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죠선독립협회회보’ 등 전시,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느껴
10월 20일부터 2개월간 제천시립도서관에서 시민에게 열람 

잡지, 시대를 말하다
낙엽이 떨어져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면 뭐든 곰곰이 생각에 빠지고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가을이 왔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알록달록 변해가는 나뭇잎들은 사람들을 자연으로 이끌고 그 설렘은 마음을 채우기 위한 독서로 이어진다.
전자책이나 핸드폰으로도 책은 읽을 수 있지만 종이에 새겨진 글을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다.

전자식 독서가 익숙해진 요즘 독서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각 지자체 도서관은 종이책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립도서관은 ‘잡지, 문명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잡지 창간호 전시회’를 열어 한국잡지 100년사를 1기부터 10기까지로 나눠 각 시기의 잡지 창간호를 전시한다. 

제천시립도서관 중앙홀 1층에서 10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두 달 간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 ‘대죠선독립협회회보’부터 최초의 문예동인지인 ‘창조(創造)’ 등 우리나라 잡지를 실제로 관람하고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대죠선독립협회회보(大朝鮮獨立協會會報)’는 독립협회 기관지로 열강에 의해 국권 침탈이 시작되는 혼란한 시기에 우리 영토에서 우리 문자로써 우리 힘으로 발간된 첫 잡지이다. 또 1914년 일본 동경의 조선유학생학우회에 의해 창간된 ‘학지광’도 전시되어 있다.

국내 최초 잡지 ‘대죠선독립협회회보’부터 최근 우먼센스까지 1세기를 넘어선 잡지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행복한 독서를 알리는 사서
한국잡지협회와 제천시가 공동 주최하고 제천시립도서관에서 주관 한 ‘잡지 창간호 전시회’ 뒤에는 김주혜 사서관(27)의 노력이 있었다.

제천시립도서관에서 2년간 근무한 그녀는 책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열정과 노력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
100여년의 잡지 역사를 한곳에 모아 전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부단히 도전한 끝에 전시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잡지를 통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은 어떻게 나왔느냐? 라는 물음에 김씨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인터넷 기사로 만난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종이 매체가 주는 즐거움과 기다림이 사람들에게 잊혀 가고 있어서 아쉬웠다.”며 “잡지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다는 것을 알고, 고(古 )잡지를 조사해 최초의 잡지 창간호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획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남겨진 잡지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디지털 콘텐츠가 익숙한 시대에 이번 전시는 다시 종이책에 대한 독자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긴 세월동안 남겨진 잡지 창간호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한국잡지협회의 도움으로 지자체가 공동 주최로 전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1800년대의 잡지가 무척 귀중한 자산인데다 두 달 동안 전시한다는 것은 잡지를 쉽게 대여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며 “한국잡지협회에 찾아가 원본·영인본 잡지 제공을 약속 받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9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시간은 146분에서 173분으로, 모바일은 22분에서 82분으로 대폭 늘어났다.”며 “잡지와 신문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시간은 38분으로 급감하는 등 디지털 문화 의존도가 높아지고 잡지가 주는 기다림의 즐거움, 친숙함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현 세대의 문화를 안타까워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김씨는 디지털 콘텐츠가 익숙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부터 잡지를 떠올리면 옛 추억이 떠오르는 어르신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언론 문화 산업을 선도해 온 핵심매체인 잡지를 통해 시대적인 암흑기와 전성기를 느끼고 다시금 독서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고 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책을 가까이 하고 독서 행위가 습관화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씨는 독서를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즐겁지 않은 행위로 간주되는 현실을 꼽았다.

“도서관에 오시는 분들은 논문·발표 등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 또한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라며 “도서관에 ‘쉼’을 찾으러 와보세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문화 프로그램과 인문학의 탐방 등 편히 쉬고 즐기세요.”라며 독서는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 휴식과 즐거움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제천의 슬로건이 ‘자연치유도시’인 만큼 문화생활에 취약한 계층에게 다양한 문화생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책과 향토성을 살리는 전시회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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