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영 약사(전북 군산시 아이약국)

오늘 점심 식사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혼자 맛있게 국밥을 먹고 있는데 저 서너 테이블 떨어져서 서빙 하던 직원이 주방이모에게 아주 큰 소리로 “이모, 뼈해장국 다시 해주세요. 안에서 머리카락 나왔어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사장님이 자리를 비워서인지 직원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식사를 하는 모든 손님들에게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것을 마치 광고라도 하는 듯 소리 지르는 통에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최저임금 만원시대가 오고 있다. 다만 저 직원에게 있어서 최저 시급 만원의 시대가 좋은 세상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몇몇 지인들에게 물어본 바에 의하면 일단 최저 임금 만원이 아니라 당장 내년에 갑자기 오른 7530원도 감당하기 힘들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하는 친구는 아예 인건비 걱정 없이 가족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대학가에서 크게 사업하는 친구도 역시 인원을 줄일 계획이다. 메뉴 값을 올릴 수 없으니 4명 쓰던 일을 3명이서 하게하고 근무시간을 줄여서 인건비 지출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비교적 사업주에게 불리하고 근로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근로자 입장에서 마냥 내년, 내후년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도 자동으로 상승할 급여를 생각하며 웃고 있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급여가 올라가거나 근로시간이 짧아지겠지만 급여의 상승분에 해당하는 어느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최저임금 만원의 시대는 절대 근로자에게 좋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약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직원을 쓰자니 한가한 시간이 너무 많고, 약사 1명이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자니 잔업이 많아 귀찮은 정도의 약국을 운영하는 동료약사는 일단 올해까지만 직원을 쓰고 내년부터는 좀 바쁘더라도 혼자서 약국을 보려는 계획이다.

그 친구보다는 조금 바쁜 약국을 하는 다른 친구는 풀타임을 쓰던 것을 쪼개서 오전, 오후 나누고 그 친구 약국의 특성상 점심시간이나 점심 후 손님이 거의 없는 2시간은 사람을 쓰지 않고 혼자 버티면서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계획이다.

직원을 여러 명 쓰는 입장에서 그렇게 한푼 두푼 아낀다고 큰돈은 아닌데 그냥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내 의견에, 할 일이 정말 없어서 가만히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직원에게 시급을 주기가 아깝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내 약국의 직원들은 일이 없을 때는 찾아서 일을 하고, 할 일을 모르겠다 싶으면 나에게 물어보고 일을 한다. 나는 최저시급이 오른다고 직원을 해고할 생각이 없다.

내가 지급하는 급여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데 고맙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물론 나처럼 지급한 급여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난 자영업자가 직원들 교육을 잘 시켜서인지 운이 좋아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렇게 일을 잘하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만원 시대에도 실업자가 될까봐 걱정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만원의 시대. 제도가 바뀐다고 갑자기 달달한 열매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지는 않는다. 실업자가 될지, 높은 급여를 받을지는 근로자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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