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섭취 불량, 티아민 부족으로 이어져
‘부종=이뇨제’ 아니라 생명 반응 이유 살펴야

▲ 신창우 약사(충북 단양군 시장약국)

시간은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한 개념이다. 지구의 자전으로 밤과 낮이 생기고, 하루라는 개념이 생겼다. 달의 변화로 한 달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공전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로 1년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시간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물질이 변하는 이상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물질의 변화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무질서도(entropy)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물질의 변화에 따른 시간의 변화도 앞으로만 움직인다.

자극을 생명의 관점에서 본다면 변화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외부자극은 환경의 변화로 볼 수 있고, 내부자극은 항상성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은 변화를 의미하며, 변화가 있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과 같다.

즉, 시간은 흐르고 자연과 생명은 변화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 속에서 자연의 변화는 순환(낮과 밤, 계절의 변화, 물의 순환 등)이고, 생명의 변화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이고 그 안에는 항상성이 존재한다.

1. 항상성과 ATP
항상성은 내부와 외부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화에도 상대적인 안정성과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인체는 상대적으로 좁은 조건 하에서 생존할 수 있고, 생존을 위해 세포 수준에서 대사 물질 및 작은 분자의 농도를 엄격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인체는 주변 환경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 발현, 대사의 흐름 및 에너지 전달의 조절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지만 세포의 내외는 결코 평형상태가 아니다. 항상성은 장기(organ), 조직(tissue) 또는 세포(cell) 수준에서 기능하는 일련의 조절로 유지된다.

세포는 세포의 기능(단백질 및 막의 합성, 다양한 물질의 수송 등)을 수행하기 위해 ATP를 필요로 한다. 또한 장기 및 조직도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ATP가 필요하다.

1) 세포호흡과 산소

인체는 유기물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많은 단계(세포호흡 cellular respiration, 약사와 생화학②참조)를 통해서 ATP에 전달한다. 각 단계마다 효소와 보조인자가 필요하고, 대부분의 ATP 생성은 전자전달계의 마지막 단계인 ATP synthase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림 1’과 같이 각 단계에서 전달된 수소이온은 미토콘드리아 내막을 통과하여 막사이공간(space between membrane)으로 이동한다. 수소이온 농도 차이(막사이공간과 미토콘드리아 기질 사이)에 의해 생성된 전기화학적 기울기를 이용해서 ATP synthase가 ADP에 에너지를 전달해서 ATP를 생성한다. 

미토콘드리아 기질의 수소이온은 pH7.80(출처:“pH difference across the outer mitochondrial membrane measured with a green fluorescent protein mutant”)로 매우 낮게 유지된다.

전자전달계 효소 complexⅣ(또는 cytochrome c reductase)는 cytochrome C에서 전자(e-)를 산소(O2)에 이동시키고 전자를 받은 산소는 수소(H+)와 결합하여 물(H2O)이 된다.

즉, 산소는 전자와 수소이온을 제거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 기질의 pH를 유지하고, 수소이온에 의해 생성되는 전기화학적 기울기를 유지시켜 ATP를 생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인체가 산소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분정도(30초만 지나도 뇌세포에 문제가 발생한다)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막사이 공간과 미토콘드리아 기질 사이에 수소이온 농도가 같아지면서 ATP를 생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소 결핍이 일어나는 빈혈은 어지러움, 피로감, 쇠약감, 근무력감 등이 나타나고, 피부가 창백해지기도 한다. 또 조금만 운동해도 가슴이 뛰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피부의 탄력이 없어지고 모발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이 증상이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가 외부에너지(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를 내부에너지(ATP)로 전환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2) 세포호흡과 신경세포
산소는 세포호흡을 하는 모든 세포(적혈구는 예외)의 ATP 생성에 관련된 것이라면, 티아민(thiamine, 비타민B1)은 포도당의 ATP전환에 문제가 된다. 포도당의 에너지 전환은 glycolysis, TCA cycle, 전자전달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glycolysis는 세포질에서 일어나는 반응이고, TCA cycle과 전자전달계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티아민은 이 과정 중에서 pyruvate가 acetyl-CoA로 전환하는데 필수 cofactor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각기병(beriberi)라는 심각한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도 이유는 단순하다. 세포질(glycolysis)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환(ATP 생성)보다 미토콘드리아(TCA cycle, 전자전달계)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환이 15배 이상 많고, 티아민이 결핍되면 pyruvate가 acetyl-CoA로 전환이 안되고, TCA cycle에 탄소골격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또는 신경계)는 생명의 몸과 주의 환경에서 일어나는 자극을 감지하고 분석, 종합하여 적절한 반응을 일으키도록 한다. 즉, 신경세포는 생명이 생존하는데 필수인 항상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티아민 결핍으로 신경세포의 ATP 생성에 문제가 나타나면 전신의 문제가 된다.

