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한약 잘 모르는 약국도 취급할 정도로 타박상의 대명사
혈액 활성 어혈 제거, 타박상으로 가슴, 배, 갈비 결릴 때 사용

▲ 김연흥 약사/ 경기 안산시 원곡동 백제약국 대표약사

타박상이나 멍이 들었을 때 사용하면 좋은 처방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약국에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당귀수산입니다. 효과가 좋고 많이 쓰이는 익숙한 약이지만, 그 작용 원리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 약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당귀수산이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타박상 외에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귀수산은 한약을 잘 모르는 약국에서도 대부분 취급할 정도로 타박상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약입니다. 타박으로 인해 발생한 멍과 붓기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인데 어떤 작용원리로 멍과 붓기를 제거하는 것일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타박상에 사용하고 있는 다른 제품을 먼저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베노플러스겔-유유
헤파린나트륨과 무정형에스신, 살리실산글리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베노플러스겔은 헤파린나트륨이 혈액 내의 트롬보키나아제와 프로트롬빈의 작용을 억제해 트롬빈의 생성을 억제, 혈액 응고를 방지함으로써 멍을 제거합니다.

여기에 미세혈관 강화성분인 에스신은 부종을 억제하고, 살리실산글리콜레이트는 진통 소염 효과와 각질 용해 및 조직 환류를 도와 헤파린 나트륨과 에스신의 흡수를 도와 멍과 부종의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유사 제품으로는 헤파리노이드 성분으로 이루어진 신일제약 하나로겔이 있는데, 기존의 헤파린 제품보다 흡수율이 많이 높아져서 효과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2. 엘라스에이-조아제약
엘라스에이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두 가지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붓기를 제거하고 림프순환을 돕는 바이오플라보노이드인 루틴이 함유된 제품인데, 정맥순환을 도와서 부종을 없애는 작용을 합니다. 유사한 작용을 하는 제품으로 센시아나 안티스탁스 등도 있습니다.

두 가지 약 모두 혈관투과성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인데 혈관투과성은 무엇일까요?

3. 혈관 투과성
혈관 내 정수압이 증가하거나 혈관 내 삼투압이 감소하면 혈장 성분이 모세혈관 밖으로 나가서 부종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렇게 혈액이 자연스레 혈관 밖으로 나가는 상태는 그냥 부종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염증이 생겨서 혈관 내피에 손상이 생기면 혈관 투과성이 증가해 크기가 큰 혈장 단백질이 혈관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로 인해 혈관 바깥 부위의 교질삼투압이 증가하면 혈장(체액)을 끌어들여 부종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것을 염증성 부종이라고 말합니다.
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키는 물질들은 투과성 인자라고 부르며 히스타민, 세로토닌과 같은 활성아민류와 브라디키닌과 같은 혈장 단백 분해효소, 프로스타글란딘 및 류코트리엔 등의 아라키돈산 대사산물, 및 아나필라톡신인 C3a 및 C5a 등의 보체 유도체 등 크게 4종류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혈관 투과성은 즉각적-일시적 반응, 즉각적-지속적 반응, 지연적–지속적 반응 3가지 형태로 증가합니다.

1) 즉각적-일시적 반응: 보통 손상 후 내피세포의 손상이 즉시적으로 일어나지만 30분 이내에 사라지는 것으로 주로 히스타민에 의해서 유발되며, 가벼운 손상과 알레르기성 두드러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2) 즉각적–지속적 반응: 내피세포에 괴사를 동반하는 정도의 손상이 있을 경우 내피를 통한 혈장의 유출이 혈전이 생길 때까지 지속됩니다. 화상으로 인한 혈관 변화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3) 지연적–지속적 반응: 혈관 투과성이 손상을 받은 뒤에 일정 시간이 지나고 일어나며, 투과성 증가가 몇 시간 때로는 며칠간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반응은 열 손상, 방사선 또는 자외선 조사 및 세균성 독소에 의한 손상, 그리고 투베르클린 반응과 같은 제 IV형 지연성 과민반응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햇볕에 그을린 후 일정 시간 지나고 수포가 생기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위의 약들은 혈관 투과성을 개선함으로써 혈장 단백질의 과도한 혈관 벽 통과를 막고, 그로 인해 부종이 생기지 않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당귀수산으로 돌아가서 살펴보겠습니다.

4. 당귀수산
당귀수산은 활혈거어제(活血祛瘀劑)라 하여 혈액에 활성을 주고 어혈을 제거하는 처방이라고 해석합니다. 타박상 등으로 인해 기가 엉키고 혈이 맺혀서 가슴, 배, 갈비 등이 결릴 때 사용하는 약입니다.

활혈거어란 혈액을 잘 돌게 해주고 어혈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혈에 대해서 알아봐야 합니다.
 
