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하며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 필요해 인문학 공부도 
한약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방법 연구

본지에 5년간 필진으로 참여해온 김연흥 약사(안산시약사회 백제약국)의 ‘나의 복약지노 노트’가 도서출판 정다와에 의해 ‘김연흥 약사의 복약 상담 노하우’로 출간됐다.

김 약사는 “환자를 먼저 보고 적합한 약리기전을 중심으로 약을 권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관점이 다른 책’”이라며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약사들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Q. 책이 발행된지 한달이 되어 갑니다.
5년 동안의 연재가 출판된 만큼 홀가분한 마음이 큽니다(웃음). 처음에는 한 두 번 정도 기고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책으로 출간되었네요. 주변에서도 책을 구매했다는 반가운 연락들을 받고 있습니다.

Q. 저자로서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존의 책들과는 관점이 다른 책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약을 공부하고 거기에 맞게 환자를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질병을 먼저 보고 그에 적합한 약물을 찾아가는 식으로 설명을 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이 왔을 때, 나이와 건조증의 상태에 따라 여러 제품을 고려합니다. 보통은 공식처럼 사유가 들어있는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데, 물론 피지샘에 염증이 있거나 피지샘이 피지로 막혔을 경우엔 도움이 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거든요. 갱년기로 인해 점액의 생성까지 잘 되지 않는 여성의 경우엔 점액 영양제인 히알루론산을 같이 주면, 또 너무 심할 경우엔 식물성 여성호르몬 보충제와 같이 투여하면 그 효과가 좋습니다. 단지 건조증만 보는 게 아니라 환자의 나이와 성별도 고려해서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 보자는 거죠.

약국에서는 보통 제품 위주로 상담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약국에 와서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증상을 자세히 듣고 환자의 건강에 약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삶의 질이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책은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한국의약통신에 5년간 연재한 ‘나의 복약지도 노트’라는 꼭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1부는 양약을, 2부는 약제별 생약을 정리했어요.

초반에는 질병을 어떤 식으로 감별할 것인지에 대해 썼어요. 복통이 있을 때 그 위치에 따라 어떤 질병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다루는 식으로 말이죠. 약을 정확하게 쓰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다뤘습니다. 2부는 생약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각 파트별로 사례 중심으로 집필했고, 마지막에 꼭 알아두어야 할 POINT를 간단하게 정리해 일선에 계신 약사님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연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단골로 거의 매일 오시는 어머님이 계신데 하루는 체한 것 같이 가슴이 아프시대요. 저는 비교적 상세하게 증상을 묻는데, 가슴을 찌르듯이 아프고 통증이 왼쪽 팔 어깨 쪽으로 번져나간다고 하시길래, 바로 병원으로 가시라고 말씀드렸어요. 협심증일 가능성이 있었거든요. 다행스럽게 저에 대한 신뢰가 있어 바로 병원으로 가셨고, 그 자리에서 치료를 받고 위기를 넘기셨죠.대한민국 약사님들이 이 정도는 누구나 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부 약사님들은 약에 대해서만 전문가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가장 잘 알아야 될 정보가 약에 대한 내용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환자들은 약국에 1차 진료기관의 기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약국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상담과 진료는 병원에서 해야 되지만, 환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약사님들이 환자의 질병상담에 1차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도 어느 정도 자기 질병에 대해 기대하는 답변의 수준이 있을 텐데, 주먹구구식으로 상담을 하면 약사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Q. 특히 약제별 생약 부분이 눈에 띕니다.
제가 4년째 실무실습을 하고 있는데, 하루는 어떤 학생이 “약국 한약 강의를 많이 들으러 다녔는데, 강사님들 마다 다 다르게 설명 하시더라”고 푸념을 하더라고요. 체계가 잡힌 학문이라면 누가 설명을 하던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또 수백 년 전에 쓰였던 용어로 약국 한약을 설명하면 젊은 약사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유명한 책들도 읽다 보면 논리적인 비약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처럼 10년 넘게 약국 한약을 열심히 공부했다는 사람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약사들에게 약국 한약을 설명하는 법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약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다 보니 전문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고, 평균적인 수준도 고려해야 하고, 또 약사들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시해야 하다 보니 굉장히 고민이 많았습니다(웃음).

▲ 제1회 청년약사 봉사상을 수상한 김연흥 약사(왼쪽에서 6번째)

Q. 연재를 하시기 전에는 인문학 공부에 매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는 좀 미친 듯이 인문학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약사라면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아픈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또 약사는 정확한 정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 정보 소매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안에서 환자를 상담하면 상담의 질은 언제나 좋을 수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생긴 것 같아요.

Q. 복약상담 노하우 2권도 만나볼 수 있는 건가요?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없더라고요. 잡지에 글을 기고하게 된 것도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것처럼요. 강의가 들어오면 할 수도 있겠죠. 뭐든 그때 가서 최선을 다 하려고 합니다. 2권은 기고를 지금도 계속 하고 있으니까 나오게 되겠죠? 이번호에도 제 글이 실리지 않나요(웃음)?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