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 방안 및 의료이용 증가 등 여야 격론 벌여
박 장관, ‘오리지널-제네릭 약효 달라’ 발언 분란 일으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약처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단연 ‘문재인 케어의 재원 방안 마련’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감 초반에는 국감 보이콧 이후 현장에 복귀한 자유한국당에 대한 사과 요구와 방송장악 논란이 부딪히면서 20분간 정회됐지만, 곧 국감이 속개되자 문재인 케어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여야가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 박능후 장관

또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오리지널이 제네릭과 약효가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약사 출신 류영진 식약처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약사 출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김상희, 전혜숙, 김순례, 김승희 의원은 약사와 관련된 이슈에 대한 특별한 논의 없이 문재인 케어와 보건의료 R&D, 생리대 논란, 간호인력 수급 등을 도마 위에 올리는데 그쳤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어떻게?

여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속도와 내용에 차이를 보였다.

문재인 케어는 5년간 30조 6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현재 63%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 확대정책을 말한다.

▲ 기동민 의원

국회 복지위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치매국가책임제, 예비급여 단계적 도입 위한 보험적용 확대 등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의원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이었다. 이를 보면 현 정부와 제1야당의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박능후 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정부에서 발표했던 4종류의 굵직한 재원마련 방안을 강조하면서도, 여러 단체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누적 접릭금 사용, 정부지원금 확대, 보험료 인상, 재정누수 최소화 등에 몇 가지 보완대책을 추가하면 큰 어려움 없이 보장성 70%에 도달할 수 있다. 복지부에서 충분히 중립적인 재정추계를 했다."며 "그럼에도 야당과 충분히 상의하고 설명 드린 뒤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복지위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케어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데 동의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 수가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비급여의 급여화 역시 심평원과 공단, 보건의료연구원 등과 함게 협의체를 구성해 진행 경과를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야당은 문재인 케어의 재원 방안 마련이 세부적이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 김승희 의원

국회 복지위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현 정부는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점에서 야당과 의견이 다르다."며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공개적인 토론회 한 번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재정추계가 중립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 적릭금 사용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없고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한 의료계 반발 등을 전혀 염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비급여 가운데 신의료기술 평가 이전에 도입된 410개 비급여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뿐더러, 국가지원금을 늘리려면 법 개정이 불가피한 만큼 법적인 안정성도 없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장관은 "내년이 수가 전면 개편 연도이기 때문에 이와 맞물려 종합적인 계획을 짜고 있다. 중간 중간 보고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국회 복지위 강석진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성상철 이사장이 "이대로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재정 유지가 힘들다."고 말했다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추궁했다.

박 장관은 "현재 준비금이 절반 이상 남아있고, 건강보험이 5년 만을 목표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재정 건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미 10년치 추계자료를 의원님들께 드렸다. 국민들이 실제 납득할 수 있는 장기 재정추계를 국민들과 같이 의사소통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 송석준 의원

또 국회 복지위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케어에서 추구하는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 자신있냐"는 질문에는 "상대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보장성을 70%까지 강화할 생각이기 대문에 국민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병원비를 덜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 의원이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걱정은 커지고, 세금부담 능력이 없는 분들의 부담만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연속된 질문 역시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해도 예년 수준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질 하락, 의료이용 증가 등 지적

한편 단순히 재원 마련을 넘어 의료의 질이 낮아지거나 의료 이용이 폭증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왔다.

▲ 박인숙 의원

의사 출신 국회 복지위 박인숙 의원(바른정당)은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의료 이용은 증가하고 질은 떨어질 것"이라며 "신의료기술이나 재료 등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또 최종적으로 70%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30%는 비급여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비급여 분야에서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위축되지 않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 천정배 의원

국회 복지위 천정배 의원(국민의당)은 새로운 비급여에 대한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새로운 비급여가 발생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박 장관은 큰 무리 없이 합리적인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비급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신기술이 도입됐을 때 단계를 거쳐 급여화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없고 막을 필요도 없는 일"이라며 "어던 속도와 수가체계로 급여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비 상승 억제를 위해 다양한 제도가 고안됐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며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능후 장관 “오리지널-제네릭 약효 다를 수 있어”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박 장관이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제네릭과 약효가 다르게 발현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대체조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는 약사사회의 공분을 샀다.

복지부는 지난 4월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건강보험법에 따라 9개 품목의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글리벡을 포함한 나머지 33개 품목은 총 551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글리벡을 다른 약제(제네릭)로 변경할 경우 암 질환이 악화되면 환자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임상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는 해명이다. 복지부가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효간 동등성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글리벡 리베이트 적발 후 과징금 처분 수위가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된 것에 대해 "식약처와 (시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식약처는 성분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지만, 복지부는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비복용자가 약을 바꾸면 동일성분이라도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일성분의 생동성 시험을 거쳤지만 환자에 따라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에 약효나 부작용이 다르게 발현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 류영진 식약처장

박 장관의 발언 이후 약사 출신 류영진 식약처장은 발언권을 요청하고 이를 반박했다.

류 처장은 "동일성분 약제의 경우 생동성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약제는 '같다'고 보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문재인 케어 홍보에 26억 지출 의혹

또 이날 국감에서는 문재인 케어를 홍보하기 위해 복지부가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26억원 가량을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복지위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은 "TV, 라디오, 지하철역, 극장 등 광고에 두 달도 안되는 기간에 26억을 집행했다. 더구나 전문가가 문재인 케어에 대한 홍보 글을 특정 언론사에 기고하고, 신문사에 돈을 지불했다."며 "박 장관의 글도 있다."고 폭로했다.

▲ 김상훈 의원

김 의원은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살포하듯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들였냐. 26억이면 결원가정 5만 5천 가정을 지원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료를 털어서 정권을 홍보하는 것이냐"고 다그쳤다.

박 장관은 "고료를 주고 글을 실은 것은 아니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지 않다. 알아보고 분명하게 답변을 드리겠다."며 "홍보보다 내실 있게 구성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건강보험제도에 여러 계층이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일정 부분 홍보가 필요하다는 점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국회 보건복지위 양승조 위원장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돈이 오고 갔는지 확실히 답변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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