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근육 바깥쪽 수분 정체 시 활용, 부종에 효과
열과 진물 수반 대부분 질환에 사용, 다이어트에도 도움 

▲ 김연흥 약사(경기도 안산시 백제약국)

앞에 소개한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증상이 있습니다. 피부의 부종입니다. 진물이 과하게 난다는 것은 피부에 진물이 날 수 있는 수분 정체가 있다는 것을 뜻하고, 다리가 붓고 묵직하다는 것 또한 수분이 정상적으로 순환되지 못하고 다리 쪽에 많이 정체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전 이럴 때 월비탕(월비가출탕)을 사용합니다. 월비탕은 수분이 몸에 정체 된 경우에 사용하는 약이긴 하지만 특히 피부나 근육의 바깥쪽에 수분이 정체되었을 때 사용하는 약입니다. 개념은 복령제와 다소 다르지만 잘 알아두면 쓸모가 많은 처방입니다.

1. 월비탕(월비가출탕)
월비탕(월비가출탕)은 마황, 석고, 대추, 감초, (백출)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언뜻 봐서는 수분을 조절해 주는 약이 없는 것 같은데(물론 수분정체를 없애기 위해 월비가출탕에는 백출이 들어있기는 합니다) 피부의 물을 제거하는 약이라고 하니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선 감초와 대추는 체액을 보충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본초를 살펴보면서 처방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마황
마황은 주로 교감신경계 자극을 통해 심혈관계, 기관지, 중추신경계에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마황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발한 및 발열작용입니다.

인체에서 섭취된 수분은 소변을 통한 것을 제외하고 약 40%가 호흡을 통해 배출됩니다. 호흡을 통한 배출은 체온과 매우 밀접한데 대사에 의해 생성된 열의 약 25%가 호흡을 통해 제거됩니다. 물론 기온과 습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기온이 하강하거나 습도가 높은 경우 이러한 수분의 배출 조절이 어렵게 되고, 결국에는 담(痰)이 축적되어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몸에 있는 수습(水濕)과 외사(外邪)인 풍사(風邪)가 몸에서 결합하여 발생하는 붓는 병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차문을 열어놓고 운전을 했다던가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얼굴이 부어있는 일이 있으면 이를 풍수병(風水病)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과잉의 열 생산이 이루어지게 되면, 체온조절을 위해 호흡을 통한 수분의 배출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에는 체액이 부족하게 되어 갈증이 생기고 물을 마시게 됩니다. Ephedrine을 랫드에 8mg/kg의 용량으로 투여 시 체온의 증가가 관찰되며 피부 및 호흡을 통한 수분의 배출이 현저히 증가하게 됩니다. 주성분인 Ephedradine은 이뇨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황의 메탄올 추출물은 acetic acid에 의해 증가된 모세혈관 투과성 증가를 억제하며, carrageenin으로 유도된 마우스의 족(足)부종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석고
석고는 해열 및 지갈작용 및 진정 진경 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석고를 마황과 같이 사용할 경우엔 또 다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황과 석고를 동시에 추출할 경우 석고의 CaSO4 에 의해 ephedrine의 추출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마행감석탕 및 대청룡탕(마황과 석고가 동시에 있는 처방)은 온도가 낮은 환경(22°C)에서는 마황으로 유발된 온도의 상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반면에 온도가 높은 환경(32°C)에서는 마황 단독으로 투여한 것보다 온도를 더 상승시키는 작용이 관찰되었습니다.

마행감석탕을 투여한 경우 피부를 통한 열 발산은 감소하며, 호흡을 통한 수분의 배출이 증가합니다. 호흡을 통한 수분의 배출은 건조한 기관지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뇨작용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끓는 주전자에서 김의 형태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월비탕은 마행감석탕에서 행인이 빠지고 생강과 대추가 추가된 처방입니다. 월비탕도 마행감석탕처럼 호흡과 이뇨를 통해 수분을 배출하고 더불어 속에 있는 열도 제거하는 것입니다. 단  행인이 빠져있어 호흡기 질환에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2. 월비탕증의 경우 왜 수분이 표(表)에 집중되어 있을까요?
원래 석고는 이열(속열)을 제거하는 본초입니다. 이열증이 있으면 수기가 피부 쪽으로 몰리게 됩니다. 석고가 포함된 대표적인 처방인 백호탕은 지모, 석고, 감초. 갱미로 이루어져서 이열증을 개선시키는데, 과도한 속 열로 인해 진액은 손상돼서 갈증을 느끼게 되고, 속 열이 진액을 밖으로 몰아냄으로써 다한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피수증이라고 부릅니다.

