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 고민 함께하며 한국 약사로서 자부심 생겨
청년 약사들, 행사장 도우미로 국제 행사 체험 기회

지난호에 이어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2017 FIP 서울 총회'에 참석한 약사들의 소감을 전달한다.

지난호의 조찬휘 대한약사회장과 전인구·백경신 FIP 조직위원장,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 최광훈 경기도약사회장의 글에 이어 이번호에는 김위학 서울 중랑구약사회장, 최은경 인천 부평구약사회장, 민재원·정지희 FIP 조직위원회 청년약사위원의 글이 이어진다.

세계 약사들과 약사 직능 고민할 수 있는 기회

▲ 김위학(FIP 서울총회 개폐회식의전위원회 위원장, 서울 중랑구약사회장)

이번 제77회 서울 FIP에서 개폐회식의전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중랑구약사회 김위학 회장입니다. 홍명자 공동위원장님을 비롯해 해외학회 참여 경험이 풍부한 십여 분의 위원님들과 함께 이번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어느 대회에서든 개폐회식과 의전은 대회를 상징하는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우리나라 근대약학 100년사에 처음으로 유치하는 세계약사연맹 총회인 만큼, 개폐회식의전 위원회에서는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와 역사, 약학의 발전과 지향점 그리고 이번 대회의 주제인 “Medicines and Beyond! The soul of pharmacy”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에 근거한 의식과 퍼포먼스를 통해, 참여하는 전 세계 약학인들과 우리 회원님들이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했습니다.

1년 넘게 이십여 차례의 분과회의와 중점회의를 거치면서, 위원님들이 쌓아온 해외에서의 수많은 경험을 토대삼아 주제를 이해하고 아젠다를 만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이 행사를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논의 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의 약학 리더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회원들은 학회와 학문이 멀리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교류를 통해 얼마든지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다른 직역으로부터의 도전과 국민건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우리 회원들이 약사직능을 근원적인 위치에서 세계약사들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시 열리게 될 FIP 서울 총회를 기약하며

▲ 최은경(인천 부평구약사회장)

작년에 이어 2번째 참석하는 세계약학연맹총회였다.

작년에는 남미에서 열린다는 특수성 때문에 ‘이 기회에 남미에 가보자’라는 욕심이 앞섰던 총회 참석이었다. 그때도 개회식 때 회장의 발표가 있었고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했으며 ‘세계약사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르멘 페냐 회장의 긴 발표를 보면서 ‘아! 이게 바로 약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약사가 고민하는 것들, 약사의 길을 제시하는 거구나’라고. 물론 그 내용은 회장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오랜 토론과 연구 끝에 제시된 것일 것이다.

성분명 처방과 약사보조원에 대한 이슈가 다루어 진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된다. 그동안은 정부 그리고 의사와의 대립 혹은 말을 꺼내면 바로 지탄받는 내부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계약사들의 총회에서 각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미래를 함께 논의하다보니 나를 포함해 좀 더 많은 약사들이 객관적으로 현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평가해 본다.

또한 지역약국세션 디너나 클로징 디너 등 약사교류의 장에서 세계약사들과 교류하며 같은 직역의 약사들과 서로의 관심 있는 각국의 약사의 역할, 제도 등을 묻고 대답하며 어떤 목마름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좁은 약국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지루하고 답답하지만, 총회에 참석하며 교류하고 즐기면서 나 자신의 행복감도 커지고, 더불어 약사의 위상도 높아가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약바로쓰기운동본부의 수상과 발표를 보고, 세계약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항상 우리가 어떤 제도나 역할을 애기할 때 해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저마다 앞서가는 역할이나 제도가 있다는 생각에 으쓱하는 기분도 들고 우리가 절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2017 FIP 서울총회는 한국 근대 약학 역사 100년 만에 처음이지만, 언젠간 한국에서 다시 열리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때는 FIP 총회 현장에서 봉사하는 약사님들이 더 많이 생기고, 시상식에서 한국 약사들의 환호가 더욱 거세게 일기를 바래본다.

세계 약사들과의 소중한 만남

▲ 민재원(FIP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청년약사위원)

아시아 젊은 약사들을 데리고 8번가 약국 투어를 해주었던 때이다. 이대역 1번 출구에서 모여서 가기로 했는데 삼성역에서 오는 약사들을 기다렸다.

먼저 온 일본 약사 두 분, 태국 약사와 지하철역 벤치에서 수다 떨고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조금 친해지는 기회가 되었다.

약국 투어 후 나는 집에 일이 있어 잠시 들어갔고. 다시 저녁 행사인 Young Pharmacist group 과 선상 레스토랑인 Aboard에서의 행사를 갔다.

