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례로 배우는 ‘상속 증여세’

한국의약통신l승인2017.09.22 13: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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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석 팀장(삼성생명 헤리티지센터)

세대 간 소득이전 틀로 접근, 상속 시 공제도
상속법 대대적 개정, 유류분 신경전 최소화

국내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 평가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과 함께 용호상박의 상속세율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일본(최고 상속세율 50%)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상속세 할증은 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1972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한 캐나다, 198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 호주, 2005년 상속·증여세를 모두 폐지한 스웨덴, 상속세가 아예 없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두 나라의 상속세 과세 의지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과세 포지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증여세에 대한 감세는 부자 감세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에서는 기업들의 조세 회피 유인이 줄고, 가족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세계 유례없는 고령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상속·증여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이하다. 한국은 부자들의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는 반면 일본은 세대 간 소득이전이라는 틀로 접근한다.

이는 그대로 정부의 과세 포지션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지난해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할 경우 일정 부분 세액을 줄여주는 신고세액공제율을 10%에서 7%로 축소하고 이를 3% 내지 폐지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데, 일본은 60세 이상 부모가 20세 이상의 자녀와 손자에게 재산을 생전에 물려주면 증여받을 당시 냈던 증여세를 상속 시 공제해주는 제도를 시행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은 조기 증여를 유도하고 기업 상속 분쟁을 차단하기 위해 40년 만에 대대적인 상속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류분(遺留分: 상속인들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손보려 하는 대목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유류분은 상속인들이 법률상 반드시 취득하도록 보장한 상속재산인데 이를 두고 피상속인 사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유류분 청구 때 상속에 포함되는 증여를 어느 시기까지 포함할지 여부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상속인의 증여재산은 그 증여가 이뤄진 시기를 묻지 않고 모두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상속에 포함하는 재산의 증여 기간을 사망 전 5년 이내로 제한토록 하며 유류분 산정을 둘러싼 상속인 간의 불필요한 신경전을 최소화했다.

자신의 소유 주식 90%(당시 평가액 180억 원)를 선의로 모교에 기부했다가 기부액보다 많은 증여세(225억 원, 연체 가산세 포함) 폭탄을 맞아 논란을 일으켰던 황필상 수원 교차로 대표의 사건이 최근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과세의 부당성을 인정받았듯이 공익법인을 대하는 태도도 천지차이다.

한국에서는 공익법인제도가 재벌들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및 재산 세습에 악용되고 있다고 봐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는 5%(성실 공익법인 10%)까지 비과세를 허용하고 있는데 일본은 50%까지 상한선을 둬 선의의 기부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기업들의 경영승계를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일본은 ‘경영승계 원활화법’을 통해 친족 이외 후계자도 회사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인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상속세 공제를 받기 위해 상속·증여 후 5년간 고용을 ‘매년 8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5년간 ‘평균 80% 이상’ 유지하면 되도록 완화했다.

하지만 한국은 매출 3000억 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500억 원 한도에서 상속세 과세가액을 공제해주고 있는데 상속받은 이후 10년간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직원 수를 줄일 수 없도록 사후 규정을 두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 공제 혜택을 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가업상속공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수백억 원대 재산을 세금 없이 물려주는 것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과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따가운 눈총은 기업 경영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올해 1월에 내놓은 ‘2016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78.2%는 가업승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업승계 애로사항으로는 상속·증여세 조세 부담(72.2%)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았고, 이어 복잡한 지분 구조(8.8%), 엄격한 가업승계 요건(5.6%) 순으로 답했다.

일본의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3113개이고, 한국은 100년 이상 기업 7개사(두산, 동화약품, 신한은행, 우리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에 불과하다. 양국 정부의 인식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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