1) 피수(皮水)
피수는 수기가 피하에 몰려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피수는 외부로부터 수습이 침입하거나, 혹은 과로나 무절제한 식생활로 인해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기도 하고, 혹은 풍수병에서 풍만 제거되고 수기는 여전히 정체해 발생하기도 합니다. 피수병은 수기가 피부 중에 있는 것이므로 누르면 손자국이 남습니다. 풍사가 없으므로 오풍(바람을 싫어하는 증상)은 없습니다.

결국 이열은 크게 3가지 원인으로 형성됩니다. 첫째 체질상 열이 많은 경우, 둘째 감기 이후 사열이 표에서 이로 들어온 경우, 셋째 열을 발생시키는 음식과 약물을 지속적으로 먹는 경우

이 성한 사람의 경우 이열증으로 인해 진액은 말라버리고 또 그 열로 인해 기혈의 소통이 악화되어 몸이 무겁고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비위기능의 저하로 수분의 정상적인 흡수가 되지 않아서 수분 불균형이 오는 오령산 증과는 달리, 위장기능은 좋으나 과도한 이열로 인해 진액이 고갈되고 수기가 피부 쪽으로 몰리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백출을 넣게 되면 월비가출탕이 되는데 이것은 소변으로 수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배출시키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월비가출탕에 부자를 넣으면 월비가출부탕이 되는데 이것은 월비탕과 월비가출탕을 오래 사용함으로 인해 심장에 무리가 오는 것을 보완하는 처방인 것입니다.

이 수기는 위장기능 저하로 유발되는 담음과는 구분됩니다. 담음(일음)은 수기 병보다는 붓는 강도가 작고 일어나면 푸석푸석한 정도지만, 수기 병은 시간에 관계없이 부어 있고 붓기의 강도도 강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담음의 경우 위장기능이 떨어져 있고 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잠을 자는 동안 사지말단에 조금씩 정체돼 있던 수분이 기상 후 몸을 움직임과 동시에 빠지는 것과는 달리, 수기의 경우 속 열로 수기가 피부로 밀려나간 것이기 때문에 하루의 시간에 상관없이 일정한 압력이 유지되고, 붓기의 강도나 시간이 담음보다 세고 긴 것입니다. 안에서 발생한 압력으로 인해 수분이 피부 쪽으로 밀려난 것이라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수기는 열이 수반된 물이 뭉친 것이기 때문에 환부에서는 지저분한 진물이 많이 나오게 되며, 정체된 수분이 아래로 쏠려 내려가므로 하지의 순환장애로 이어져 다리가 무겁다고 표현합니다.

속열 때문에 진액이 탈출해서 피부에 머물면 부종이 되고 피부 밖으로 나가면 땀이 되는데, 이때 나는 땀은 속 열로 인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점도가 높고 냄새가 많이 납니다. (계지탕 증의 땀은 양이 적고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환자를 상담한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원래 열통인 사람이거나 식습관의 문제로 속 열이 많은 사람이 찐득거리는 땀을 많이 흘리거나, 하지가 부어 있다면 월비탕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피부병이 심하고 진물이 많이 날 경우에 월비탕과 염증을 제거하는 약을 쓰면 도움이 됩니다.

황련해독탕을 같이 사용하면 여름철 진드기 등에 물려 심하게 가렵거나 심하게 부은 상처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관절과 하체에 부종이 심하고 열이 수반된다면 월비탕을 사용하는데, 장기간 사용하기 위해서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팔미지황환을 같이 쓰면 좋습니다.

심한 열이 수반된 바이러스성 결막염을 치료할 때도 사용 가능하고, 이 외에도 열과 진물이 수반된 대부분의 질환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측면으로 이용한다면 다이어트에 사용해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월비탕은 이열증으로 인해 수기가 몸에 밀려난 것을 제거하는 재미있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는 처방입니다. 여름철 피부질환과 중이염, 벌레에 물려서 오랜 기간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입니다. 또 열이 많은 사람의 다이어트에도 아주 좋은 처방이고 효과가 좋습니다. 방풍통성산에도 마황과 석고가 포함되어 월비탕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현대인의 다이어트에 아주 좋은 처방입니다.

찾아보면 월비탕을 사용할 일이 많은데, 아마도 그 이유는 잘 먹고 땀이나 대소변으로 노폐물을 제거하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필자도 제법 체격이 크고 열이 많으며, 잘 붓는 체질입니다. 치맥을 좋아하는 습관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열량이 높은 음식을 권하며, 운동량은 적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현대인에게 월비탕은 아주 좋은 처방입니다.

이렇게 월비탕의 원리를 찾아보고 그 응용법을 알아봤습니다. 별게 아닌 내용인 것 같지만 효과가 좋고, 현대인들에게 쓸 일이 많은 처방이기 때문에 많은 약사님들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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