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정지희 약사

2017년은 약사로서 다양한 일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쩌면 내게 있어 이런 꿀 같은 날들은 다시 오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017년의 방점은 중외제약에서 후원하는 JW 중외 청년약사 봉사상의 수상이었다. 이 상은 멘토로 생각하는 약사님께서 알려주셔서 지원하게 된 상이다.

제4회 JW 중외 청년약사 봉사상의 지원 자격은 하기에 기재한다.
지원 대상은 만 40세 이하 또는 본인이 청년약사라고 생각하는 신상 신고한 약사였고, 본인이 직접 지원하거나 타인 추천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이전에는 타인의 추천만이 가능했었다는 약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난 올해 내가 약사로서 활동한 내용들을 하나둘씩 정리해보았다. 회사에 있을 때,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핵심성과지표라고 번역하며, 연초에 회사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직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를 매년 진행하기도 했었기에, 월 단위와 올해 참여했던 행사들을 차례로 정리해나갔다.

이 상이 벌써 4년째 진행되었기에, 올해라는 기간을 한정하여 활동들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사진도 첨부해가며, 그간 내가 활동했던 일을 돌아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사진이 없던 활동들은 괜히 잊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던 시간이었다(요새 서점가 자기계발 섹터에 한창 불고 있는 기록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출을 앞두고 조금은 망설여졌다. ‘수많은 약사님들이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고, 나의 일들은 정말 작은 일인데, 이렇게 지원해도 되는 걸까?’ 하는 마음과 ‘나의 2017년을 마무리하며 지원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상충했다.

그리고 11월 중순, 마감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날 스스로 지원했다. 사실 서울시 약사회 국제위원장님께서 추천서를 작성해주셨는데, 지원하는 시점에 지원서 제출을 말씀드리기가 어려워 스스로 지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11월 중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와 태국의 방콕 그리고 미국 남가주를 방문하여 그 나라의 약사님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medical writer 일을 하고 있던 현지시간으로 11월 23일 밤 9시를 조금 넘은 시각! 지인들이 하나둘씩 중외제약 봉사상에 내가 선정된 것 같다고 기사를 공유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 소식을 듣고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고 혹시 진짜 나인지 확인이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답을 했다. 그러다 점점 축하 메시지가 늘어나자, 궁금함을 참을 수 없던 난 약사공론에 전화해서 동명이인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시차와 주말이 있어 확인이 어려웠고,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11월 26일에 귀국하여 27일 아침에 약사공론에 다시금 확인을 했다. 그러자 약사공론 기자님께서 당선된 사람이 내가 맞으며, 혹시 상을 사양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왜냐하면 이번에 당선된 청년약사 중 한 분이 타인이 추천하여 본인이 선정되었으나, 본인은 선정된 줄 몰랐고, 아직 상을 받기엔 부족하여 수상을 완곡하게 고사했다고 했다.

난 그 답변을 듣고 3초 동안 곰곰이 고민하다가, 조용히 ‘저는 제가 지원했습니다.’라고 말을 하며, 기쁘게 수상하겠다고 말씀드렸다(후에 수상 날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듣고 딸을 굉장히 부끄러워 하셨다). 그리고 12월 1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시상식이 있었다.

▲ 사진 제공= 정지희 약사

현장에 가니, 솔직히 말해 나를 제외하고 수상하신 엄청난 약사님들을 뵐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뻤다(내 인생에 이런 멋진 약사님들을 뵐 기회가 몇 번이나 되겠는가!). 강의를 들은 적 있던 엄준철 약사님께 쪼르르 가서 인사하고, 궁금한 것도 여쭤보는 기회도 가졌다. 나를 제외한 약사님들은 모두 다년간 봉사의 기록이 있어, 새삼 내가 자꾸만 작아지는 중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

대학생 때 나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께서도 참석하셨는데, 수상자들의 봉사 이력을 보다가 ‘어머, 지희 약사, 동명이인이 수상을 받는구나!’라고 말씀하셔서 얼굴이 새빨개졌었다 (참고로 지원서 사진 찍었을 때 보다 현재 25kg 정도 체중이 늘어난 상태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그 수상자가 나라는 것을 알게 되시고, 제가 살이 많이 쪘음을 고백하자 ‘지희 약사는 잘생겼잖아,’라는 훈훈한 말씀으로 짧은 시간 나는 두 번 죽었었다.

실은 나보다 더 많은 봉사와 더 많은 활동을 한 약사님들이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본인이 하는 일을 모르게 조용히 활동하시는 분들도, 알리기를 꺼려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을 알지만, 개인적으로 약사님들께서 하시는 일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되어 나와는 다른 약사님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상 외에도 다양한 약사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들이 많이 있다. 많은 약사님들이 지원하시고 추천하셔서 더 많은 약사님들이 상을 타게 되기를 2018년 새해를 맞으며 기원해본다. 황금 개띠 해에는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못 먹어도 고!’ 하시는 분들이 많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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