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검찰조사에 서울시약 선거 후보 매수까지 겹쳐
민초 ‘더 이상 내분 없어야’VS ‘적폐 청산 기회’ 갈려

대한약사회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조찬휘 회장의 대한약사회관 신축회관 가계약금 1억원 수수와 연수교육비 유용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012년 대한약사회장 선거와 서울시약사회장 선거에서 후보 매수 과정에 3천만 원이 오고 간 정황이 드러난 것.

처음에는 당사자인 문재빈 대한약사회 의장과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 그리고 출마를 포기한 최두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의 문제로만 대두됐지만, 뒤이어 A 분회장이 이 사건의 배후로 조 회장을 제소하면서 분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며칠 뒤 조 회장 역시 A 분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황.

사실상 지난 7월, 처음 조 회장의 신축회관 가계약금 수수가 불거진 이후 3개월이 넘는 지금까지 대한약사회 회무는 올스톱 상황이다. 지난 달 회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 ‘2017 FIP 서울 총회’가 그 대표적인 사례. 약사회 내부 비리와 내홍에 대해 회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상당하다.

민초 약사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의 내홍은 약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중재론과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약사회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개혁론이 맞서고 있다. 

조 회장 검찰수사, 10월 중 결과 나와
조 회장을 둘러싼 검찰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서울북부지검에서 사건을 배당받은 성북경찰서는 지난 9월 11일 고발자인 이현수 전국분회장협의체 회장과 한동주 서울분회장협의회장을 조사했고, 18일 대한약사회 전 국장인 A씨 조사도 마쳤다. 조 회장에 대한 조사는 22일, 양덕숙 약학정보원장은 29일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빠르면 오는 10월 말 경찰 조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이 조 회장에 대한 기소 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조 회장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이면 사실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 조사 직전 전국분회장협의체는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조 회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이미 대약회비 납부 거부 등을 선언하고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조 회장은 7월 대회원 담화문을 통해  “검찰 고발사건이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수사기관의 조사에 충실히 임하겠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 주면 그 결과에 따라 저의 진퇴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22일 있었던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약 선거 당시 3천만 원 오갔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대한약사회장과 서울시약사회장 선거 당시 후보자 매수 정황이 드러났다.

경남의 K 약사는 9월 26일 대한약사회 윤리위원회에 문재빈 의장과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 최두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을 제소했다.

지난 2012년 당시 문재빈 의장이 서울시약사회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종환 회장에게 3천만 원을 건네받아 최두주 실장에게 건넸다는 것이 골자이다.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는 중대 동문회가 있었다.

▲ 최두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2012년 서울시약사회장 선거 당시, 출마를 포기하고 김종환 회장 캠프에서 활동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대한약사회장에는 박인춘(서울대)과 조찬휘(중앙대) 후보가 출마했고 서울시약사회장에는 민병림(서울대), 김종환(성대), 최두주(중앙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유세에 한창이었다.

K 약사의 제소 배경과 문재빈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선거를 두 달여 정도 앞둔 시점에서 고 김명섭 명예회장과 권혁구 전 약사공론 주간, 서국진 전 중대약대 총동문회장, 문재빈 의장, 조찬휘 대한약사회장, 정명진 서울시약사회 감사, 박기배 전 경기도약사회장, 최두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한갑현 전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등(기수 순) 9명이 모였다. 대한약사회장과 서울시약사회장이 동시에 한 학교에서 배출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최 실장의 출마를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에 모여 새벽 2시까지 세 차례 가량 장소를 옮기는 장고 끝에 최 실장을 설득했고, 당시 조 회장은 최 실장을 포옹하며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천만 원을 건넨 것은 그로부터 2~3일 뒤이다. 고 김명섭 명예회장의 부탁으로 문재빈 의장이 김종환 회장에게 돈을 받아 최 실장에게 전달했다. 문 의장은 “중대 출신끼리 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문회 차원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중대 출신의 원로격이 모여 선거에 개입한 것은 사실. 이에 따라 대한약사회는 즉시 9월 28일 대한약사회 윤리위원회 소위원회를 소집했다.

