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 카페 모델 삼아 ‘깨끗하고 예쁘게’가 트렌드 
사후면세점 도입, 질역밀착서비스 제공, 요가 병행 등 특화

올 한해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만난 약사들은 하나같이 ‘변화해야 할 때’라는데 공감했다. 셀프매대를 들여놔 드럭스토어를 표방하는 약국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고, 약국체인 중심의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카페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곳도 많았다.

층약국이 입점하거나 근처 의원이 폐업하는 경우를 기회로 삼아 동물약국으로 입지를 다지거나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는 이들도 있었으며, 지역밀착 서비스나 요가와 명상을 병행하면서 미래 약국상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올 한해 본지에서 만난 약사들의 경영 노하우를 들어보자.

“환자 선택권 높이자 매출 상승 이어져”
고대구로병원 앞에 위치한 1번가약국은 문전약국임에도 불구하고 셀프매대를 활용해 일반약 상담에 주력하고 있는 곳이다. 개국 당시부터‘토털 헬스케어’를 꿈꿨던 정동만 약사는 심장· 당뇨질환자들이 많아 기본적인 영양제를 갖추는 것은 물론, 폼클렌징과 약국 화장품까지 들여놓고 환자들의 선택권을 높이고 있었다.

여기에 품목별로 다양한 제품을 진열하는 것은 물론, 각종 POP와 플랜카드를 설치해 환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투약대와 일반의약품, 건기식 매대에 설치되어 있는 플랜카드는 질환별 추천 영양제와 평균적인 가격대까지 적어둬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주대병원 앞 우리대학약국의 배형준 약사도 셀프매대 도입 후 일반약 매출이 60% 늘었다고 말한다. 초기에는 환자의 선택권을 높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완벽하게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약 매출의 50%가 늘었고, 완전히 교체하자 10% 정도가 추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결심을 굳혔다는 설명이다.

배 약사는 “이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선택을 맡기는 것을 불편해한다. 이미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주도권을 내려놓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환자들이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이 약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문전약국이면서 드럭스토어를 표방하고 사후 면세점 시스템까지 도입한 새로운 약국모델도 2017년 개국가의 큰 변화 중 하나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앞 위드팜8번가약국 김영숙 약사는 한정식 집을 개조해 약국을 열고, 근처 대학생들과 유학생들, 그리고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는 내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제약국+드럭스토어+사후면세점’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약국을 열었다.

지상 3층 규모로 1층은 약국, 2층은 뷰티 서비스 제공 공간, 3층은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식으로 한 층에 180평 규모이다. 한쪽에는 조제전문약국이, 맞은편에는 유명 백화점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각종 뷰티헬스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가장 색다른 것은 사후면세점이라는 것. 외국인이 약국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즉시 그 자리에서 8%의 세금을 환급해준다.

“이제 약국 인테리어도 변화해야 할 때”

천편일률적인 약국 인테리어를 손보는 약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신사동처럼 미용관련 환자들이 많거나 트렌드에 민감한 곳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신사싱싱약국과 신사온누리약국의 유상희 약사, 오진이 약사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두 약국은 새하얀 간판에 안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통유리 외관, 하얀 투약대와 깔끔하게 정리된 매대들, 은은하게 퍼지는 아로마향과 귀를 즐겁게 하는 클래식 음악까지. 흡사 유럽 약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작은약국 김 경 약사의 인테리어는 특허를 취득할 만큼 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회색·민트색· 흰색을 주요 색상으로 가구의 재질과 높이를 통일한 작은약국은 주광등을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조제공간을 집처럼 천막으로 가려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인테리어의 효과도 누리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박지숙 약사는 집에서 쓰던 가구를 재활용한 케이스이다. 저렴한데다 튼튼하고, 유아가 많은 약국의 분위기에 맞게 따뜻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박 약사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제 약국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상희 약사는 “시대가 변하는데 약국만 유독 뒤쳐져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SNS 등을 활용해 시대와 함께 혹은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박카스가 500원 더 싸다고 약국을 옮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고객의 니즈를 읽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영위기 발판삼아 제2의 도약
경영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약사들도 많았다. 병의원 폐업이나 층약국 입점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복약상담을 강화하거나 취급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식이다.