1) 어혈
어혈은 오염이 되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혈액을 말하고, 혈액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신체에 유해한 작용을 끼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순환장애로 인해 정체된 혈액이 성상의 변조가 와서 특정한 병리상태를 유발하거나 다른 병의 원인이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혈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곳에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분적 혈허 상태를 유발할 수 있고, 또 혈관압력이 높아짐으로 인해 혈액이 혈도를 벗어나 출혈성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어혈이 심해지면 전신 혈액 순환에 문제를 야기해서 하체엔 혈액공급이 어려워 냉증이, 상체에는 혈액이 몰려 열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서 어혈이 상열하냉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또 가슴 두근거림이나, 상기증, 뇌 충혈과 같은 전신적인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어혈은 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혈어(血瘀)와 혈이 뭉쳐서 발생하는 어혈(瘀血)로 구분됩니다. 혈어에 관한 약은 궁귀교애탕이나 당귀작약산, 온경탕과 같은 허증의 어혈증상에 대한 처방이 도움이 되고, 당귀수산은 어혈에 대한 약으로 타박으로 인해 혈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환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당귀수산은 당귀미 , 적작약, 오약, 향부자, 소목, 홍화, 도인, 육계, 감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약에 들어있는 본초의 성분들을 살펴봐야겠지요?

2) 당귀
당귀 추출물은 RBC의 응집 속도를 감소시키고 적혈구의 변형능 감소를 억제하며, 삼투압에 의한 용혈을 감소시킵니다.

당귀의 ferulic acid가 혈소판 응집 및 serotonin의 유리를 억제하고, 당귀의 메탄올 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결과 acetic acid로 유도된 writhing test에서 농도 의존적으로 진통작용을 나타내며, 당귀는 ferulic acid 및 carragreenin 으로 유도된 부종을 유의성 있게 억제하고 acetic acid로 유도된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대를 억제합니다. 당귀미는 정유가 많이 포함돼 있어서 혈행을 돕는 작용이 강하다고 합니다.

3) 적작약
작약은 혈관 확장 작용과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항혈 전 작용과 혈소판 응집 억제작용이 강합니다.

4) 향부자
향부자의 메탄올 추출물이 RAW 264,7 cell에서 NO 및 과산화물의 생성을 현저히 억제한다고 보고되어 있고, carragreen으로 유도한 랫드의 족부종을 억제하는데 이러한 작용은 triterpene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부자 70% 메탄올 추출물이 진통작용을 나타내는데 이는 말초 및 중추신경계를 통한 진통작용입니다. 또한 향부자는 예로부터 진통 및 진정작용의 약물로 사용되어 왔는데, 벤조디아제핀 수용체에 대한 agonist로 작용하면서 GABA 신경계의 활성을 조절합니다.

5) 소목
소목의 주성분인 brazilin을 이용한 연구로서 랫드의 혈소판 응집을 저해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소목의 hematein은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며, 염증을 억제하고 비만세포의 탈과립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6) 홍화
홍화의 알콜 추출물은 혈액응고 시간을 연장시키며, 항염증 및 항산화 기능이 있습니다.

7) 도인
혈전 형성을 억제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합니다. 알코올 추출물의 경우 항응고 작용과 항알러지 효능이 있습니다.

8) 오약
오약은 행기지통, 산한온신, 기역기체 등의 효능이 있습니다. 오약의 물 및 알콜 추출물은 진통작용을 보이고, 부종을 억제합니다.

9) 계지
계지는 인터루킨-1α를 억제함으로써 해열 및 소염 진통 작용을 보입니다. 말초혈관을 확장함으로써 혈압을 낮추고 혈류의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본초 중심으로 살펴보면 당귀수산은 어혈을 제거하는 약물과 기제(氣劑)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적작약과 소목, 홍화, 도인은 타박으로 인한 어혈을 제거하고, 체내에 생긴 출혈을 흡수하고 제거합니다. 오약, 계지, 향부자 등은 기제로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진통작용을 합니다.

이 처방은 왠지 작동하는 방식에서 벤트플라겔과 유사한 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헤파린의 혈전생성 억제작용이 적작약과 소목, 홍화, 도인의 작용과 유사하고, 에스신의 혈관 투과성 개선 작용이 앞서 말한 작약, 오약, 향부자의 작용과 유사하며, 계지의 진통작용이 살리실산글리콜레이트와 비슷하게 해석됩니다.

우리는 타박을 입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상처부위를 손으로 주무릅니다. 그 이유가 손으로 주물러 줌으로써 혈류를 개선시키고,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고자 함이 아닐까요?

타박을 당해 혈관이 손상돼서 염증물질이 정체되고 그로 인해 혈액이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어혈이라고 하고, 그 상태로 인해 충분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조직엔 허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타박은 단순히 타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당귀수산을 복용하면, 타박으로 인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고, 또 혈액순환을 도와 어혈이 쌓여 조직의 기능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을 한다면 당귀수산의 응용범위는 단순 타박과 부종 통증에만 국한되지 않게 됩니다. 만성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견비통 등에도 쓸 수 있고,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겨울철 동상과 수족 저림, 수족 냉증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혈전의 생성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현대인의 질환에도 사용할 바가 많아집니다.

또 타박상을 당한 하루 이틀 뒤의 문제를 개선할 때도 사용 가능하고, 타박을 겪고 시간이 지나 근육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도 다른 약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되기도 합니다.

당귀수산이 처음 구성된 시절과 달리 현재는 어혈 증상이 생길 기회가 더 많습니다. 부족한 운동량과 스트레스, 휴식의 부족 등으로 어혈은 앞으로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타박상에 좋은 약이다 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당귀수산이 혈액의 뭉침과 혈액 순환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약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응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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