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속인 연대 납부 책임, 대신 납부하면 재산 이전
사전 증여, 추정상속도 상속세 내야…법인 유증도 부과 가능

▲ 임태석 팀장(삼성생명 헤리티지센터)

유족 간 상속세 납부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어서 심지어는 혈육 간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세법에서 정한 상속인별 납세의무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가족 간 불필요한 분쟁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지난 7월 공개된 2017년 국세통계 1차 조기공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 3,052억 원, 상속세 신고 건수는 6,217건(과세 미달 제외)으로 피상속인 1인당 평균 신고세액은 3억 7,100만 원이다.

비록 재산을 상속받았다 하더라도 개인들이 납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유족 간에 상속세 납부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고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족 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인별 납세의무를 사전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상속세는 모든 상속인이 연대 납부해야
A씨는 아버지로부터 50억 원의 재산을 동생과 둘이 각각 25억 원씩 상속받았다. A씨는 상속세 15억 원 중 본인이 부담해야 할 7억 5,000만 원을 이미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세무서로부터 주거래은행 계좌 압류 통지를 받았다.

동생이 상속세 7억50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아 공동 상속인인 A씨의 계좌를 압류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동생 대신 상속세 7억5000만 원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동생과 계속 분쟁 중이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 총액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유산과세형’을 취하고 있다. 상속세가 ‘유산과세형’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상속세 납세의무에 대해 상속인별 ‘고유납세의무’와 상속인 간 ‘연대납세의무’ 2가지를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

상속인별 상속세 ‘고유납세의무’는 총 상속재산 중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른 납세의무이며, 상속인 간 상속세 ‘연대납세의무’는 총 상속세에 대해 각 상속인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가액을 한도로 상속인들이 연대해 납부할 의무를 말한다.

상속인 간 ‘연대납세의무’는 상속인 중 1인이 상속세 전액을 납부하면 모든 납세의무자의 납부의무가 소멸된다. 상속인 중 1인이 상속세 전액을 납부한 경우 본인이 납부할 상속세를 초과해 부담한 부분은 다른 상속인에게 민법상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A씨와 동생은 각각 상속받은 재산 비율에 따라 7억5000만 원의 상속세 ‘고유납세의무’가 있는 동시에 상속받은 재산가액 25억 원을 한도로 상속세 15억 원에 대한 ‘연대납세의무’가 있다.

과세관청은 ‘연대납세의무’ 규정에 따라 A씨와 동생 모두에게 상속세 고지서를 발송한 후 A씨와 동생 중 누구에게 상속세를 징수해도 관계없다. A씨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지만 동생이 A씨가 대신 납부한 상속세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동생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상속세 연대납세로 가족 간 재산 재분배 가능
상속인 간 ‘연대납세의무’ 규정으로 인해 상속인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통해 상속인 간 원활한 재산 분배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상속인 중 어느 한 명이 본인이 상속받은 재산가액 한도 내에서 다른 상속인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면 증여세 없이 가족 간에 재산을 이전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편으로부터 50억 원의 재산을 자녀와 둘이 각각 25억 원씩 상속받는 경우 상속세는 약 5억2000만 원으로, 상속인들의 상속인별 ‘고유납세의무’는 2억6000만 원이, 상속인 간 ‘연대납세의무’는 5억2000만 원이 된다.

연대납세의무 규정에 따라 상속세 5억2000만 원을 자녀 대신 어머니가 모두 납부할 경우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2억6000만 원이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상속받은 재산 없어도 상속세 납세의무 있어
B씨는 재작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동생이 어머니의 재산 모두를 상속받는 것으로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했다.

이미 5년 전에 어머니로부터 현금 10억 원을 증여받았고, 동생과 재산 분할 문제로 다투기 싫었기 때문이다. B씨는 상속받은 재산이 없기 때문에 상속세 신고 및 납부는 동생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세무서로부터 미납된 상속세 7억 원을 납부하라는 독촉을 받고 상속세를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B씨가 상속세를 납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B씨가 사전증여를 받은 재산과 상속세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추정상속재산 때문이다. 상속세 과세가액에는 본래의 상속재산뿐 아니라 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과 추정상속재산 등이 포함된다.

추정상속재산이란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 2억 원 이상, 2년 이내 5억 원 이상의 예금 등을 인출하거나 재산을 처분한 경우 또는 부채를 부담한 경우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인출한 예금 등을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으로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추정상속재산은 상속인들이 민법상 상속지분에 따라 상속받은 것으로 본다.

B씨는 상속 당시 상속받은 재산이 없었지만, 사전증여를 받은 재산과 추정상속재산 중 B씨의 민법상 상속지분 상당액이 세법상 B씨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인정돼 상속인별 ‘고유납세의무’와 상속인 간 ‘연대납세의무’가 모두 발생하게 된 것이다.

상속 포기해도 상속세 납세의무 발생 가능
앞의 사례에서 B씨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지 않고 상속 포기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B씨가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상속세 납세의무는 발생할 수 있다.

이유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상속을 포기한 사람이라도 사전증여재산 등이 포함될 경우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씨가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B씨에게는 앞의 사례와 같이 사전에 증여받은 재산이나 추정상속재산으로 인해 상속세 납부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법인에 유증한 재산, 상속인에게 상속세로 부과 가능
대재산가인 C씨는 법인에 재산을 상속하면 법인세만 납부하면 된다는 조언을 듣고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고자 자녀들과 공동으로 출자한 법인에 재산을 유증했다.

자녀들은 총 상속세에서 법인이 유증 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공제한 후 나머지를 상속세로 납부했다. 하지만 상속세 조사를 받은 후 공제한 상속세의 대부분을 납부해야 했다.

영리법인이 재산을 유증 받으면 자산수증익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므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영리법인의 상속세를 면제해준다.

다만, 2014년부터 유증 받은 법인의 주주 중에 상속인과 그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이 유증 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법인이 유증 받은 재산가액×10%)×상속인 및 그 직계비속의 지분율’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상속인 및 그 직계비속이 납부하도록 하는 상속세 납세의무 규정이 신설된 바 있다.

이는 C씨와 같이 상속인들이 대주주로 있는 법인에 재산을 유증하면 상속세 대비 부담이 적은 법인세를 납부하고 상속인들이 재산을 실질적으로 상속받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유족 간에 상속세 납부 분쟁이 발생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속세 납부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 사례들은 매우 다양하다.

절세를 위한 상속·증여 플랜도 중요하지만, 유족 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속인들 간 상속세 부담 금액 및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 방안까지 고려하는 포괄적 상속·증여 플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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