강남대표동물약국으로 유명한 동의온누리약국 김은아 약사는 주 처방이 나오던 산부인과가 문을 닫자 동물약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동물약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A4용지에 예방접종 스케줄과 주의사항을 앞뒤로 적어 상담에도 활용하고 고객에게 나눠주기 시작했고,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 샘터약국의 박지영 약사도 비슷한 케이스이다. 지금은 매출의 15% 정도가 동물약에서 나오고 있지만, 2층에 하나만 있던 의원이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함께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박 약사는 2013년 동물약품 수의사 처방제 시행과 함께 적극적으로 동물약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물약 취급을 준비하고 있는 약사들에게 △검색포털 네이버에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가능하다면 검색광고를 활용할 것과 △동물약의 경우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약사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취급해야 한다는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OTC 활성화 연구 모임(오연모)’와 ‘어린이, 여성 건강을 위한 약사모임(어여모)’, 아로파약사협동조합, 한국 젊은 약사회(KYPG) 스터디, 헬스조선 자문을 비롯, 안양시약사회 회무 등을 소화하며 왕성한 학술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행복한약국 김혜진 약사도 경영 위기를 겪으며 강해진 케이스이다.

그는 층약국이 입점하면서 ‘고객 한분 한분을 소중히 대하기로’ 결심하고, 좋은 상담을 위해 본격적인 공부에 뛰어들었다.
김 약사는 “대상포진이 올 만큼 경영위기를 겪고 나자 ‘내가 잘한다는 걸 보여줘야 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약사로서 전문성과 따뜻함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라며 “환자분들과 얘기하다보며 금방 마음의 문을 열고 많은 얘기를 해주세요. 다른 데서 산 약도 물어보고, 음식도 물어보시죠. 기껏 설명했는데 그냥 나가면 허무할 때도 있지만 ‘저번에 약사님이 추천해주신 약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해주실 때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지역밀착서비스, 자연치유약국 등 미래지향 모델 등장

이밖에도 미래 약국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약국들도 있었다. 지역밀착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는 늘픔약국의 박상원 약사와 처방전 없이 100% 예약제로만 약국을 운영하는 행복한약국의 우문희 약사가 그 주인공이다.

늘픔약사회의 회장이기도 한 박상원 약사는 약국을 운영하며 맞춤형 방문보건사업과 세이프약국, 소녀돌봄약국사업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와 밀접한 약사상 정립’을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다.

박 약사는 “과포화된 개국가에 6년제 약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 지역과 밀착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는 계층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금 일찍 그 길을 닦아놓으려는 것뿐이죠.”라고 말한다.

행복한약국의 우문희 약사는 처방전 하나 없이 한방과립제와 영양·식이요법, 요가와 명상, 아로마를 병행하며 100% 예약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죽는 순간에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생각했어요. 그때 자연요법으로 환자 치유를 돕는 약국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라고 배경을 밝혔다.

행복한 약국을 찾는 환자들은 아토피와 백반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 병원 치료마저 포기한 난치성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보통은 2주에 한 번씩 약국을 찾는데, 1명당 상담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이다.

약국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편으로 한방과립제가 가득한 투약대가 보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상담실이 바로 나타난다. 좌식으로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약사와 환자가 마주앉는 식이다. 그 옆으로는 요가와 명상을 함께할 수 있는 큰 방이 이어진다.

우 약사는 “단순한 조제에서 벗어나 영양으로 환자들을 관리하는 이런 활동이 돈은 안 되지만(웃음) 약사 스스로의 건강도 지킬 수 있고, 무엇보다 약사로서 굉장한 사명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며 “이런 약국이 동네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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