8시부터 9시까지 입장하는 분들의 티켓과 팔에 두르는 띠를 교환해주는 봉사를 하였다. 표가 있어야 입장은 물론 무제한 음식과 주류를 즐길 수 있다.

행사 진행 중에 아시아 남녀로 보이는 남녀가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허둥지둥 하는 게 보였고, 아는 분들 같아 아는 체를 했더니, 아까 보았던 일본 약사들이었다. 왜 벌써 가냐고 했더니 몸살감기인 것 같다며 오한도 있다 했다.

그제야 명동의 로얄 호텔에 가야하는데 어찌 갈 수 있냐고 해서, 순간 ‘여긴 카카오 택시 없인 나가기 힘든데’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서둘러 카카오택시를 잡아주고 택시 승강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택시는 왔고, 나를 만나서 너무 행운이라면서 일본 녹차제품을 선물로 주고 깍듯이 90도 인사를 하고 갔다. 나로서는 별게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을 아는 것도 아니고 참 고맙기도 했나보다.

그 진심을 느꼈고, 나 역시 기분이 참 좋았던 미소 지으며 흐뭇하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까도 까도 새로운 양파 같은 FIP 총회

▲ 정지희(FIP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청년약사위원, 서울시약사회 국제위원)

2017 FIP 서울총회의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공식적으로는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그리고 운영위원들에게는 전, 후 행사를 포함해서는 8일간의 대장정이었기에 오랜만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던 프로젝트였다.

# 9월 8일, D- 2
이날은 본부 스태프뿐 아니라 로컬의 운영 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학회를 시작하기 전 모든 사전 점검을 마치는 날이다.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에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각 나라의 대표들도 이날 한국으로 들어와 큰 행사 전에 간단히 피로를 풀며, 개막식을 준비한다. Council dinner에 참석하여 각 나라의 대표들이 교류를 하기도 한다.

# 9월 10일, D-day
정식 개막식은 오후 3시부터였지만, 작은 공연 및 자리 배치를 위해 2시부터 개막식 장소는 사람들이 가득 차서, 의자를 추가로 배치해야 했다.

뒤에서 서서 개막식을 관람하는 약사님들도 있었지만 FIP가 성공적으로 시작하였음을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특히 서울에서 치르는 FIP를 위해 1년 전부터 서울행 항공권을 예약한 98명의 미국 남가주 약사님들이 기억에 남는다.

# 9월 11일
‘iPACT-항응고제관리에 있어서 약사의 역할’을 논하는 런천심포지엄은 매우 흥미로웠다.

나의 마지막 제약회사의 업무가 바이엘이라는 회사에서의 자렐토라는 항응고제의 MSL이었고, 바이엘이 항응고제 관리에 있어 의사뿐만 아니라 약사의 역할도 중요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 다시 접하게 되니 놀라웠다.

이 심포지엄의 발표자는 iPACT 라는 단체의 임원이며, 항응고제 관리에서의 약사의 역할 및 약국에서의 data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21개의 나라가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과 아시아의 다른 나라 약사님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면서 이 단체를 소개해주길 요청했다(나는 이후 대만 약사회에 이 단체를 소개했다).

# 9월 12일에는 상쾌한 아침햇살을 느끼며 한강에서 달리는 이벤트 Fun Run 행사가 있었다. 또 FAPA 산하의 AYPG로부터 한국의 약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 신촌 세브란스병원 근처의 8번가 약국을 방문했다.

# 9월 13일, 여러 session dinner 중, 내가 선택한 session dinner는 MEPS dinner였다.

이 미팅에 참석한 약사들은 각 군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들이었고, 그들의 삶은 또 내가 모르는 삶이었다. FIP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그리고 FIP 참석했더라도 하나하나 껍질을 까지 않았다면 몰랐을 또 하나의 재미였다.

▲ 남가주 한인약사회 이사장님 및 남가주 한인약사님

# 9월 14일, 각 나라의 Reception이 있었다.

# 9월 15일에는 YPG 친구들과의 문화행사가 있었다. 광화문에서 경복궁을 탐방하고 인사동에서 한식을 먹고 이어 남산까지 올라가는 작은 이벤트였다.

# 공식적인 행사는 14일에 끝났지만, 나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약사들로부터 이메일이 오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FIP 기간에 만났던 약사들과의 교류가 한창이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아직도 끝나지 않은 FIP의 여운이 남아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던, 까도 까도 새로운 껍질과 새로운 모습이 나타났던 FIP…. 이 끝나지 않는 모습에 당신도 함께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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