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P 총회서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제적 관심 일으켜
개혁성향 정부 등장에도 연이은 고소로 현안 해결 미지근

2017년 대한민국 약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우선 역사상 첫 FIP 서울 총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사드배치와 북핵 문제 등 악재 속에서도 총 2,568명이 참석했고 동일성분 조제와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고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예정되어있던 전국약사대회는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대한약사회관 신축회관 가계약금 1억원 수수와 연수교육비 유용 의혹에 따른 연이은 고소전으로 취소됐고, 지금까지 조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개혁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사상 첫 개국약사 출신 식약처장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사 직능 확대 현안이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성공적이었던 역사상 첫 FIP 개최
21017년 약업계의 가장 큰 경사는 2017 FIP 서울 총회 개최였다. 세계 96개국에서 1,869명의 외국 약사와 국내 699명 등 총 2,568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됐으며, 국제학술대회는 물론 세계 각국의 약사·약학단체의 대표자 회의, 세계 약학대학장 포럼 등으로 구성됐다.

학술대회는 약무 지식함양, 정확한 약물치료, 처방을 넘어선 약국서비스, 스마트 약국, 특수 관심영역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진행됐고. 포스터 800여편이 전시됐다. 부스에는 54개 업체의 118개 부스가 설치됐다.

특히 이번 총회는 한국 약학의 위상을 알리고 스스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된 동시에 동일성분조제와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고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997년 발표한 동일성분과 관련된 정책성명서를 최근 추세에 맞게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 개정하기로 하고, FIP와 WHO에서 여러 국가들에게 동일성분조제와 INN(국제일반명칭) 등을 권고하게 한 성과 등은 주목할 만하다.

약사회는 이와 관련해 총회가 끝난 후 상임이사회에서 ‘(가칭)성분명 처방 제도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여세를 이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사드문제와 북핵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외국 약사들의 우려가 컸고, 대내적으로는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신축회관 운영권 판매 스캔들로 예정돼 있던 전국약사대회까지 취소됐지만 모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FIP 서울 총회는 비교적 무난하게 치러졌다.

아울러 국내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가 의약품 안전사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하고 수상 프로그램들의 사례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 다양한 경험을 공유했으며, 디너 등을 통해 주요 관계자들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성공했다.

서울 총회 이후 FIP 본부 측에서는 “이번 FIP 서울총회는 프로그램 내용에 있어 많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전세계에서 참석한 많은 참가자들이 대한민국 약국의 수준과 성장을 직접 목격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대한약사회는 이러한 성과가 자랑스러울 것이고, 국제적 위상이 한층 성장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서신을 보내오기도 했다.

조찬휘 회장은 총휘 직후 본지에 기고를 통해 “이번 서울총회에서는 특히 동일성분 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제도 등에 대해 세계약사연맹(FIP)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국제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약사사회 안팎으로 관심을 이끌어낸 점에 대해 의미를 찾고 싶다.”며 “이 문제를 편협한 직능이기적 관점이 아닌 환자중심에서 지향해야 할 정책과제임을 확인하고 성분명 처방에 대한 FIP 선언문 개정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오랫동안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북한 약사의 참석을 준비해 왔으나 국제적 정세로 인해 무산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이제 부담이 되었던 것들을 모두 털어내고 약사회 정책과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곪을 대로 곪은 대한약사회 내홍
하지만 화려했던 FIP 서울 총회 개최 이면에는 곪을 대로 곪은 대한약사회의 내홍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7월,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대한약사회관 신축회관 가계약금 1억원 수수와 연수교육비 유용이 폭로되면서부터이다.

해당 내용이 수면 위로 불거지자 시도약사회와 분회에서는 ▲회원 민생과 직접 관련 없는 대약 회무 거부 ▲대약회비 납부 거부 ▲전국약사대회 거부 ▲전 회원 조찬휘 회장 퇴진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전국분회장협의체와 서울시약사회는 조 회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초약사들의 사퇴 요구도 거세게 몰아쳤다.

결국 7월 18일 조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사퇴권고안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안 등 3개 안건을 상정한 임시대의원총회가 소집됐지만, 불신임안은 부결되었으며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안만 가결되면서 더 큰 내홍의 씨앗을 남겨 놓게 됐다.

여기에 지난 2012년 대한약사회장 선거와 서울시약사회장 선거에서 후보 매수 과정에 3천만 원이 오고 간 정황이 드러났는데, 처음에는 당사자인 문재빈 대한약사회 의장과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 그리고 출마를 포기한 최두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의 문제로만 대두됐지만, 뒤이어 A 분회장이 이 사건의 배후로 조 회장을 제소하면서 분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조 회장 역시 A 분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황.

현재 대한약사회 윤리위원회와 서울시약사회가 해당 사건에 대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약 윤리위는 3000만원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된 김종환 회장과 최두주 실장에게 피선거권 박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돈을 전달한 문재빈 총회의장과 서국진 윤리위원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소됐던 조찬휘 회장에 대해서는 무징계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데다가, 유력한 대한약사회장 선거 출마자로 분류되는 김종환 회장이 어떤 대응을 할지 알 수 없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1월 30일 현재 신축회관 가계약금 1억원 수수와 연수교육비 유용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 진행 중이며, 추가 참고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 대한약사회장 선거와 서울시약사회장 선거 후보 매수와 관련해서는 오는 12월 열리는 대한약사회 상임위원회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12월 대한약사회장 등 선거를 앞두고 있어 치열한 집안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도 현안 해결 막막
대한약사회 내홍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사상 첫 개국약사출신의 식약처장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다양한 약사 현안 해결이 기대됐지만, 대한약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현안에 대한 기민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지원과 서울시약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세이프약국 등 약사직능 확대를 위한 사업의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지난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에 운영하는 공공심야약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의 범위에서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의결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국회 모두 공감을 보였다.

이번 발의안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심야시간대 또는 공휴일의 약국 운영을 제도화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고하고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입법취지는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심야약국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이라는 지난 정부의 입장과 달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부에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보건복지부도 수용 입장을 밝혔다. 심야, 공휴일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입법취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다만 공공심야약국의 명칭‧정의, 운영 방법 등에 대한 입법 체계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와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약사회가 5년 동안 시범사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세이프약국’ 사업 역시 서울시 측에서는 조례를 준비하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해당부처인 복지부에서는 사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드러내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건강증진 및 의약품안전사용과 약제비 절감을 위한 세이프약국 활용방안’공청회에서 복지부 유대규 사무관은 국가가 약사라는 면허를 부여했을 때 이미 약사의 직능에 포함되어 있는 역할을 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사무관은 “저도 좋은 사업이라고 느끼지만, 제3자에게 이 사업을 국가예산을 투입해서 해야 한다고 설득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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