“후보 매수 배경에 조찬휘, 서국진 있었다”
이 사건은 추석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10월 10일 서울 A 분회장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조찬휘 회장과 서국진 전 중대 동문회장을 대한약사와 서울시약사회에 제소하고 나선 것.

A 분회장은 “최근 윤리위원회에 문재빈 대한약사회 총회의장과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 최두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에 대한 후보 매수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정작 이 의혹을 만든 핵심 인사들이 윤리위원회에 제소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2012년 대한약사회장 및 시도지부장 선거 당시, 대한약사회장 후보였던 조 회장과 중대약대 동문회장이었던 서국진 위원이 이번 의혹의 핵심 당사자들”이라고 제소 배경을 밝혔다.

이어 “최두주 서울시약사회장 선거 후보직 사퇴는 당시 조 후보의 대한약사회장 당선을 위한 조찬휘 캠프의 조직적인 정치적 공작이 있었다는 증거”라며 “서국진 동문회장은 조 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책임을 맡고 있었던 만큼, 이번 최두주 후보 사퇴 의혹의 몸통과 머리는 조찬휘 회장과 서국진 위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5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를 매수의혹으로 왜곡해 거론하는 배경에는 대한약사회관 신축건물에 대한 1억원의 밀실수수와 2850만원의 연수교육비 횡령의혹 당사자인 부도덕한 조 회장이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정치적 음모인 만큼 대한약사회 윤리위원회의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불편부당한 조사와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조찬휘 회장은 10월 10일 A 분회장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조 회장, A 분회장 고소…문 의장도 반발
조 회장은 즉각 A 분회장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윤리위원회 제소 문건을 통해 A 분회장이 지난 2012년 대한약사회장·시도지부장 선거에서 당시 조찬휘 후보가 조직적 정치공작을 했다고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대한약사회관 신축건물에 대한 1억원 밀실수수와 연수교육비 횡령의혹을 제기하는 등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 회장은 당시 조찬휘 후보 당선을 위해 캠프의 조직적인 정치적 공작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직적으로 정치 공작을 펼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찬휘 회장은 문건에서 대한약사회관 신축건물과 관련한 밀실수수와 연수교육비 횡령 의혹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명예훼손을 하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10일 고소장을 접수한 조 회장은 “약사회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과 민생회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왜곡 행위는 약사회 회무 추진에 장애로 작용할 뿐 아니라 회원 여론이 잘못 형성될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문재빈 의장은 10월 1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을 대한약사회 감사단이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문 의장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11일 대한약사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을 대한약사회 윤리위원회가 아닌 감사단이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조 회장이 제소된 만큼 본인이 임명한 윤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맡는다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처음에 사건이 터졌을 때, 꼭 기획된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며 말문을 연 그는 “하지만 10일 조 회장이 제소된 것을 확인하고 감사단이 나서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사건을 이렇게까지 몰고 온 사람들에게 측은지심도 생기고, 회의도 느낀다.”고 말하며 “배달사고 등을 운운하는 사람도 있는데 오늘 이후로 만약 그런 소리가 나온다면 즉시 명예훼손으로 고발 할 것”이라고 강경한 대응의 입장을 밝혔다.

민초 약사들 사이 중재론, 개혁론 맞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약사사회 내부적으로도 ‘더 이상의 내홍은 약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중재론과 ‘이번 기회에 대한약사회 선거와 내부 비리 등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개혁론이 맞서고 있다.

약사회 원로 격인 B 약사는 “이제 그만 여기서 묻어야 할 것은 묻어야 한다.”며 “아직 조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고소, 고발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약사회의 힘은 약사들 간의 단합에서 나오는데 더 이상 꼬리 물기 식의 고소, 고발은 회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사람 마음에 상처만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경기 C 분회장은 “이것이 바로 적폐”라며 “이번 기회에 약사회 선거의 고질적인 동문회 개입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 관례라는 이름으로 답습되어 온 대한약사회장의 비자금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월 말 조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에 약사사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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