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 약사 ⦁ 병원 모두에 이익 되는 1석3조 효과
‘처방 검토, 약사 고유 업무…스스로 실력 쌓아야’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병상에서 복약지도를 받기 때문에 1층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고, 복약지도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 복약순응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약사들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1석 3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황보영 약제팀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퇴원환자가 병동에서 약사에게 직접 퇴원약을 받고 자세한 복약지도까지 받을 수 있는 ‘퇴원환자 복약지도 서비스’가 시행 중이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이하 동탄성심병원)은 올해 4월부터 소아환자 중심으로 72병동에서 퇴원환자 전담약사를 지정해 이러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퇴원이 결정되면 담당약사가 환자의 차트를 확인해 복약지시문을 작성하고, 병동으로 찾아가 퇴원약과 함께 복약지시문을 환자에게 전달하며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하는 식이다.

복약지시문에는 환자의 이해도를 고려해 약의 효능과 복약방법, 주의사항 등이 기재되며 약 사진을 함께 넣어 오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환자 1인당 15분~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황보영 약제팀장은 “환자가 자신의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해야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서비스”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병상에서 복약지도를 받기 때문에 1층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고, 복약지도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 복약순응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약사들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1석 3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원 환자들은 왜 복약지도 듣지 않을까?
동탄성심병원은 지난 2012년 진료를 시작한 600병상이 조금 넘는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하루 평균 100명에서 120명의 환자가 퇴원하는데, 퇴원환자 복약지도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은 소아병동을 중심으로 6~7명 정도로, 월평균 60명 정도가 혜택을 받는다.

약제팀에서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보통 퇴원 환자들은 1층 외래약국에서 약을 타는데,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복약지도를 제대로 듣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황 팀장은 고민 끝에 약을 가지고 직접 병동으로 올라가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우선 21명의 약제팀 인원 중 3명이 팀을 꾸렸다. 퇴원환자 담당 1명, 심혈관질환 담당 1명,  암 환자를 비롯 항응고약이나 흡입기약 등을 담당하는 기타 질환자 담당 인원 1명이다. 심혈관질환이나 암, 만성신질환자 복약지도는 올해부터 수가를 받을 수 있지만, 소아병동을 중심으로 72병동의 퇴원환자를 위한 인원을 배치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황 팀장은 “외국에서는 퇴원환자에 대한 복약지도가 수가화 되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시행 중이던 병원들도 6년제 도입으로 한동안 약사 공급이 중단되면서 서비스가 멈춰져 있는 상태였다.”며 “하지만 일단 시작되고 나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향후 수가로 연결될 자료를 만들 수 있고, 또 약사들 스스로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퇴원환자 복약지도 서비스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방검토로 약사 만족도 높아져, 선순환 가능
사실 이러한 퇴원환자 복약지도 서비스는 병원약사 고유의 업무인‘처방 관련 중재’업무의 마지막 단계이다. 의사가 제대로 된 처방을 하고 환자가 이를 복용하는 일련의 과정에 약사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 사실.

때문에 황 팀장은 그 과정마다 약사를 배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사제와 경구용 약제가 동등한 용량으로 효과가 비슷하면 굳이 주사로 줄 필요 없이 알약으로 전환하게끔 하는 식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들과 협력해 항생제 위주로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평균 350건~400건 정도를 걸러내고 있다.

중복처방에 대한 검수도 진행 중이다. DUR이 단순 경고나 정보 제공 차원에 그치는데다 똑같은 성분끼리만 중복처방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
신기능에 따라서 약물의 용량을 조절하는 업무도 시작단계이다.

황 팀장은 “처방 검토가 모든 병원 약제팀의 업무이기는 하지만, 인력 등 문제 때문에 조제에만 업무가 몰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병원도 인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업무를 통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약사들을 보면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처방검토에 대해 모든 의사들이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의사들이 먼저 약사의 이런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능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는 것, 그리고 그때까지 약사들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 폴리파머시 등 대상 확대 예정
앞으로 동탄성심병원 약제팀에서는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요구되는 전 병동 65세 이상 노인과 여러 약제를 함께 복용하는 폴리파머시(Poly pharmacy) 환자를 대상으로 퇴원환자 복약지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의사와 약사, 간호사가 팀을 이뤄 항생제 적정 사용을 도모하는 업무도 구상 중에 있다.

황 팀장은 “사실 모든 것이 의료정책과 연결되어 있다. 처방권을 의사가 갖고 있고, 약가를 절감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시스템이기 때문에 약사의 역할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수가화 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이 꼭 필요한 약만 복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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