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신포괄수가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포괄수가제가 가진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존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하에서도 신의료기술과 새로 개발되는 치료재료 등에 대한 비용 보전이 되지 않았는데 비급여 전면 급여화와 신포괄수가제가 본격화하면 신의료기술에 대한 비용 보전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박인순 국회의원(바른정당)은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발표, 기존 포괄수가제는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토론회를 개최했다.

醫, 신의료기술 도입위해 新보상방안 필요
환자가 입원하는 기간 동안 검사, 수술, 투약 등 의료서비스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책정된 일정 금액으로 치료하는 포괄수가제는 현재 4개 질환과 7개 질병군에서 실시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과잉진료 방지 및 의료비 부담 감소 등의 장점이 있지만 모든 국민에게 한정된 범위 내에서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점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금액을 책정했다는 비난, 이에 따른 의료 질 하락의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의료기술이 나오고 있지만 포괄수가제는 비용이 묶여있어 임상적 유용성과 치료효과가 뛰어난 기술 및 치료재료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충북의대 강길권 교수는 ‘포괄수가제에서의 혁신기술에 대한 분류 및 적정보상 방안’ 발제를 통해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기존 포괄수가제에 대한 보안 없이는 신의료기술 도입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교수가 설명한 선진국 사례는 ▲전체 진료비별도 지불 ▲신의료기술에 대한 추가 지불 ▲비용열외군에 대한 특별 지불 ▲다른 DRG로 환자 분류 ▲기존 DRG 세분화 ▲새로운 DRG 신설 등 신기술 도입 인센티브와 효율성에 대한 인센티브다.

강 교수는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둔 문재인 케어 도입으로 비급여로 운영되던 신의료기술이 예비급여 항목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신의료기술 유효성 평가에 한정하지 않고 경제성 평가로 영역을 확대해 적용하고 포괄수가제 하에서도 해당 기술이 있다면 일정 기간 급여로 추가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단계의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비급여로 운영하기보다는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을 통해서 실비를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에싼이 증액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김상운 센터장은 ‘포괄수가제 현안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포괄수가제에서 신의료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보상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현 포괄수가제에서 신의료장비, 기기, 재료 보상현황 등을 조사해보니 산부인과의 경우 개복수술에서 신의료 기자재 보상이 없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 일부 보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 기존 포괄수가제나 신포괄수가제 확대 시 신의료 장비, 기기 및 재료 등에 대해서는 효용성과 사용률에 따라 수가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수가 산정 기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의 발표에 따르면 실제 복강경자궁적출술의 원가보전율은 74.7%, 약제·치료재료비의 원가보전율 44.7%였으며 기타자궁적출술의 경우에도 원가보전율은 73.6%, 약제·치료재료비는 1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의견은 산업계도 다르지 않았다.
(주)한국알콘 김미연 대표이사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별도 보상 없이 포괄수가제, 신포괄수가제,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시행하는 것은 환자의 신의료기술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 산업계의 참여와 역할 확대를 요구했다.

김 대표이사는 “포괄수가제도 자체가 적정수가가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의사들이 기계를 구입하는 것에 제한이 생긴다. 결국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 혁신적인 의료 기술 도입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이사는 “산업계는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자이자 정부정책에 직접 관련된 이해 당사자 중 하나로 정책 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논의과정에 업계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政, “포괄수가제 이상 없어”
반면 정부는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시술에 적정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포괄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를 기반으로 금액을 책정한 것이 아니라 원가를 기반으로 마련돼 비용이 저평가되지 않았으며, 현행 포괄수가제로 의료비는 감소하고 의료질 저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포괄수가제가 원가 이하로 책정됐고, 의료계가 산출한 내역과 비교해 문제가 있다면 확실한 증거를 제출해 달라”면서 “복지부도 포괄수가제 실시를 위해 원가와 유통가격 등을 알아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제로 의료계는 관련 자료를 다 주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정 과장은 “또한 상당수 신의료기술이 빨리 급여화 되지 않은 이유는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사용하기는 편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뚜렷한 성과 개선이 없는 기술들이 많았다. 업계가 비용은 높고 효과성은 낮은 신의료기술 개발에 집중하려는 경향도 문제다. 업계는 유효성 입증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그는 “의료계나 산업계에서 예외적인 케이스를 일반화하여 문제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의사와 환자 입장에서 모두 성과가 개선되고 유효성이 입증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박인순 의원은 “포괄수가제는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자장면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더 좋은 재료가 들어간 비싼 자장면을 먹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 모든 의료를 급여로 전환해 비급여를 제로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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