2. 티아민 결핍(부족)과 인체의 보상반응
인체는 폐와 혈액에 약간의 산소가 존재하지만 산소를 저장하지 못한다. 산소공급이 끊기는 경우(물속, 또는 인위적인 경우) 생명에 즉각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또 철 결핍성 빈혈, 악성 빈혈 등 산소 공급에 문제가 나타나는 질환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단 및 많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티아민 결핍으로 일어나는 각기병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질환이고, 티아민 결핍에 대한 인식도 매우 드문 편이다. 티아민 결핍이 산소처럼 인체에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고, 인체는 티아민 결핍(조금 부족한 경우)이 일어나면 그것에 따른 보상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1) 포도당 공급의 증가
티아민 부족은 해당반응(glycolysis)에 의한 신경세포 에너지 공급은 문제가 없다. 단지 일부 pyruvate가 TCA cycle을 통해서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할 뿐이다.

포도당에 의해서 생성된 에너지는 2개의 ATP와 NADH이다. NADH는 전자전달계로 이동해서 ATP를 생성할 수 있고, TCA cycle(pyruvate→acetyl-CoA)에 의해서 생성되는 에너지보다는 적지만 에너지는 생성이 된다.

그러면 인체는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 포도당 공급을 늘리면 된다(티아민은 필수영양소로 외부의 공급에 의해서만 보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체는 글리코겐을 분해(glycogenolysis)하거나 포도당신생반응(gluconeogenesis)을 통해서 혈중 포도당공급을 늘리게 된다.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혈중으로 나올 수 없고, 혈중 포도당 공급은 간이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포도당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신경세포는 2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교감신경(SAM pathway)의 흥분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의 흥분이다.

즉, 에피네프린(epinephrine)과 코티솔(cortisol)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의 분비가 증가하게 되면, 글리코겐분해, 지방분해, 단백질분해를 증가시켜서 포도당신생반응을 증가시키고 혈중 포도당공급을 늘리게 된다.

2) 케톤체의 증가 ketogenesis
지방분해와 단백질분해는 포도당신생반응과 동시에 케톤체도 증가시킨다. 간으로 이동한 유리 지방산과 아미노산(ketogenic amino acid)은 acetyl-CoA로 전환이 된다.

간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내에 TCA cycle을 구성하는 탄소뼈대(특히 oxaloacetate)가 포도당신생에 사용됨으로써 증가된 acetyl-CoA는 축합반응을 일으키면서 ketogenesis가 일어난다.

간(간은 케톤체를 에너지로 전환할 수 없음)에서 생성된 케톤체는 다른 조직으로 수송되고,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로 전환(acetoacetate 1분자당 2GTP와 22ATP를 생성)이 가능하다. 케톤체는 건강한 사람도 생산하는데, 케톤체는 뇌(brain)에서 지방(lipid)을 합성하는데 중요한 기질로 작용한다.

혈당이 낮은 경우 대부분의 다른 조직은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으나, 뇌(brain)는 포도당만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하지만 혈당이 낮은 상태로 3일이 지나면 뇌는 케톤체로부터 25%의 에너지를 얻고, 4일후에는 70%까지 올라간다(초기 혈당이 낮은 단계에 뇌는 케톤체를 지방으로 합성하므로).  

