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의원 약사법 개정안 발의, 복지부도 긍정적
의협 등 반발…약사회 ‘보건소 모델 위한 중간단계’

안전상비의약품 추가 지정에 관한 복지부의 마지막 회의가 오는 12월로  예정된 가운데, 약사사회에서 이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공공심야약국’ 확대를 제시하고 나섰다. 또 확대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마침 국회에 지자체에서 공공심야약국을 지원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고, 복지부에서도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어 의결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이에 맞춰 각 시도약사회는 공공심야약국 확대를 위한 성명서 발표와 세미나 개최는 물론,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등 재야단체에서도 서명운동과 청와대 앞 피켓시위 등을 벌이며 지원 확충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지자체 일부와 의협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 표1. 공공심야약국 운영 현황(출처: 대한약사회, 2017년 7월 기준)

전국 30여개 공공심야약국 운영 중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공공심야약국은 30여 개소 가량이다. 경기도와 대구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 운영 중인데 공공심야약국 운영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연중무휴 약국 또는 자율에 의한 당번약국을 통해 의료 공백을 줄이고 있다.

공공심야약국의 대부분은 약국에서 약사가 상주하는 형태로, 운영비 지원은 사업이 시행되는 지역의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달빛어린이약국도 전국적으로 29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 표 2. 달빛 어린이병원 및 약국 진료시간

최소 시간당 45,000원 지원금 필요
공공심야약국의 취지에는 대부분의 약사가 공감하지만, 심야시간대 방문객이 많지 않은데다 객단가도 높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 중앙대 약대 서동철 교수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공 심야약국 도입 토론회’에서 중앙대 약대 서동철 교수는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려면 최소 시간당 45,000원의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내방객 수에 비해 약국에서 투자하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총 17개 공공심야약국을 분석한 서 교수는 매월 약국 운영비로 건물 임차료와 관리비, 동력비, 정보통신비, 기장료, 소모품비 등을 포함해 월 평균 419만 4천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약국이 한 달에 30일~31일을 근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평균 처방조제건수는 63건에 그쳤고, 심야시간대 1지역(5개소)에서는 일평균 일반의약품 구매 환자 10.9명, 처방조제약 환자 0.5명, 심야 전화상담 0.2명 등 약국을 찾는 환자 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춘숙 의원, 지원 의무화 약사법 개정안 발의

▲ 정춘숙 의원

이런 재정상의 문제점은 국회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에 운영하는 공공심야약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의 범위에서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오는 11월 24일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개정안은 약국개설자가 심야시간 또는 공휴일의 운영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공공심야약국 지정을 취소해 지원금(보조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환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 발의 당시 정 의원은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편의점을 통해 상비약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약품 구입에 앞서 정확히 어떤 약이 필요한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 여러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의약품이 올바르게 제공되면 증세가 호전될 수 있는 경증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찾아 불필요하게 지출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안정적인 운영과 지원이 어려웠다.”며 “하루 빨리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취약시간대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개정안 발의 직후 국회에서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공 심야약국 도입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복지부·국회 ‘입법 취지 타당’ 희망적
이번 발의안에 대해 복지부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재원 마련을 담당하는 지자체와 대한의사협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발의안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심야시간대 또는 공휴일의 약국 운영을 제도화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고하고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입법취지는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심야약국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이라는 지난 정부의 입장과 달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부에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다만 석 위원은 공공심야약국 운영시간 미준수 약국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현재 개정안에서는 약국개설자가 심야시간 또는 공휴일의 운영시간을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명령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공공심야약국 지정을 취소해 지원금(보조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보조금 교부대상이 보조금 결정 내용 등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해당 보조금 교부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석 위원은 보조금의 교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시정명령을 거치지 아니하고 해당 보조금을 환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수용 입장을 밝혔다. 심야, 공휴일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입법취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다만 공공심야약국의 명칭‧정의, 운영 방법 등에 대한 입법 체계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도 심야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약국 인프라가 구축 시 응급실 과밀화와 비용부담 문제가 일부 해소되고, 전문 약사의 복약지도 하에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용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부산광역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보건소는 ‘수용 곤란’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프라 지원 및 보강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의협 측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응급의료기관과 야간‧주말진료를 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프라를 지원‧보강하는 것이 효율적인 정책방향”이라며 ‘신중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재정 부담을 져야 하는 지자체에서도 난색을 표했다. 부산광역시는 야간근무에 따른 치안, 근무약사 등 인력수급곤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재정여건 상 공공심야약국의 운영비원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보건소도 민간 운영 약국에 대한 예산 지원은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지자체가 직접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거나 별도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기흥구 보건소의 경우 보건소장이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어 그 진위 여부를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안의 의결 여부는 오는 11월 24일 결정될 예정이다.

약사회 ‘공중보건약사 상주 보건소 모델’ 추구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는 “환자의 진료비 절감에 기여하여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야약국 운영이 활성화될 경우 전문약사의 복약지도에 의해 약물 오남용 가능성이 감소되고 환자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 가능하므로, 약사법을 개정하여 공공심야약국의 지정 및 운영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공심야약국은 7만 약사들의 숙원사업”이라며 “안전상비약 판매처가 건강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편의점주와 알바생들의 안전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질 때 약사회를 설득해주기를 주무관청에게 부단히 요구하고 있다. 이 간절함이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본지와의 통화해서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은 “현재는 지자체에서 필요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약사회는 당연히 법제화가 돼서 의무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법제화가 되기 전까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케이스를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공중보건의사와 공중보건약사가 상주하는 보건소를 활용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료를 위한 장비들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고, 지역마다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계산이다. 또 이렇게 되면 민간단체에서 별도로 심야병원이나 약국을 운영하는 것보다 건강보험재정도 절감된다.

강 위원장은 “아직 공중보건약사라는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약사회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 과정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 약사들이 일정 부분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면서 희생하는 부분이 있는데, 약사들의 부담을 덜고 국민들도 훨씬 편하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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