함탕+형개연교탕+백호가인삼탕을 기본 뼈대로 삼아서 독감에 대처합니다. 독감의 특징인 강한 병세를 갈근탕, 연교패독산이 꺾어주고 백호탕이 갈근탕을 다독이면서 고열을 풀어주고 소시호탕이 백호탕과 갈근탕의 화해(和解劑)를 꾀합니다.

형개연교탕은 인후와 기관지의 염증반응을 제어하는 약으로 황금, 치자 및 연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황금, 치자는 황련해독탕을 구성하는 약으로서 황련해독탕은 당단백질 중의 sialic acid를 감소시키고 혈액의 노폐물 및 지질들을 처리하여 혈액의 점도를 줄여서 열 및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연교는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습니다.

타미플루는 Hemagglutinin과 sialic acid의 결합을 끊는 neurominidase의 작용을 차단하여 바이러스의 번식을 억제하지만, 기왕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없애는 건 아니고 새롭게 침략해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차단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발을 묶어둘 뿐입니다. 무서운 적을 모아서 묶어두었으면 고성능이면서 우리 편을 해치지 않는 요격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결국 타미플루나 항생제 등은 우리 몸의 면역계를 믿고 바이러스나 세균의 새로운 침입에는 신경을 덜 쓴다고 볼 수 있는데, 과립제 생약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데도 많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4. 독감에 대한 OTC 포장단위 조합
이런 생약과립의 합방도 필요하지만 10T 혹은 낱개 포장단위로 밖에 대응을 못할 상황도 많을 것이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도 필요합니다. 약국가에 있는 소포장 단위로는 갈근탕+은교산, 구풍해독탕가길경석고+패독산+프로폴리스, UDCA, arginine앰플이 있고 증상에 따라 10C 감기약을 같이 권할 수 있습니다.

arginine, ornithine은 virus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면역 항진으로 인해서 생기는 염증 물질들과 노폐물들로 인해 더러워진 혈액을 깨끗하게 하여 간의 해독 기능을 살려서 몸의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줍니다.

제가 언급한 방제 중에 실제로는 구하기 힘든 방제는 형방패독산, 연교패독산, 마황부자세신탕, 대청룡탕, 백호탕, 대승기탕, 조위승기탕입니다. 이 방제를 사용하시는 약사님들이 많으면 제작을 하겠지만 제약회사에서는 800통 이상을 한 번에 만들어야 해서 힘들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800통도 안 나간다는 것이지요.

이외에 기본적이고 유명한 방제들 중에도 그 800통 조차 안 나가서 창고에 썩고 있는 방제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안 나오는 방제는 차치하고라도 지금 나오는 방제들이라도 잘 살펴서 사용하시면 그 방제에 애정이 생기고 각 방제에 들어간 본초생약들의 의미와 일반적인 용법, 그리고 그 방제의 응용법들에 대해서 탐구하고 직접 환자에게 적용하고 그 환자가 낫는 경험을 하다보면 방제에 대한 더 큰 애정이 생기고 좀 더 사용에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생약제제만이 최고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약사님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받아들이는 환자의 사정도 있으므로 지나치게 생약제제를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주고 환자를 약사님들의 단골로 만드는데 있어서 생약과립제의 활용은 정말 훌륭하고 믿음직한 친구라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몇 가지 독감 치험례를 올립니다.

<사례 1> 60대 초반 여성 환자
병원에서 록소프로펜+(코데인, 구아이페네신, 메칠에페드린, 클로르페니라민)복합제 등에 타미플루를 처방 받았습니다.

타미플루를 끝까지 다 먹는 게 올바른 용법이지만, 이 환자의 경우 타미플루를 먹는 것도 힘들어하고 약을 먹어도 증상에 대한 호전 반응이 없어서 과립제를 본인 선택으로 복용하였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시는 분으로 감기 걸린 지 10일이 지난 상황입니다.

■ 증상: 인후통, 소름끼치듯 춥고 몹시 심한 신체통, 열은 38도, 입이 쓰고 콧물과 가래가 황색과 푸른색임. 입안이 혀끝 빼고 바싹 마르고 눈이 아프고 오른쪽 옆구리가 기침할 때마다 아프고 팔다리처지고 만사가 귀찮다.

■ 처방: 팔미지황탕 + 연교패독산 + 시함탕 + 형개연교탕 + 백호가인삼탕 + 기침약을 한약으로 더 추가할 수도 있지만 양이 너무 많아지는 걸 우려해서 위의 처방도 독자분이 보시기에는 종류가 많아 보이겠지만 늘 환자 부담이 적도록 약의 개수와 양도 줄일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쓰기 때문에(많이 써야하는 질환에는 한 번 복용에 150그람도 썼습니다. CASE BY CASE입니다) 기침 시럽을 추가로 같이 복용하도록 하였고 한 첩 먹고 이미 효과를 보셨고 5일 복용 후 괴로운 감기 증세가 다 나았습니다.

<사례 2> 30대 중반 남자 환자
감기 몸살 증상으로 하루 반 경과 뒤 병원에 가서 독감 판정 받음. 고열이 나고 헛소리를 한다고 어머니께서 오심. 얼굴에 열감이 심함, 소변이 시원치 않음.
 
■ 처방: 소시호탕 + 형개연교탕 + 도핵승기탕 + 오령산

하루 만에 열이 내리면서 완치. 이것은 열을 대변과 소변으로 빼내며 간의 이담작용과 해독작용을 돕는데 주력하면서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는 처방입니다. 이 때, 환자에게 대변량이나 소변량이 늘고 설사할 수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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