3. 인체의 변화
인체에 산소가 조금 부족하다고 바로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호흡을 늘리고, 심박수를 증가시켜서 부족한 산소를 보충시킨다. 마찬가지로 인체에 티아민이 조금 부족하다고 바로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포도당 공급을 조금 늘리면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체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1) 코티솔(cortisol)의 증가
코티솔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 포도당 공급(gluconeogenesis)이 증가한다. 단백질을 분해(근육의 약화, 피부가 얇아짐)해서 혈중 아미노산을 공급하고, 지방세포에서 지방을 분해해서 중성지방(fatty acid + glycerol 혈중중성지방의 증가)을 공급한다.

코티솔은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고, 에피네프린의 혈관수축작용을 강화하여 말초 혈관 긴장도를 증가시킨다(혈압상승). 코티솔은 중추 신경계에 쉽게 투과한다. 코티솔의 과잉 상태에서는 쾌감이 생기지만 오래 지속되면 인식 기능의 감소 특히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소되고 식욕증가, 성욕 감소, 불면증이 나타난다(인지 기능 감소, 불면증).

2) 에피네프린(epinephrine)의 증가
에피네프린은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을 뇌와 근육에 촉진시키고 소화 속도를 늦춘다. 심박수와 일회박출량을 늘리고 동공을 넓히며 피부 속 소동맥과 위장관을 수축시키지만 골격근의 소동맥은 팽창시킨다. 글리코겐과 지방의 분해를 증가시킨다.

에피네프린의 작용으로 뇌와 근육에 에너지 대사가 증가하지만 에너지 소비의 증가로 땀이 많고(특히 손발에), 심박수와 심박출량 증가로 두근거림이나 빈백이 나타난다. 위장관을 억제하여 소화불량 및 식욕감소가 일어난다. 또, 신경정신계에 영향을 주어서 떨림, 불안, 신경과민이 나타난다.

3) 동화작용(anabolism)의 감소
인체를 물질로 구분을 하면 결국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된다. 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하는 구성성분이면서 인체의 내부에너지(ATP) 전환에 필요한 외부에너지이기도 하다.

티아민이 부족하게 되면 에너지 소비가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고,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내부에너지(ATP)로 전환이 된다.

포도당 신생반응을 위해 단백질과 지방은 분해가 일어나고, 근육은 약해지게 된다. 뇌에 공급되는 케톤체는 지방으로 합성이 일어나지 못하고 ATP로 전환된다. 즉, 신경세포에 필요한 지방이 부족해지면 신경손상(다발성 신경병증 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4) 인체의 변화
티아민 부족은 신경세포의 ATP감소라는 자극으로 작용한다. 인체는 자극에 반응하여 코티솔과 에피네프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에너지 대사를 증가시킨다. 이 반응은 흔히 스트레스 반응(stress response)과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외부 자극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면 그만이지만,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반응은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전까지 멈추지 않는다.

지속적인 자극(티아민의 부족)은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고 인체의 대사는 변화한다. 심박출량 및 심박수 증가(코티솔, 에피네프린), 부종(코티솔), 땀이 증가(에피네프린), 초기에 식욕증진(코티솔)하나 식욕감소(에피네프린)가 일어나고, 구역, 구토 및 소화불량(에피네프린)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속되면 근육의 소동맥의 확장으로 하지 부종이 일어나고, 동화작용의 감소는 신경손상 및 근육 감소로 이어진다.

티아민 부족이 일어나는 이유도 단순하다. 정제탄수화물의 과도한 섭취, 지나친 음주, 수술이나 정신적 충격으로 식사량이 부족해지는 경우 등 음식 섭취의 불량에서 나타난다.

부종이 있다고 단순히 이뇨제를 투약하거나, 혈압이 높다고 혈압강하제만 사용해서는 환자에게 약만 늘어날 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생명반응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약사는 약을 투약하기 이전에 반드시 환자의 식생활 습관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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